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실수 - 성공을 위한 숨은 조력자 와튼스쿨 비즈니스 시리즈
폴 J. H. 슈메이커 지음, 김인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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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워튼 스쿨 시리즈가 여러 곳에서 출간되어, 경영과 커머셜 분야의 의문 해소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단비 같은 해갈을 해 주고 있습니다. 대가들의 진단과 해법은 언제나, 결국은 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논의의 전개 과정에서 근본의 의문까지 다 해결해 준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 이번에도 느끼게 되었어요. 며칠 전 조지 데이 교수의 <아웃사이드-인 전략>을 읽고 리뷰도 남겼는데, 이번에는 같은 와튼 스쿨 소속 슈메이커 교수의, 짧지만 심도 있는 저작을 또 읽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부터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이야 그 남용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개발 당시 "기적의 약"으로 꼽혔던 페니실린 역시, 뜻하지 않은 실험 과정상의 실수로, 우연의 산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죠. 이처럼, 실수는 비난이나 자책의 대상이라기보다, 성취와 업적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의 표 하나로, 대체적인 요약이 가능합니다. (매경에서 나온 이 번역서에는 p64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의 결정으로 그 성패가 좌우되는 일은 없죠. 상황에 따라 위험하고 안이한 발상일 수 있지만, "다음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는 건 때에 따라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주장하는 바처럼, 실수도 유익할 실수를 "전략적으로" 골라 가면서 저질러야지, 마냥 슬랩스틱을 선뵌다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바보짓일 뿐입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그냥 경험이라 생각하고!"가 다 그런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row)을 보시면 "실수의 비용"이 얼마인가?로 기준을 삼습니다. (이 한국어 번역본에서 "편익 비용"이라고 옮겨 놨는데, 제 생각에는 바로 다음에 언급할 열[column]의 "잡재적 편익"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서 한눈에 들어올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저 위의 표에도 나와 있듯, 이혼, 벤처 기업 파산 같은 실수는, 한번 저지르는 데에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 큽니다. 반면, 주차 위반 딱지를 뗀다거나, 탑승해야 할 비행기를 놓치거나 하는 실수는. (안 하는 게 낫기는 하지만) 그런 일 좀 저절렀다고 큰 일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cost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사용됩니다. (역자 김인수씨는 아마 "기회 비용"과 분명히 구분한다는 의도에서 이런 번역어를 택한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불필요한 시도로 보입니다)


열(column)을 보시면 "잠재적 편익"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이 "편익"에 대한 비용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에서도, 저 "편익 비용"이라는 번역어는 잘못된 것입니다. 두 용어에 똑같이 "편익"이라는 말을 집어 넣으면, 두 "편익"사이에 모종의 상관관계라도 있는 듯 착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보다시피 원문에서는 저자가 그런 표현을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은 무슨 말인가. 당장 실수를 해서 어떤 편익(혹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그렇다면 그건 이미 "실수"가 아니죠), 가장 희망적인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상정 가능할 때, 그것의 가치를 뜻하는 겁니다. 위에서 비용이 큰 실수의 예를 보면, "마약 중독"의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커도, 이런 실수를 함으로 해서 어떤 혹시나 하는 뜻밖의 큰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면, 그런 건 당연히 전혀 없습니다. 바로 이런 게, "잠재적 효용"이 낮은 실수라는 거죠. 반면 "실직" 같은 걸 보시면, 일시적으로는 좌절이 올 수 있으나, 만약 당사자가 빼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면,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잠재적 편익이 크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직의 "비용"이 작다고 하는 저자의 입장에도 동의하기 어렵고요. 다른 예를 드는 편이 나았을 건데요).


아무튼 저자의 분류에 의하면, 2×2의 테이블이 결정하는 것처럼, 실수에는 4가지의 유형이 있다는 거에요. 이 네 가지의 유형 중에, 저자가 독자들더러 "한번 저질러 보라고 줄기차게 강조"하는 건, 바로 D. 즉, 잠재적 편익이 크고, 치러야 할 비용은 낮은, "brilliant mistake", 영리한 실수를 의미합니다.


실제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읽기에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모든 성공의 99%는 실수다."라는 혼다 창업자의 명언 같은 게 많이 실려 있어서 지식 쌓기에도 유용했구요. 다만, 예컨대 에디슨의 실수 같은 걸 D.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에디슨의 전구 필라멘트 적합 소재 발견을 위한 노력은, 그 과정도 고통스러웠겠거니와 금전적 비용 지출도 장난 아니었을 것 같다는 점에서 말이죠. 저는 에디슨의 경우 B.에 분류하는 게 더 합당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 중 D.에 속하는 건 그야말로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더 흔한 자원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저질러야 할" 부류는 오히려, B."심각한실수" 입니다. (이 번역도 serious를  "심각한"이라고 올기면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significant처럼, "유의미한" 정도로 옮기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책 부록에 나와 있는 p202의 "포트폴리오의 정당화"입니다. 학창 시절에 CAPM을 배운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왜 저수익 안전 자산(기대효용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을 포트폴리오에 집어 넣어야 하는가? 저자는 바로 이 "영리한 실수" 이론을 통해, 일시적으로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것이 뻔히 보이지만, 잠재적 편익 하나를 바라보고 구성에 편입하는 게 현명하고, "합리적인(요즘 여러 군데에서 도전받는 개념입니다만)" 선택이라는 점 분명히 강조합니다. brilliant mistake가 CAPM하고도 연결이 된다는 게 신기했는데요, 이런 다양한 사례를 제 한 몸에 포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타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p 59: 3
펜닐베니아 →  펜실베니아

p 60: 4
흘러내는 → 흘러내리는

p 80:10
사업 아이디 → 사업 아이디어


첨언하자면, 부록 1에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실수 운운은 저자의 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6번은, 비록 아인슈타인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학자들이 이 우주상수 팩터의 타당성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발견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잘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이런 "실수"가 책의 격을 떨어뜨려 보이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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