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케네스 & 글로리아 코플랜드 지음 / 사랑의메세지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두려움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지 않아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만, 왜 사랑에 "두려움"이라는 개념이, 긍정적으로건 부정적으로건 연관을 맺어야만 하는지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가운데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드라마에서의 "사랑"과,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으의미의 "사랑"'입니다. 다소 투박하게 가르자면, 전자는 "에로스"에 가깝고, 후자는 "아가페"를 주로 의미하겠습니다만, 그런 이분법(내지는 삼분법) 자체가 큰 지혜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가소로운 이야기입니다. 철없는 10대의 사랑이라고 해서 언제나 눈총 받을 불장난이겠으며, 그리스도인의 사랑이라고 해서 육적인 면이 언제나 배제되는 성질이겠습니까? 오히려 그런 섣부른 이분법은, 사랑과 신 앞에 동시에 오만해지는 첫걸음인지도 모릅니다.

저자 케네쓰 코플랜드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분이네요. 아무래도 여전히 미국 내에서 열악한 위치에 머물러 있을 체로키 인디언 혈통의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분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좋은 목소리 하나로 나이트클럽  직업 가수 생활도 하다가, 돌연 어느 순간 회심을 통해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자도 예사 교인이 아니라, 대단히 독실하고 흔들림 없는 믿음을 지닌 그런 분입니다. 이분이 이런 회심의 계기를 가진 데에는, 부인 글로리아와의 만남이 결정적 역할을 했고, 따라서 이 책은 두 분 부부의 공동 명의로 된 저작입니다.

베드로전서 5장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사탄은 우는 사자처럼 너희를 집어 삼킬 순간만을 노리고 있"으나, 저자는 일견 암흑이 빛을 내려 누를 것만 같은 세상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말합니다. 사탄이 우리를 집어 삼키는 일은, 오로지 우리가 그것을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허락을 내리는 순간에는, "마치 홍수와 같이 우리 안으로 쳐들어 올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야 그가 우리를 해할 방법이 없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자유 의지를 주었으니, 믿음을 갖고 말씀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유라는 것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요한 복음의 말대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이 진리에 거하려면,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다시 사탄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그분 안에 거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다면, 사탄에게 우리를 삼킬 것을 허용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세상의 험한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은, 결국 믿음에서 시작한다는 대단히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논리입니다.

예수는 피의 희생물일 뿐 아니라, 아버지가 인간을 사랑해서 우리에게 그 대표로 파견한 중보자(mediator)라고 합니다(이 책 p52). 삼위일체의 교리란 생각하면 할수록 신비롭죠. 우리를 사랑해서 지상에 파견한 그 아드님이, 바로 아버지이기도 하고, 또 우리 곁에 오셨을 때엔 우리와 같은 인간이시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교파도 있지만, 기독교의 주류는 아무래도 이를 인정하는 쪽이죠.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를 한없이 아끼고 자애하는 모습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가 실수를 연발로 저질"렀다고 해도, 우리를 바로 엄히 벌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다독이는 게 아버지의 태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자들도, 바로 하늘에서 떨어진 천벌을 받지 않고 저리 활개를 펴고 지상을 돌아다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건 대관용,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외투 안에 몰아 넣고 관조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고, 두려움은 오로지 사랑 속에서만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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