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립과 자기통제를 키우는 ABA 교육법 : 사춘기편 - 자폐 스펙트럼 사춘기 아이를 위한 생활자립기술 36
이노우에 마사히코 지음, 전선진 그림, 최정인 옮김, 민정윤 감수 / 마음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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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는 응용행동분석의 약자입니다. 원어로 applied behavior analysis의 약자인데, 작년('21) 6월경에 이 시리즈 "문제행동편"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된 논의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의 사춘기 양육에 대한 여러 유익한 방법론들입니다.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되었지만 ABA는 두루 유익한 교육체계이지만 특히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론입니다. 그래서 책 pp.12~13에는 ABA 관련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용어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가급적이면 앞선 시리즈를 다 읽고 공부하는 편이 좋겠으나 일단 이 책부터라도 빨리 읽고 도움을 얻고자하는 학부형들이라면 이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꼭 특정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많은 자녀들이 "보호자로부터 감정적 자립"이 완성되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문제는 결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많은 이들은 심지어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혹은 그보다 더 높은 연령대에 도달해서도), 자신이 이러이러한 시기에 부모로부터 어떤 도움을 못 받아서 생긴 상처를 놓고 심하게 아파합니다. 이 상처가 평생을 가는 듯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한테서 입은 상처라서인 듯합니다. 그런데 부모도 사람인 이상 자녀에게 단 한 번의 실수도 안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상처를 오래 안 남기거나 빨리 극복하는 사람은,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빨리 독립하는 유형입니다. 감정적 자립이 빠르다고 해서 효도를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늦게까지 자립 못 하는 타입이 효도는 효도대로 더 안 합니다. 


"부모에게는 당황스럽겠지만 반항이나 양가성은 자립을 위해 필요한 발달상의 통과점이다(p23)." 참 의미심장한 구절입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아이에게 위험하기도 하지만, 평생 귀여운 아이로 부모 곁에 머물 수 없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겪어야 하며 그래야먄 온전한 사람이 됩니다. 책에서는 모든 이상행동이 치료대상인 건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그저 사춘기라서 보이는 증상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과연 이 분야 전문가다운 친절하고 적확한 설명이며, 한편으로 자폐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춘기 증상까지 같이 받아내고 다뤄야 하는 그 부모님들이 얼마나 어려움이 크실까 하는 생각도 새삼 듭니다. 


책에서는 꼭 또래가 아니어도, 친구를 하나 두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한 아이가 나오는데 당연히 이런 아이는 교우관계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동네 모형가게에 다니면서 단골 손님들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 손님들도 순전히 같은 취미로 모인 이들이니 괜히 어떤 병을 문제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다. 다만 이는 일본의 사례라서 그렇고, 우리 같으면 순전히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조차 취미 외적인 이슈, 사회적 지위라든가 재산 같은 걸 공연히 문제 삼는 못된 이들이 있고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는 점 언급하고 싶고, 다만 친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주위에 부모뿐이고 다른 친구(관계)를 못 만든 아이는 이걸로 평생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ABA 방식은 우리들 일반인들이 스몰스텝 위주로 잘게 쪼개어 난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p33에서는 다소 의외랄까, 탑다운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니 소소하고 작은 걸 아직 못하는데 더 상위단계 방법을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무엇보다 ABA에 안 어울리지 않나 싶지만 저자는 그게 바로 우리들 비전문가의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아이에 따라서 특정 애로가 아주 안 넘어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단계 때문에 계속 거기 머물 수는 없습니다. 스몰스텝에서 살살 위로 높여나가는(p33. 높혀나가는 x) 방식을 바텀업이라 부른다면, 탑다운은 지금 당장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마치 편법처럼 시원시원하게 가능한 단계부터 먼저 싹싹 찾아 목표, 목표부터 일단 달성하고 보는 방식입니다. 과연  이게 더 ABA스러운 방법 같기도 합니다. 권위자의 가르침을, 나의 상식보다 앞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꼭 자폐스펙트럼이 아니라 해도 자기 통제의 힘을 키우는 단계가 특히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p40에는 네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첫째 강화를 받지 않아도 기다린다입니다. 강화는 심리학 개념이고 일정한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걸 가리키죠. 이게 사실 성숙한 인간이 되고 안 되고의 결정적 갈림길인 것 같습니다. 미숙한 인간은 장기적으로 보아 A가 분명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보상이 필요해요!"라면서 당장 무슨 대가가 주어지길 기다리고, 떼를 씁니다. 이 단계가 지독하게 안 넘어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는 유형은 머리가 딱히 좋다거나 하기보다, 순간의 유혹과 편해지고 싶은 충동을 이기느냐 아니냐에 더 크게 의존합니다. 이 고비를 못 넘는 유형은 커서도 공무원 시험이건 한능검이건 토익이건 절대 통과를 못하고 평생 그렇게 삽니다.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 같습니다. 


아이와 행동계약서를 작성하고 이것이 남 좋으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며, 약속을 지키는 인간이 얼마나 품위 있고 멋진 인간인지 스스로에게 확신을 시키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가르칩니다. 또 잘못이 있으면 엄마아빠한테 매를 맞아서 고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기 스스로 수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단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미숙하고 어리석은 반 범죄자로 사느냐 조직에서 회사에서 존중 받는 사회인이 되느냐가 갈린다는 점을 깨닫게 되더군요.


탑다운 방식으로 일단 잘되는 것부터 해결하고 목적지향적으로 과감하게 행동하는 방식은 이 책에서 여러 경우를 염두에 두고 가르칩니다. 가게에 가서 돈 내고 물건 계산하기도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체 우리 나라는 왜 자폐아라든가 애가 지들 생각에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점원들이 그렇게 눈치를 주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지들은 뭐가 그리 잘나서, 고작 카운터에서 일 보는 게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됩니까? 정작 사회에서 성공하고 남들에게 인정 받고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이들에게 참 관대합니다. 꼭 보면 무슨 하자 있는 사람들일수록, 남이 좀 못한다 싶으면 그걸 흉을 꼭 보고 참지를 못합니다.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자폐스펙트럼 있는 아이들은 그 외에도 빨래하기, 빨래 개고 정리하기, 몸가짐 단정히하기, 뒷정리하기, 뭐 이런 걸 힘들어하기 쉽습니다. 탑다운 방식은 세세한 절차를 가르치기보다, 목적이 무엇인지를 인식시키고 성큼성큼 다가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듯합니다. 사실 이건 자폐아다, 청소년이다, 이걸 떠나서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부 사항을 다 익히고 나서야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일머리 없다 소리 듣기에나 딱 좋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탑다운 방식은 사실 성인들도, 지금 도대체 달성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떠올리고 무엇이 문제 해결에 더 본질적인지(뭣이 중한겨?) 생각하게 돕는 좋은 방법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피아노 연주하기, 뜨개질하기, 인터넷 안전하게 이용하기도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책의 방식은 경우에 따라 탑다운 위주라는 걸 독자, 학부모들이 알 필요가 있으며 책 읽다가 "아니, 이렇게 해도 되나?" 싶으신 분들은 책 앞부분 총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탑다운 방식 개념부터 다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이 출판사에서 나온 ABA 시리즈를 차분히 1권부터 복습을 할 수도 있겠죠. 특히 저는 ATM 이용하는 방법 같은 건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학부형들이 가르쳐야 하겠다 싶었습니다. 또 여기서 배운 여러 요령들은, 타 행동에도 응용하기가 좋았기에, 이건 꼭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긴 저자는 애초에 탑다운 바텀업을 이분법으로 고지식하게 나눌 게 아니라 "조화"있게 아이를 가르치고 공감하는 게 ABA의 핵심이라는 말씀을 합니다. 나아가,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에 대해서도 우리 어른들이 깊이 있게 반추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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