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꼭 읽어야 할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인간관계론
인동교 지음, 데일 카네기 원작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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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는 미국 초기 자기계발 분야의 정초자와도 같은 위상입니다. 그런데 10대들이야말로 일찍부터 그의 가르침을 읽고 내면화할 필요성이 절실한 예비 독자일 텐데,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장벽이 생긴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화처럼 그의 가르침을 일러스트와 함께 쉽게 전달한다면 어린 독자들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그의 교훈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우리한테는 "그래픽 노블로 읽는" 시리즈로 익숙한 인동교 작가님이 그림과 텍스트 재구성을 맡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일화가 풍부하고 모든 저서에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넣는 데일 카네기의 책이야말로 그래픽노블로 커버될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부는 자기관리론, 2부는 인간관계론인데 이런 10대용 서적에서도 인동교 작가님은 원저의 편제를 비교적 잘 살려서 꾸몄습니다. 서양철학 편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꼼꼼하고 체계가 잘 선 구성 덕분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후속 학습의 발판까지 마련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런 내공이 지금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자계서는 잘못하면 모든 내용이 (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그말이 그말같은 진부함, 지루함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책들에 도대체 독창성이라는 게 없습니다. 자기만의 독창성이 없다보니 무슨 말만 무식하게 쎄게 하는 걸로 만회하려는 한심한 풍조도 보이는데, 이 책은 데일 카네기의 원저부터가 재미있는데다, 인동교 작가님 특유의 스타일, 즉 재치있는 대사와 캐릭터 등장 같은 게 벌써 어린 독자들의 주의를 끕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에는 딸들이 엄마하고 말다툼도 자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도 상하곤 합니다. 글쎄 아들들은 이런 일이 잘 없는데(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딸과 엄마 관계는 그런 점에서 미묘한 데가 있긴 합니다. 데일 카네기 선생이라면 과연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도움을 줬을까요? 여기에 대해 생전의 그가 직접 언급한 바는 없지만(시대가 시대였으니만치 그런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을 겁니다), 인동교 작가님이 "걱정쟁이" 소녀한테 나타나는 데일 카네기 할아버지(자칭 천사입니다. p15)의 입을 빌려 소녀를 다독이고 인격을 더 성숙하게 이끌어 줍니다.  

처음에 주인공 소녀는 이 할아버지의 등장에 약간 당황하고 혹시 따분한 말이나 늘어놓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는 걸 바로 깨닫습니다. 그도그럴것이 데일 카네기는 생전에 대단히 유려한 연설가였을 뿐 아니라 사례 기반 교훈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기술에 통달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21세기에 환생한다 해도 말 안 듣는 한국의 10대 소녀를 얼마든지 잘 콘트롤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실 데일 카네기의 몸만 빌렸을 뿐, 소녀를 설득하는 실제 정신, 영혼, 언어는 저자 인동교 선생님이니(초등교사) 이런 애들 마음 정도야 훤히 꿰뚫는다고 봐야겠죠. 

아이들은 원래 걱정이 많습니다. 어른들도 걱정 많은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덜 자란데다 이 세상이 정글이나 마찬가지로 많은 위험 변수가 존재하고, 지금이야 부모님이 보호해 주지만 나중에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자각이 어린 나이에도 본능적으로 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책 주인공처럼, 혹시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반이 바뀌면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을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체 어쩌다가 학교가 동급생들로부터의 폭력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데일 카네기는 이런 어린 학생에게도, 사람은 일단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자신의 노력을 투입해야 하며, 쓸데없는 걱정만큼 내 자원을 낭비하는 건 없다고 잘 다독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어본(p158) 혜안으로도 유명합니다. 켄 블랜차드가 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도 그 가르침의 핵심은, 알고보면 데일 카네기가 아득한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10에서 데일 카네기(의 천사 모습)는 소녀에게 가르치길, 칭찬은 마치 면도사가 손님 얼굴 위에 먼저 바르는 비누거품과 같다고 하는데 실제 그의 원 저서에 이 비유가 있습니다. 소녀는 평생 얼굴 면도할 일이야 없겠지만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찰떡같이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무작정 칭찬만 하는 게 아니라 데일 카네기는 p153 같은 데서 신문 보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따끔하게 할 말은 합니다. 그래도 맞는 말씀이니까 소녀는 투덜대면서도 바로 납득하는데, 이런 설득력이야말로 데일 카네기 텍스트의 최대 마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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