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뇌와 AI의 결합 IoB - 테슬라, 스페이스X를 넘어 미래를 바꾸기 위한 일론 머스크의 멈추지 않는 도전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송태욱 옮김 / 동아엠앤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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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B는 Internet of Brain의 약자입니다. o만 소문자로 된 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6~7년 전 대중화한 ioT, 즉 사물인터넷 표기를 살짝 비튼 것입니다. 모든 사물에 망이 연결되어 어디에서건 자유로 제어할 수 있는 게 IoT였다면 이 IoB는 뇌, 우리의 브레인에 칩을 심어 망과 사람의 뇌가 어디서건 연결되어 펼쳐지는 놀라운 신세계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레이 커즈와일 같은 사람이 펼친 적 있으나, 이 책에서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전기차의 탑독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미래상이라서 더 흥미가 생깁니다. 


뇌, 구체적으로는 그 중 대뇌피질에 칩을 심는 건 아이디어 단계가 아니라 이 책 p16에 나오듯 연구와 실험이 상당한 단계까지 진척이 이미 되었습니다. 아홉 살 수컷 원숭이 "페이저"에게는 BMI 디바이스(뇌 임플란트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라는 게 이식되었는데, 이것이 먼저 뇌의 신호를 읽은 후 조이스틱 레버에다가 블루투스로 명령을 보내고, 이것이 커서를 움직입니다. 원숭이는 손 하나 까딱 않고 먼 곳에 떨어진 게임을 합니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뇌파 생성)만으로 저 모든 작동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우며 물론 아직 극초반의 단계이지만 일단 첫걸음을 떼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실험 동영상은 이미 본 사람들도 많아서 큰 화제가 되었고 혹 아직 못 본 분들은 책에 나오는 링크를 참조하면 되겠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소통을 주로하는 사람입니다. 때로 메시지가 혼란스럽고 변덕도 심하지만 여튼 그가 특정 시점에서 발표하는 이런저런 사항들은 작게는 테슬라의 앞날과 주가를 크게 변화시키는 중요함을 지녀 왔으며, 크게 보면 이처럼 인류의 삶과 비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엄청난 것들입니다. 과연 끝까지 가서 성공할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일단 놀라운 상상력을 이처럼 실천에 옮기는 대담함에 놀라게 되며, 그가 시제품격으로 내놓은 이런 시스템들은 먼 룻날 누가 성공시켜도 성공시킬 것 같습니다. "엄지손가락보다 빨리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다(p21)." 동작의 개입 없이 뇌가 직접 스마트폰(혹은 어떤 기기라도)을 조작하니 당연합니다. 엄지로 조작해도 좁은 자판 때문에 숱한 오타가 나서 짜증스러운데 IoB로는 그럴 일도 없죠. 


뇌에 디바이스를 심는다니 무섭기도 하고 왠지 꺼려지지만 p27을 보면 현시점 기준 수술은 모두 로봇이 할 수 있으며 1시간이면 다 끝난다고 합니다. 책에는 이런 역사적인 발표를 할 당시의 머스크를 담은 사진 등 저널리즘적 의의를 지닌 도판도 실렸지만 상당수는 대체 머리에다 어떻게 디바이스, 링크를 심는다는 건지 독자의 이해를 도울 일러스트나 유튜브영상의 스크린샷입니다. 그림이 많아서 읽기가 편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실용화만 된다면 엄청 편한 기술임은 분명한데, 특히 신천적, 혹은 사고를 통한 후천적인 장애인들에게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책에 나옵니다. 과연 그렇겠고, 대뜸 그 생각부터 했어야 했는데 독자로서 약간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참 비전이 엄청난 사람인 게, 전기차는 원래 진입장벽이 낮아서 중국 등 신생 후발 업체가 얼마든지 시장에 들어온다고 하죠. 우주여행은 물론 실용화만 되면 백만장자들이 돈을 싸짊어지고 올테지만 안전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IoB를 다룰 뉴럴링크라는 회사도 머스크가 론칭하는 건데 업계의 기대가 엄청 크다고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돈은 많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다"며 아주 벼르고 있고, 다른 분야에도 응용성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전기차 하나만으로도 정신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지도 못한 분야를 개척하고 벌써 이만큼이나 실용화 단계에 진입을 시켰으니 정말 천재가 아닐까 놀랍기만 하네요. 


우스운 건, 머스크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나오는 스카이넷 같은 것을 AI 궁극의 단계로 보고 이것을 인류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만화 하나 잘못 읽고 공연히 가상의 적을 설정하여 불안에 떠는 모습 같은데, 머스크가 IoB에 이렇게 열중하는 것도 사람 머리에 칩을 심어 AI의 막강한 성능에 대항할 필요가 있어서랍니다. 좀 어이가 없는데 어차피 망을 (그런 나쁜) AI가 장악하면 사람 머리에 칩을 심은들 그걸 무슨 수로 막아내겠습니까? 그런 칩은 망과 무관하게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사람 두뇌의 성능만 강화할 수도 있는 것이라야 하는데 이건 벌써 IoB가 아니죠. 뭐 여튼 동기가 저처럼 유치해도(p96에서는 이 책 저자가 "유아성"이란 표현까지 씁니다), 실제로 빚어내는 성과만 뛰어나면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워낙 머스크가 영리한 사람이다 보니 어리석은 대중은 이런 식으로 자극해야 자신에게 더 주목하겠다 싶어 괜히 저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그의 결과에만 주목하면 되죠.


p41에는 불사신의 독재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머스크가 궁극의 AI 진화형태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거 같아도, 책에서는 2차 대전 당시의 히틀러가 독일 국민을 그렇게나 감쪽같이 사로잡은 선동, 세뇌 방식을 보고도 이미 이런 종류의 공포를 느꼈다는 겁니다.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은 아주 뿌리깊은 전통을 가졌는데 비록 표현 방식이 유치하다고 해도 머스크가 이런 식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건 적어도 전략적으로 아주 영리하다는 거죠. 이 책 저자 하마다 가즈유키는 그런 데까지 통찰을 하는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학적, 정치학적, 인문적 뷰까지를 두루 갖췄다 하겠습니다. 


저자는 민간뿐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나 기관에도 주목합니다. p53, p110에는 2019년에 뇌 실험을 본격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주관처가 DARPA입니다. 요즘 이 기관 언급은 어느 책 어느 리포트를 읽어도 언급이 될 정도이니 독자들도 놓치지 말고 꼼꼼히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드론을 기존의 실물 레버가 아니라 뇌파 조종까지 가능하게 한 단계로 이미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책 후반부에는 머스크 하면 또 바로 떠오르기도 하고 며칠 전 바이든이 비꼬기도 한 달나라 여행 프로젝트가 현재 어디까지 진척되었는지를 다루며 또 1년 전에 엄청 욕을 먹은 비트코인 딜링 이야기도 나옵니다. 머스크를 비판하는 사람, 세력도 많고 그 중 상당수는 근거를 갖췄으며 지금 독후감을 쓰는 저도 이 사람 미친 사람 아닌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만큼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행보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반드시 그런 기행, 실언, 망언(?)이 어떤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책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머스크라는 사람이 일본, 일본인과 여태 어떤 접점을 가졌는지 개략적으로 짚기도 합니다. 또 애플이 그저 피상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어필한 것과 달리 머스크는 몇 걸음 더 나아가 장비의 체내 내장화, 이른바 웨트웨어(wetware)화를 논하는 단계까지 갑니다. 책이 아주 가벼운 편인데 워낙 무거운 주제를 요령껏 쉽게 다루다 보니 엄청 두꺼운 책을, 그것도 재미있게 훅 읽어낸 느낌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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