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의 미래 - 미중 전략 경쟁과 새로운 국제 질서
이승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고 중국은 이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행위라면서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1997년에도 미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가 비슷한 액션을 취했으나 이때는 중국이 미온적으로 나왔고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못 되었던 걸 감안하면 세상이 크게 변했다는 방증입니다. 현재까지는 미국이 패권국이라 할 만하지만 앞으로는 알 수 없고 인도, 사우디나 터키(튀르키예) 같은 나라가 미국에 보조를 안 맞추고 저렇게 독자노선을 걷는 걸 보면 이미 패권에 금이 많이 갔다고 해도 될 듯합니다. 이 책은 앞으로 미중 양국의 외교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 또 어떻게 국제 질서가 변화할지를 예측하는데, 모두 여섯 분의 국제정치학자가 각자의 전망을 펼칩니다.

냉전 종식 후 30년 동안은 미국의 單極 체제였다고 서울대학교 전재성 교수는 진단합니다. 사실 중국이 저처럼 요란하게 자국의 자존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지만 그 표현에 과장된 바가 많고 다분히 국내용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강합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정말로 지금 미국하고 전쟁이라도 붙으면 중국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미국이 현재 러시아 전선에 집중하다 보니 아시아태평양에서까지 군사적 긴장을 에스컬레이트 못 시키는 거죠. 다만 어떤 방송의 뉴스 앵커가 어리석게 잘못 짚었듯, 대만이 펠로시 방문을 만류했다거나 한 건 아니고, 그들은 이제 중국의 일부로 정체성을 자리매김하기보다 독자적인 타이완인으로서 세계에 나서길 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미국은 대만이 너무 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에 표면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입니다.

단극체제에서 오히려 미국의 패권이 언더마인되었다는 同 敎授의 진단은 워딩상으로 다분히 역설적이지만 엄연히 현재의 국제 질서를 잘 반영합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동안 독일,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려 든 것 같으며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등 예외적인 스탠스로 나온 바 있습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특히 21세기 들어 사이버 보안이 중요해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은 막강한 화력의 사이버軍을 유지, 운용하며 그들 전력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규모나 활동 범위, 구체적인 목표 등이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게 아니겠습니까. 또 該當 아티클의 필자는 민간, 정부 섹터에서 애써 개발한 기술이 허무하게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막는 역량을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우리 미국은 양질의 투자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발언한 적 있는데, 이는 "약탈적 투자 관행(p145)"을 지양하겠다는 약속으로도 들립니다. 몇 달 전 스리랑카가 물가 폭등, 경제난을 못 이겨 국가부도 선언을 했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긴 하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앞세운 중국의 약탈적 행태가 한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이승주 중앙대 교수는 토머스 J 라이트 예일대 교수의 저술을 인용하며, "상호 의존의 무기화"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소개합니다. 사실 이는 묵시적으로나마 중국이 외교 경제 책략으로, 미국보다 앞서 일찌감치 구사한 듯도 보입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놓였으며 중국 어느 실력자가 말했듯 이사를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닙니다. 이런 시대의 격변기를 맞을수록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국가 전략을 점검, 재조정해야 하며, 결코 감정적으로 경거망동하여 대세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