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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지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불안한 삼십 대를 위한 32가지 자기발견 심리학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12월
평점 :
성숙과 소통 능력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이 서른쯤 되었으면 이제 사람 대하는 솜씨가 능숙할 만도 한데, 타인은커녕 나 자신을 다루는 방법도 아직 서투르니 과연 나라는 사람이 발전이라는 게 있는지 불안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마냥 태평으로 안이하게 사는 것도 문제지만, 공연히 불안해하며 나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닦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윤나 소장은 대기업이나 미디어에 꾸준히 강연, 출연하며 MZ 세대에게 동기와 확신을 넣어 주기 위해 애쓰는 분입니다. 소장님이 치열하게 겪어낸 체험담과 교훈을 듣는 편이 젊은 직장인들에겐 더 실감이 나서 유익할 것 같습니다. tvN 같은 데서 소장님을 본 시청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독일어로 Gestalt란 모습, 형태라는 뜻인데 심리학에서는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이 책 p27에서 간략하게 짚어지는 대로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 사람의 인격, 개성 등의 총체를 가라킵니다. 그러니 이 관계라는 게 잘못되면 그 사람의 내면에 크나큰 고통이 밀려오는데, 저자는 이를 "관계앓이"라고 이름짓습니다. 저자가 이런 관계앓이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에게 들려 주는 층고를 단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 삶의 중심에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나"를 두라는 것입니다. 안테나가 세상 바깥을 향해 있으니 온갖 잡된 신호와 잡음이 다 몰려와 마음이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그 안테나를 나로 향하게 바꾸어 내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자는 것입니다.
p67을 보면 50가지의 "가치"를 적어 둔 카드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대기업을 다니는 30대의 진호 씨라는 사례자에게 이 카드 중 내 것이다 싶은 것, 그렇지 않다 싶은 카드를 구별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저도 책을 펴고 과연 이 50개 카드 중 어떤 것이 내 것일지 아닐지를 하나하나 가려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 것으로 분류된 카드 중 단 여섯 개만, 가장 소중한 것으로 가려 보는 단계까지 갑니다. 이 과정이 진호씨에게, 그가 진정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인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사례자 진호 씨에게 성공, 성취, 명예 등은 사실 그리 중요치 않았는데, 남들따라 그리 힘들게 살았으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이 테스트를 더 심도있게 셀프로 시도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겐 p90 이하에 자세한 과정이 나옵니다.
말(speech)이란 그저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교육받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말이란 것의 진짜 중요한 의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과 대화하는 통로가 된다는 데 있다고 합니다. 내가 난데 내 생각을 모른단 말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내 안에도 여러 개의 실체가 들어 있어, 때로는 그들끼리 갈등을 일으키고, 어떤 건 억압당합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말을 걸어 "넌 지금 어떤 상태니?"에 대한 답을 얻어내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 아니라(ㅎㅎ) 온전한 나 진정한 나를 내 삶의 중심에 놓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런 나 자신과의 대화를 책 p134에서는 inner speach라고 부릅니다.
30대 후반이면 팀장이 될 만합니다. p161 이하에는 승연씨라는 이름의 사례자가 나오는데, 사람들 앞에서 다소 엄격하게 보이려는 자신이 있고, 내심 매우 수줍어하는 자신 사이에서 어떤 쪽이 진짜 나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괴리감이 심해지면 공황장애가 오는데, 저도 한참 일할 때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같은 급격한 붕괴감이 엄습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의 정신이란 상당히 강한 듯하면서도 그만큼 한순간에 허점을 노출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p180에는 A 매슬로우의 욕구 7단계에 대한 다이어그램이 나오는데, 익히 우리가 아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의 정리가 깔끔해서 좀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p213에는 대학생 정연씨가 사례자로 등장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연씨는 이런 사람일 것 같아요"라면서 접근해 오면, 그녀는 그런 타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어설프게 타인의 감정을 지배하려 들며, 타인을 조종하여 자신의 성욕이나 금전욕을 채우려는 한심한 인간도 있기 마련이며, 이런 착한 사람들이 행여 그런 추하고 늙은 괴물들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연씨에게 저자가 권한 하나의 방법은 p225에 나오듯 감정에 이름을 하나하나 붙이고 감정 일기를 쓰는 건데 얼마 전에 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남한테 끌려다니지 말고 나 자신으로 확실히 자리잡고 살려는 그 마음가짐이 모든 행복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