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인간 - 내 인생 좀먹는 인간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
베르나르도 스타마테아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알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어 찌 보면 막연하고,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는 개념이죠? "유해인간"이라... 하지만 관념과 원칙을 떠나, 생존을 위해 살벌한 현장을 뛰어야 하는 우리 일상인들로서는, "아, 왜 하필 이런 인간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내 귀한 인생이 이런 스트레스와 장애를 겪어야 하나!" "Get out of my life!"를 외치고 싶을 때가 수시로, 아니 거의 일상으로, 벌어지는 게 보톹입니다. 난감하죠.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엮이자니 심사가 파탄이 날 것 같고,... 참으로 해롭습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유독한 인간, 해로운 인간" 이 책의 번역 제목처럼 "유해인간"이라고 불러 줘도 될 것 같습니다(원제는 toxic people, 스페인어로는 Gente Toxica입니다).


유 해인간이란 어찌 보면 주관적 개념입니다. 나를 해롭게 하고, 나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나의 감정을 심각하게 해치려 드는 훼방꾼은 다 유해인간이죠. 이 중에서도 특히 직장 상사라든가, 사무관계에서 우월한 입장에서 갑을 관계를 지배하려 드는 중 나와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절실하게 유해성을 실감시키는 인간이겠죠. 그런데 이 책에서 논의하는 유형 중 상당수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공개적으로 언어 폭력, 인격 무시, 모해 따위를 행하며 남을 괴롭히는 게 습성이 된 부류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사실 무서운 건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상위 계층에 속해 있을 때입니다. 나와 대등한 위치라면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나보다 시니어의 위치에서 분쟁 해결 최종의 단계에 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많겠죠. 그런데 이 책을 잘 살펴 보면, 그런 계층 사이의 상이점을 두고 "유해인간"의 대처 방법을 세분화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점이 좀 아쉬운 점이었어요. 대체로 보면, 직장 동료 같은 나와 대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나를 괴롭힐 때의 방법이 더 비중 있게 제시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더군요.


유해인간의 부류는 다양하게 제 시되고 있습니다(이는 어느 정도, 모든 이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만한 유해인간의 통성은 없다는 걸 노출하는 부분입니다). 이를테면 첫 장에서는 질투쟁이입니다. 남이 가진 걸 못 가져서 부러워하는 이른바 envying의 부류죠, 이런 질투에 대해 나폴레옹 등 역사적 위인의 말을 인용하여,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아마 나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일 테죠. 개중에는 무능한 직장 상사가,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보유한 부하를 착취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수도 있습니다. 능력이 다가 아니라는 둥, 관계 개선이 직장에서 더 중요하다는 둥 겉으로 내세우는 말은 그럴싸한데, 결국은 "내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말고 굻어!" 이 한 마디로 요약되죠. 어떤 무능한 돌팔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제 무능이 폭로되므로, 지레 인턴, 레지던트, 간호사를 못살게 구는 유형도 있습니다. 열등감, 또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갖춰야 할 인격의 성숙성을 못 갖춘 시니어의 경우, 이런 행태가 눈에 띄게 보입니다. 이련 경우 저자는, "질투는 뼈를 녹인다" "나는 가장 나 다울 때 매력이 최고도로 발산된다" 등의 명제로, 자존감을 갖고 근거 없는 모해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당부합니다.


유해인간은 다분히 주관적 분류입니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건설적이지 못한 소모전 신경전에 일일이 대응할 게 아니라, 그저 정도(正道)를 묵묵히 걷는 선택이 상책임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리고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역지사지,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나는 혹시 타인에게 유해인간으로 기능하고 있으면서, 애꿎은 남만 매도하는 미성숙자는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바로는, 특히 "찌질이형 유해인간"의 경우 전혀 자신이 타인에게 저지른 악행을 기 억하지 못하고, 역학 관계가 유리하다 싶으면 무조건 타인을 공격하고, 불리하다 싶으면 "저자가 언젠가는 자기 잘못을 깨닫기를" 같은 무력한 평화주의자의 인상을 가장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찌질이형 유해인간은 정신과 치료의 대상이지, 소통과 교호로 나아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런 이들을 상대하면 할수록 나도 그들과 닮아갈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겠더군요. 이 책에서 "법적 대응" 같은 걸 굳이 권고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찌질이는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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