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진원 지음, 원승연 사진 / 오늘산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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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언제나처럼 동쪽에서 떠오르며, 24시간을 덜 채우고 저무는 일은 없습니다. 그 태양의 움직임에 어떤 각별한 의미가 있으리라 곰곰 궁구하는 이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이치와 운동에도 목적과 의도가 깃들었으리라 기대하는 건 또 우리가 어리석게도 가지는 희망입니다. "오늘"이 그냥 온 게 아니라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으리라고 믿는 건 선하고 티 없는 영혼들이 공통으로 갖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란, 서로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겠니(p35)." 과연 그렇습니다. 바로 한 페이지만 넘기면 장대한 여정의 다부진 시작을 알리는 듯한 아름다운 사진이 한 컷 나오는데,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바로 이렇게 미려한 사진과, 우리네 인생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멋진 문장이 함께해서입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란, 서로의 과거를 의심스럽게 캐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과 눈빛을 통해, 아직 보지 못했던 과거의 발자국까지를 유추하여 남김없이 사랑해 주려는 몸부림이라 하겠습니다. 

p54에는 "진심의 온도"라는 글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험한 세상에, 설령 사자나 고릴라라고 해도 제 뜻대로만 활개칠 수는 없습니다. 거친 정글을 지나다 고꾸라져 크게 다치기도 하고, 저만 못할 것 없는 비슷한 맹수를 만나 물리거나 할퀴어져 치명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런 세상인데, 어떻게 저 연약한 장미꽃이 대지를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기를 기대하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제 줄기를 타고난 대로 키를 키우기도 버거운 판에, 어떻게 그처럼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까지 한단 말입니까?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꽃을 반드시 피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꽃이 핀 것." 그렇습니다. 믿음이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p108에 실린 글을 보십시오. 제목은 "마음이 아파서 전화했어"입니다. 우리는 남들이 겪는 일을 일일이 겪어 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냉정하게, 성의없이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야, 다들 그러곤 해. 너만 힘든 게 아냐." 이런 공감 거부형 멘트가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으면 그 깊은 밤중에 전화까지 했겠습니까. 배경에 실린 어두운 도시의 야경이, 그 심란한 마음을 더욱 슬픈 침묵 속으로 밀어넣는 듯합니다. 

"내가 잡은 것은 그대일까, (아니면) 그대를 놓지 못하는 나일까.(p202)" 확실히, 집착과 미련이 심해지면, 내가 근심에 시달리는지 내가 빚은 피조물인 근심이 나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지 가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이기를 바라는 그대일까?" 그대가 (그게) 나이길 바라니, 이제 내가 잡은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야말로,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지 모를 일입니다. 까만 밤에 하얗게 달이 뜸(p248)도, 배경과 주제가 도무지 구분 안 될까봐 자연이 베푼 지극한 배려임을 우리들 미물은 대체 언제쯤 깨닫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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