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양도성과 경복궁 - 초등학생을 위한 ㅣ 어린이 궁궐 탐방 1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5년 3월
평점 :
이향우 선생님이 쓰시는 인문산책 궁궐 시리즈가 이번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도 이렇게 나온 것 같습니다. 작년(2024) 12월에 저는 이 시리즈 중 컬러링북을 리뷰했었는데, 그 책에는 평소와는 달리(?) 저자 이향우 선생님을 캐릭터화한 일러스트들도 들어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번 신간은 아예 대놓고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초등학생 독자들의 궁궐 여행을 이끌어 주는데, 저자 이향우 선생님도 세 캐릭터 중 한 명으로 활약하심은 물론입니다. 이제 신간마다 이 차림으로 아주 계속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등학생용 책답게 궁금이 유진과, 남학생인 동궁이가 등장하여 친구들의 지면 여행을 돕습니다. 특히 동궁이는 이름값을 하느라고 전생에 세자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동궁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독자도 (아무리 얘가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이라 해도) 몸가짐을 바로한 후 읽게 되었습니다. p16에서 보듯 어른들도 모르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데, 역시 세자마마라서 뭐가 달라도 다르고 태도도 의젓합니다. 이 책은 초등학생용이라서인지 책 서두와 본문 여기저기에서 기초 지식을 많이 가르쳐 주는데, 이를테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이 무엇무엇이 있는지 p13에서 연도별로 정리해 알려 줍니다. 과연 우리 어른 독자들은, 한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전 이 책을 보고서 비로소 전체를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궁궐 관련해서는 의외로 창덕궁 1건뿐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네요.
p14를 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한양도성 지도가 나옵니다. 이게 의외로, 인터넷에 찾아 보면 세칭 4대문과 4소문, 내사산(內四山)을 이은 구조를 선명하게 도시한 그래픽이 생각보다는 잘 안 나옵니다. 이 점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p18에는 백두대간과 정맥(正脈)이 표시된 한반도 지도가 나오는데 한양(서울)이 반도 전체에서 풍수지리상 어떤 위상인지 어린 학생들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북한산은 한북정맥, 관악산은 한남정맥! 동궁이가 자신있는 화살표까지 그려가며 강조하는데 아주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골똘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궁금이인 유진이가 p33에 나옵니다. 법궁(法宮)은 공식적인 궁궐이며, 이궁(離宮)은 그 법궁 외의 궁궐이다! 이어(離御)도 어른 독자에게조차 어려운 말입니다. 뜻은 임금님이, 그 머무는 궁궐을 옮아간다는 뜻입니다. 또 임어(臨御)는 궁궐에 머무신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조선 500여년 동안 어느 왕이 어떤 궁궐에 머물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되는데 이로써 조선 역사까지를 간략하게나마 배우거나 다시 환기할 수 있겠습니다. 아관파천 동안 수리를 하던 경운궁은 1897년 고종이 돌아와 법궁 구실을 하게 되고 그의 퇴위 후에는 덕수궁이라 불린다고 나오는데, 이로써 비운의 대한제국사가 짧게나마 짚어지기도 하네요.
기별(奇別)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그저 소식을 전한다는 정도로만 알지만, p61을 보면 놀랍게도 승정원에서 아침마다 중요 안건을 공포하던 일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조보(朝報)라고도 했는데 인구도 많고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의 행정 시스템을 엿볼 수 있으며 오늘날의 공포(公布)와 크게 다를 바 없죠. 행정행위나 법률이 대외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필요에 따라 이는 지방에 파발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유화문(維和門), 궐내각사(闕內閣司), 기별청 등의 의의, 기능이, 사실 한국사 교과서에도 안 나오던 바를 여기서 쉽게 배웁니다.
궁궐은 그저 임금이 먹고자는 공간이 아니며, 임금이 따로 사무를 보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을 사정전(思政殿)이라 하는데 이런 한자 표기와 함께 설명이 이어지니 이해가 빨라지는 듯도 합니다. 정도전을 비롯하여 옛 성현들은 이름 하나를 지어도 사려가 가득 담긴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께서는, 쟁쟁한 대신들, 학식이 고매한 관료들과 함께 토론하며 정사를 보는 임금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만 했을지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왕정 시대도 이러했거늘 하물며 민주주의 체제라는 지금은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