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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김형국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목사님 중에서도, 영성을 강조하는 유형이 있으신가 하면, 대단히 깊고도 지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성경 원문(히브리어, 헬라어, 번역이지만 나아가 영어 텍스트까지)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즐겨 베푸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한편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며, 믿음을 가진 이들이라면 양 편에 고른 비중을 두어야 올바른 신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제목만 보았을 때, "주기도문"이 일종의 상징어인 줄 알았습니다. 한국 교회가 물신 숭배, 세속화의 길로 치달으면서, 정작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주님의 길은, 잊은지, 잃은지, 오래 되었다, 대략 이런 주장을, 책을 통해 담담한 어조로 베풀고 계실 줄 알았죠. "주기도문"이라는 단어에, 초심이랄까 순수한 신앙의 길이랄까 그런 의미를 담고, 교회와 성도 본연의 사명에 대한 가르침을 적어 주실 줄로 기대했죠.
결국, 두꺼운 이 책은 신도와 독자들에게 그런 가르침도 간접으로 전달하고는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쓰신 책은, 어찌 보면 모든 책이 다 그 결론으로 귀결한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그 정도와 방향에 있어 다소의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모든 신앙 서적은 마침내 같은 길로 귀결하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이 책은, 그러나 그 주된 내용에 대해 말하자면, 신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이 책의 표현에 의하면) 주문처럼 그저 취급할 뿐이기 쉬운, 오로지 "주기도문"에 대해서만, 한 권, 그것도 제법 두꺼운 분량의 한 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입니다. 저는 그 점에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주기도문, 아무리 늘려 잡아도 스무 행을 넘길 수 없는 그 짧은 기도문으로, 이렇게 긴 책을 지으실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끝까지 읽어도, 이 책은 주기도문만 한 길로 파고 있었습니다.
주기도문도 분명 성경 본문의 일부이고, 본문 중에서도 심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이라 볼 수 있으니, 본문 비평의 방법론과 다양한 주석을 여기에 달 수 있되, 그 방향은 언어학적 천착과 영성적 고찰 두 가지 방향으로 분기(分岐) 를 이룰 수 있는데, 보통은 그 중 한 가지 길을 택해서 가죠. 헌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두 가지를 놀랍게도 다 시도하는 책이었다는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문자적 지식도 늘고, 동시에,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주기도문, 나아가 신앙 근본에 대해 깊이 고민하신 목사님의 영성 궤적이 그대로 녹아 있는 상념, 설교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지식과 영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목사님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까지 만발해서, 이를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이 책의 표현에 의하면, "주기도문"에 서 "기도"를 뺀 것이 "주문"이랍니다. 그런데 "주문"은, 보통 아무 느낌 없이 기계적으로 줄줄 나오는 말이지 않겠습니까. 주기도문은 주 예수가 친히 가르쳐 준 기도이니, 그를 읊는 사람은 정말 간절한 기도를 하듯 이를 읽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혹시 다니는 교회에서 이런 설교를 들어 보신 분 있을까요? (저야 교회를 안 다니니 당연히 없지만요)
이 책은 이신론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계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신론(理神論)이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신이 존재하기는 하되, 이 세상의 사소한(어폐가 있습니다만) 인간사에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는다는 주의라고, 저자는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도라면 이런 이신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기도를 간절히 하면, 신은 그 기도를 들어 준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주기도문으로 대표되는, 기도라는 본분을 충실히 할 때, 한국교회는 잃어버린 그 모든 미덕과 가치를 다시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도 들렸습니다. "주기도문을 잃은 한국 교회여, 주기도문으로 복귀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