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 - 세상과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함께 성장하라!
필립 코틀러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인터넷'이란 말도 이제는 낡았다. -예전 삼성SDS에서 이런 카피를 메인으로 TV에 광고를 띄운 적이 있다. 맥 계열과 차별하여 IBM 라인 기기만을 일컫는 의미에서의 '퍼스널 컴퓨터'가 요즘 거의 사어가 되다시피한 것과 비슷한 지적 의도였겠는데,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체감하듯 10년 전은 고사하고 이 시짐까지도 그런 분위기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시대의 격변 탓에, 세상에 빛을 본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사장된 어휘가 있는가 하면, 그 형체는 남았으나 초기와는 아주 다른 내포만을 유지한 채 인구에 회자되는 것도 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21세기적 의미를 새로이 지니게 되었다 보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라! 물론, '책임'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도의적 하중은,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효과적인 명분, 유용한 공격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일반 소비자나 기타 압력 단체에도 결코 공허하지만은 않은 의미로 다가오긴 한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예컨대 '도의적 책임'이나 마찬가지로, 그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이행을 추구할 수 있는 만큼의 절실함은 결여하고 있다. 책임(responsibility)은 어디까지나 책임일 뿐, 그 불이행시 법적 소추를 당할 정도의 강제성은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이란 그저 대외적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애드벌룬일 뿐 발등에 떨어진 법적 의무(obligation)과는 내부적 차별을 감행해 왔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범주는, 살벌한 경영 풍토에서 그저 여유가 있을 때 걸치는 엑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SCR 개념의 혁명적 재편은, 물론 현실에서의 성취자(그룹)이 엄연히 따로 존재하며(정의로운 NGO들이며, 이 책에도 자랑스러운 명단은 길고 무거운 크레딧으로 곳곳에서 등장한다), 필립 코틀러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업적이야 물론 아니겠다. 하지만, 이 위대한 마케팅 구루이자, 검증된 종합자요 커뮤니케이터이며, 경영학 코어 에어리어의 마호멧적 유권해석자의 필치로 엮어진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모든 개념의 현대적 변천, 혹은 이 개념의 향후 생존 전망까지, 그 망라적이면서도 포괄적인 파악이 가능하게 도와 주고 있다.

 

책 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한 교과서에 가까운 편제를 취했다는 점이다. 그의 거의 모든 저서가 그러하듯, 언제나 강단에서 별다른 가공 없이 직접 교재로 쓰일 수 있게, 정연하고 체계적인 사항들의 분류, 구분, 대종합의 구조를 이끄는 점은 독자의 감사와 경탄을 동시에 자아낸다. 나는 작년에 출간된 이 책의 원서를 출장 길에 미리 살펴 볼 기회가 있었는데(그리 큰 시차를 두지 않고 국내에도 대량 수입되었다), 얼마 전 나온 이 국내판 번역서와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이 한국어본이 시각적으로 더 독자를 배려했다 할 만큼 편집이 잘 되어 있으며, 각종 키워드나 개념어에 대해 무리한 옮김을 도모하지 않고 그대로 (학계의 현실을 고려하여) 외래어로 남겨 둔 점도 차라리 돋보였다. 보기만 해도 이 분야 최신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개관이 가능하며, 내용을 정독하면 기존의 개념들과 이 책에서만의(그리고 최신 트렌드이기도 한) 확대 개편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상당 부분이 편집의 묘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의 저서는 언제나 풍부하고 생생한 실례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독자를 편하게 한다. SCR과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이곳에서 연결점을 맺을 줄이야!

 

단 점이라면 아무래도 문외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하드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인데, 코틀러의 저서가 언제나 그렇듯, (앞서 언급한 대로) 강단의 교재에 가깝다는 걸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한 일이다. 대중서 포맷을 잘 내지 않는 걸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도 근년에 (그를 아는 독자나 학적 추종자들로서는 놀랍게도) 독자 친화적인(?) 소프트 저작을 발간했듯, 이 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체 어떤 경로로, '기업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실히 수용, 체화하여야 할 생존 환경 팩터'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는지를, 그 누구보다 큰 이해당사자인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필요에서라도, '(쉽게 풀어 쓴)보급판'이 나올 니즈가 큰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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