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초에 이 4편이 출간되었고 저도 당시에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제가 열정적으로 썼던 후기가 아직도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이번에 이 특별판으로 다시 읽어 보니 지난 후기에다 그렇게 많은 말을 했었건만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았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게 만들어져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북뉴스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성우에게뿐 아니라 이 재후라는 애는 누구한테도 재수가 없습니다. 이런 애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성우가 재후를 미워하는 자신에 대해 괜히 죄의식을 갖지 않기를 바랐는데, 여튼 성우는 애가 착하다 보니 누가 혹 충고를 해 줘도 자신의 착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려 애쓸 듯합니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애저녁에 인간 되기를 포기한 악질 사기꾼은 "나는 착하다"라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니 이만한 아이러니가 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뻔뻔스러운 녀석은 성우더러 되레 "있을때 잘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예전에 아주 유명했던 대중가요 가사에 나온다(p30)면서 말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 뭘 가리키려는 건지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오승근이라는 분의 트롯 곡 하나가 나왔습니다(개인적으로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정말 소중한 사람은 곁에 있을 땐 당연하지 싶어도 막상 자리가 비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재후는 누구한테도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할 테고, 없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앓던 이가 빠진 양 시원할 것 같습니다.
3권에 저승의 작은 질서를 주재하는 만호라는 캐릭터가 나왔었는데 이 4권에는 카페의 이름없는 직원의 말로, 자신은 애송이라서 아직 이름에 "호"를 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규칙이 있었는데, 다만 사람을 가리킬 때 함부로 턱짓을 하면 무례하게 보일 수 있으니 성우가 그 점만은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애가 착한 게 티가 나서 남들이 그걸 보고 괜한 오해는 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직원의 이름은 "꼬리"였는데 여튼 직급이 좀 낮아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허튼 게 없었습니다. p86에서도 그게 확인되는데 입금이 된다고 하니 과연 되었기도 했고 말입니다. p128에서도 "손님은 이미 두 번 기회를 다 쓰셨습니다!"라고 따끔하게 일러 줍니다.
강신도 외에 다른 채무자들 이름이 싹 사라진 건, 심호가 설명해 준 규칙이 과연 예외없이, 무섭도록 척척 작동한다는 걸 다시 증명합니다. 2년 전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 마음이 가장 설레는 대목은, 뜻하지 않던 거액이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불건전한 사행심 유발 장면이 아니고, 성우가 짝사랑하던 지레가 전과 달리 성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p89(이 특별판 기준)입니다. 전 사실 지레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뭔가 좀 생각이 없는 에 같았습니다만 기왕 이렇게 된 것 둘이 잘됐으면 하는 게 모든 독자가 같은 생각이겠습니다.
재후는 성우에게 이종사촌이며 따라서 성우 엄마한테 재후는 조카입니다. 엄마는 조카한테 사기나 치는(이 특별판 기준 p100. 2년 전 초판에서는 p101이었나 봅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고 다만 형편이 빠듯하다 보니 간혹 이런 얌체짓을 합니다. 영조는 성우한테 아주 기분나쁜 의심을 받고도 화를 내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받아치는데 이런 애들이 자존감이 강한 타입입니다. 사실 성우는 괜히 영조를 평소에 무시하는 습관이 있던데 그것도 영조가 모르지 않겠건만 의젓하게 대처해서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p112에서 쏴붙이는 정도는, 제가 보기엔 영조가 진짜 많이 참는 겁니다. 순대(p147, p177)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데 말이죠. 잘못한 건 깔끔하게 사과하고 넘어가야 합니다(p129, p191).
오성우라는 이름은 흔치 않은 편 아닐까요? 저는 2년 전에도 왜 영어선생 강신도가 전혀 눈치를 못 챌까(p176)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더랬습니다. 하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설마 했겠지만 말입니다. 여튼, 누구에게나 간절히 원하는 바는 있고, 그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만 해 내어도 해 내어야 하는 게 구미호 카페와 이 세상이 우리들에게 부과한 규칙입니다. 재후, 영조... 알고 보면 각자 나름대로 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고 짊어져야 할 부담이나 치유해야 할 상처가 있었죠. 여튼 머리 위로 달빛을 가득 받으며 나란히 언덕을 내려오는 지레-성우 커플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