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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손글씨의 힘! - 창용쌤 기적의 글씨 교정 5가지 공식
김창용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저희 때에는 유치원에서부터 연필을 손에 바르게 쥐고, 또박또박 글씨를 쓰게 가르쳤습니다. 이렇게 바른 자세를 어려서부터 잡아 줘야 그 손끝에서 바른 글씨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교육 환경은 바른 글씨쓰기에만 자원을 집중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라도 있는지, 혹은 키보드 타자 위주의 메시지 작성 조건 때문인지, 아이들 글씨 중에는 (어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도 상태기 나쁜 악필이 간혹 보입니다. 이게 그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게, 아무리 요즘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시대가 아니라도, 어쩌다 진정성 어린 손글씨로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나쁜 글씨는 당사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명필 선생님, 판서 한석봉으로 유명한 저자 "창용쌤" 김창용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평소 인성 함양에도 큰 정성을 쏟으시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저 글씨만 잘 쓰신다고 유명인사가 된 게 아닙니다. 선생님에 대한 이러저런 훈훈한 미담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반듯한 글씨도 새삼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씨를 보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반듯한 필체인데, 보기 좋기도 좋지만 그렇게나 많은 글씨를 쓰시면서 필체가 마치 인쇄된 글꼴처럼 형태가 일관됩니다. 글씨를 못 쓰는 사람은 남이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어렵지만, 어떤 때는 이렇고 어떤 때는 전혀 다른 꼴이어서 더 난감합니다.
p7을 보면 이런 반듯반듯한 글씨는 다양한 과목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입니다. 아마 초 4 정도에 배울, 선거의 4대 원칙, 보통, 평등, 직접, 비밀이 칠판에 판서되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오는 흔한 내용이 아니어서, 독자인 저는 그 점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즉, 직접과 비밀의 셋째, 넷째 원칙에 대해서는 "쉬움!"이라는 한 마디로 포괄해 정리하시고, 구구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는 게 제 눈에 띄었습니다.
이 사항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면, 보통 선거는 신분의 차별(귀족/평민)이나 납세 실적 유무에 무관하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는 것이고, 평등 선거는 선거권자 누구나 단 1표씩만 행사할 수 있다는 데 포인트가 있죠. 형식논리적으로는, 보통 선거를 실시한다 해도 반드시 평등 선거까지 채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은 아마 이 점을 수업 시간 중에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가르쳤을 것입니다. 필체도, 쓸데없는 장식을 과하게 담기보다, 기역이면 기역 니은이면 니은이, 보는 사람에게 잘 식별되게 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저 판서 사항을 보고서도, 실용성과 식별용이성을 중시하는 "창용쌤체"의 정신이 배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악필을 고치는 데에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선생님은 말씀합니다. 핵심 공식이 단 다섯 개로만 정리됩니다. 가나다의 시작은 출발화살표, 가로형 받침글자의 시작은 깃털화살표, 세로형 글자의 시작은 출발화살표 등 다섯 개의 원칙들입니다. 어떤 원칙에도 예외가 있기 마련인데, p25를 보면 ㅅ(시옷)의 경우 유일하게 칸을 살짝 튀어나간다고 말씀합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글자를 네모 칸 안에 반듯하게 넣으라고만 배웠지, 시옷의 경우 이런 예외가 적용된다는 의식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의 개성이랄까 인격적 특징이, 거의 원칙에 가까운 이런 중요한 예외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게 한 게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한글은 모든 글자에 일관된 구조가 관철되기 힘든데, 모아쓰기라는 독특한 규칙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가, 나, 다 같은 글자는 가로형, 고, 노, 도 같은 글자는 세로형이라고 해서 분류를 다르게 잡습니다. 세로형은 출발화살표, 가로형은 깃털화살표, 이렇게 바른 글씨의 원칙을 어려서부터 배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명필을 갖게 될 것 같아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