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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 교사에서 고시원 원장이 된 인생 커리어 전환기
노지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중학교 과학 교사로 근무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이어오던 분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퇴직하고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다소 당혹스럽다 할 고시원을 창업했다고 하십니다. 안정된 교직원 생활을 그만두고 위험이 따르는 자영업을 시작하신 것도 의아하지만, 업종이 고시원인 것도 눈길을 끕니다. 과연 창업의 결과는 어떠했으며 업종 선택을 그리하신 데에는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께서 상당히 실리 위주의 냉혹한(?) 가치관을 갖고 계시며,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연을 이어왔건 간에 여기까지가 한계다 싶으면 단칼에 자르는, 매우 단호한 현실주의자이며 연세는 꽤 많으실 것으로 제 마음대로 짐작했습니다. 그런 선입견은 몇 페이지 넘기고 나서 바로 깨졌는데, 일단 저자는 자신의 제자들과 꽤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 오던 분 같았습니다.
책 곳곳에 노래 가사들이 인용됩니다. 그 노래들 중에는 저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 부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 가사가 저자의 낭만 가득했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저자는 (제 예상과 다르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어떤 때묻지 않은 이상상을 지니고 일해 온 분으로 보였습니다. 오히려 영악한 요즘 아이들이야말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지적하며 선생님의 이상주의를 동정하는 것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라던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내가 큰 괴리를 보인다고 자각하기 시작할 때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저자가 여성이니 그 고통이 더 심했을 수 있습니다.
2021년은 워킹맘이기도 했던 저자가 44세였던 해로, 한국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던 구간의 끝물입니다. p68을 보면 저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당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두고두고 당사자를 괴롭히더라구요. 저도 어떤 버스 기사가 뒤에서, 심하게 직접 치인 것도 아니고 살짝 추돌한 정도로 탑승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었는데도 제법 후유증이 길어서 이런 사고를 결코 예사로 볼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교통사고나 몇 페이지 뒤에 나오는 버스 운전수의 불친절 같은 게, 저자의 인생에 어떤 큰 상처를 남기거나 해서 이 책에 기록이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을 지날 때 그런 일들조차 큰 충격, 불안(의 상징)으로 다가왔을 만큼 저자가 본래는 심약한 분이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의도 같았습니다.
창업이란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닙니다. 저도 어제 장을 보다가 또 주인이 바뀌거나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어떤 마트에서 사장님 부부가 열심히 방향성(...)을 두고 토의하시는 걸 봤는데, 누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실패란 없을 것 같고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성공에의 길이 기다릴 것 같아도 막상 해 보면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같은 교육 관련으로 업종을 고르시지도 않고, (p78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연금 나오려면 저자한테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퇴직금만 까먹고 버틴다는 건 정말 불안해서 못 버틸 일입니다. 처음에는 강연자라는 직업을 택하시려고 했는데 말이 좋아 강사지 과연 그 일로 생계 유지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셨다고도 나옵니다.
고시원 창업 후 이야기에서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페인트 냄새 때문에 괴롭다는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자영업에 대한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들려 주는 어떤 사장님의 책을 읽고 많은 점을 배웠더랬는데, 그 중 하나가 "진상을 응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보면 그 저자분은 인상도 장난 아니었는데, 자영업 사장님은 이처럼 첫인상에서부터 진상을 압도하고 들어가는 포스가 있어야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저자분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입주인들에게 사과의 뜻으로 선물부터 돌렸다는 쌩초보 사장님이신 이 책 저자의 말씀을 들으며 이번에는 조마조마하게 책장을 넘겨 나갔습니다. 과연 이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주제넘은 걱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고정비 지출은 계속 발생하는데 공실이 생기고 신규 입주 문의가 없으면 그것만큼 초조하고 난감한 게 없다고 하십니다. 단기로 머무는 이들에겐 쾌적한 게 최고인데 인근 고시원에서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면 그 역시도 신경이 쓰입니다. 무엇보다, 현금 유입의 들쭉날쭉함이 가장 큰 고충인데 각각 장점을 달리하는 두 입지의 고시원을 매입하여 운영하니 한 군데가 힘들어도 다른 데서 보충이 되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충 토로, 교훈이 많아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