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엄마는 불안하고 아이는 억울하다
이진아 지음 / 웅진윙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 가벼운 르포성 서적인 줄 알았는데, 43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중2병"이라는 유행어가,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보통은 제 좁은 지식과 관점이 다인 줄 착각하는 미숙한 정신을 두고 비꼬는 말로 쓰이기에, 이 책이 혹시 인터넷상의 각종 문제와 병리를 보고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인가 하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어요. 책을 받아 보고서야 그 두께에 놀라고, 책을 펼쳐 보고서야 그 깊이 있는 서술과 분석에 또 놀랐죠. 이 책은 한 마디로,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이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에요.

사진을 보시면, 이 책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담긴 내용도 장난 아닙니다.


제 1장은 이른바 "중2병"이란 것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중2병"이라는 말이 대단히 넓은 의미로 쓰일 수 있고, 중 2는 고사하고 중2 정도 되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도 있는 어른이면서,정신적 성숙을 갖추지 못한 존재를 비난할 때 쓰일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은, 나잇값 못하는 어 른에 대한 대응을 다루는 책은 전혀 아닙니다. 철저하게, 사춘기라는 통과의례를 매우 힘든 방식으로 치르고 고민하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주제로 다룬 책이고, 그 또래 아이들이 직접 읽어도 좋지만, 우선적으로는 그 아이를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읽어 주십사 하고 기획된 책이네요. 저는 학부모의 입장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이 땅의 아이들이 이처럼이나 많은 문제나 장애에 직면하고 사는가, 나는 대체 저 시기를 어떻게 통과해서 용케 이 자리에까지나 왔나 하고 안도가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저자들에 의하면, (우스개일지는 모르겠으나) 중 3만 되어도 중 2 아이들을 가리켜, "쟤네들 때에는 원래 저렇게 말이 안 통해요." 라며 어른들을 위안하려 든다는 겁니다. 그만큼, 중 2 의 시기는 사춘기의 모든 문제가 집약적,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한 해라서, 이 시기만 잘 넘겨도 사춘기의 큰 고비를 넘김 셈 쳐도 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정말 그대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을 잘 다루고 기르는 요령의 집대성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제 2장은 이 책의 핵심입니다. 총 10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이 각각의 파트에서, 중2(꼭 중2에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기에 이런 증상이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된다는 뜻이지, 아이들에 따라서 더 늦을 수도, 혹은 더 빠를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아이에 따라, 중1부터 고2까지 아주 길게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병 이 보이는 갖가지 양상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자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은 대단히 심각하게 읽게 되며, 어떤 내용은 혀를 끌끌 차며 "이런 건 세월이 흘러도 변하는 게 없구나!" 하는 개탄을 나지막하게나마 하게 됩니다. 솔 직히, 아무 관계 없는 입장에서 읽으면 재미 있기도 합니다. 재미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말은, 그만큼 이 책이 다양하면서도 전형적인 사례를 빠짐 없이 한 권에 다 담아 놓는 대단한 수고를 했다는 뜻도 됩니다. 해당되는 걱정이 없는 독자라면, 화제가 지루할 틈 없이 바뀌니 재밌을 수 있죠. 바꿔 말하면,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은, 이 책 어느 한 가지 경우 정도는, 아이가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도 됩니다. 그만큼 책 내용이 풍부하고, 사례 백과처럼 찾아 보고 의지할 수 있어요.


제 3장은 그 치유의 방법을 여럿 내 놓고, 이를 획일적으로 강요하기보다, "문제를 문제 그대로 솔직히 인정한 후, 그저 이 현상에 아이건 부모건 익숙해지는 게 어떻겠냐."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다양한 사례에 맞추어 내놓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넘기는 법은, "병"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해 서로 협력하여 퇴치를 해야 할 아군 사이인 "부모"와 "아이" 가, 오히려 서로 반목하고 적이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막자는 데에 그 요지가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가 순전히 호르몬 이상이나 신체 기관의 고장, 오작동에 기인한 것도 아니고, 원칙적으로 멘탈의 고유 영역이라 물리, 화학적 치료를 시도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부모와 아이가 공동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외에 답이 있을 수 없고, 그런 정직한 소통을 하는 과정 자체가 큰 치료약이 된다는 게 맞는 말입니다. 이 책은, 내 아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내 아이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그 나이 또래 아이가 전형적으로 겪는 관문에 지나지 않음을, 아이와 부모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두툼하니 믿음직한 책이라, 책장에 비치하고 수시로 참고하며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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