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언제 와요? 책고래마을 57
무아 지음 / 책고래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초에 <비밀 친구>라는 어린이용 그림책을 서점에서 잠시 읽은 적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크게 바뀐 세상이 주제가 된 작품이었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그림체가 비슷해서 확인해 보니 같은 작가분이었습니다. 두 작품만 읽고 그 경향을 판단하긴 이르지만 이 무아라는 분은 시사 문제를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삼는다고 생각도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이 인접 작은 나라를 침략했다는 점에서 아무 명분이 없는 무도한 범죄행위입니다. 중국도 러시아와 부분적으로 군사협력을 이루는 나라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입장을 표명하지 않거나 중재를 자청할 만큼 중립을 지키는 편입니다. 나토 가입국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만행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주류인데, 아마 중국은 이들 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수 있습니다. 

여튼 하루아침에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깨어지고, 이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가정은 집과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며, 이런 참상을 보고서도 애써 외면하거나 양비론을 쉽사리 꺼내드는 행태도 전쟁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들은 곰돌이 가족입니다. 이 동화책에서는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곰돌이 가족의 이웃은 여우, 원숭이, 토끼 같은 이들입니다. 동화책에서 그 배경은 하나같이 어둡고 쓸쓸한데, 전쟁이 나서 기존의 세상이 폐허가 되었으므로 이런 분위기인 게 당연합니다. 가족들은 어떤 수용소 같은 데 모여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고, 배식을 제공받는데 아이들은 이 와중에도 철모르고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당장 내일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막막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어제까지 살던 나만의 공간이 불과 며칠만에 폐허로 바뀌었으니 그 충격만으로도 회복이 쉽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벌써 몇 번을 집을 옮겨다녔는지 몰라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줄 이들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원치 않는 여행이 자꾸 길어진다는 말이 더욱 가슴 아픕니다. 이 와중에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잡았고, 동생은 언니가 돌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한국전 직후 모두가 생활고에 내몰렸을 때 이처럼 손윗형제들이 동생들을 보살피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동생은 자꾸만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어대기 때문에 언니를 힘들게 하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며 마음을 추스르는 태도가 참으로 장합니다. 

사실 처음에 아빠가 왜 따라오지 않았는지 확실하게 드러난 건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나라에 군인으로 징집되어 전투에 참여 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동화 말미에 아이가 꿈을 꾸며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빕니다. 그 꿈에서 아이는 썰매를 함께 타며 지상에서 앰뷸런스를 몰고 있는 아빠를 하늘에서 가리키는데, 어쩌면 구호 업무에 종사 중인 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천인공노할 악마 같은 독재자가 급살을 맞아 죽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전쟁은 끝나지 않으며, 이 곰돌이 가족이 다시 만나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이룰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곰돌이 모양의 젤리과자(아이들은 이게 뭔지 바로 알 것입니다)만 컬러로 채색되었을 뿐 이 동화책은 내내 어두운 배경입니다. 불쌍한 아이들의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그 꿈만은 총천연색일 수 있습니다. 세계에 불의가 대놓고 판치는 한심한 현실이 아무리 암운을 드리워도 저 아이들에게서 작은 꿈마저 빼앗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