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약 - 추격자를 따돌리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를 여는 기업들
하워드 유 지음, 윤태경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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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아이템을 갖고 출발한 회사라 해도 그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 뭔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 현재 탄탄 대로를 걸어온 회사라 해도 마냥 그 길을 걷는 게 가능하다고 볼 수 없으며, 역시 아무도 갖지 못했던 기발한 무엇을 새로이 손에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기발하고 독창적인 지적재산이라 해도 그 보유 기간이라는 게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 스위스 제약업은 어떻게 해서 굳건한 번영을 지속(p25)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대목입니다. 한때 잘나가는 산업을 가진 회사는 남들과 달리 특별히 이익이 있는 줄 알지만, 또 설령 있다고 해도, 그 이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현재 A가 잘나간다고 해도, 그 A를 특정한 B가 따라잡을 확률은 낮지만, C, D, E, ... 중 어느 하나가 따라잡을 확률이라고 하면 뙈 높습니다. 그런데 10년, 20년, 심지어 한 세기가 지나도록 A가 그 자리를 어느 누구한테도 따라잡히지 않고 있다면 그건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입니다.


현재 항암치료라고 하면 꽤나 새로운 여러 기법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몸에다 화학적 치료를 하는 게 전부였는데, 설령 암세포가 하나 잡힌다고 해도 몸의 다른 부분에 골병이 들기 일쑤였습니다. 지금은 어떠한가? 표적 치료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며, 이제는 면역을 강화하여 암세포의 근본적 제거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일수록 "우리는 기존에 우리가 얼마나 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닫습니다(p131)"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겸손의 표백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오히려 혁신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그 전도에 혁신의 여지가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잘 보인다는 역설도 증명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역사적 업적을 남긴 인물을 "거인"에 비유했다고 합니다(p153). 니체뿐 아니라, 같은 페이지에 나온 뉴턴도 역시 "나는 앞선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더 잘 볼 수 있었다"고 겸손되이 말한 적 있습니다. p158에 나온 고든 무어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집적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 창시자이며, 이처럼 혁신이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 창창한 앞길(의 속도와 방향)을 쉬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더 가속됩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누구나 계면활성제를 그릇 닦는 세제로 씁니다. 아주 예전에는 트OO, 퐁X 같은 게 히트 상품이었으며 저 역시 방금 전에 동네 슈퍼에서 싸게 산 어느 세제로 설거지를 막 마친 상태입니다만 요즘 이런 제품이 가격 부담 때문에 빠른 구입이 망설여진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독일의 어느 혁신 제품 역시 그 효능은 누구로부터도 찬사를 받았으나 개발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 살 엄두를 못 내었다고 합니다. 부잣집 며느리쯤이나 되어야 이런 상품을 사고 손수 설거지를 마친 후 으쓱해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혁신이란 이처럼 끝을 모르고 거듭되어, 마침내 동네 서민 누구의 손에서라도 쉽게 소비되는 단계까지 가야 비로소 완성 비슷한 지점에 이르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이런 계면활성제 세제 하나도 아직 혁신의 끝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도 <퀴즈 아카데미>라든가 여러 포멧의 퀴즈쇼가 성황을 이룬 적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제퍼디>라는 프로그램이 이미 AFKN 시절(한국 기준)부터 인기를 얻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럼 인공지능이 과연 퀴즈쇼에서도 우승하는 게 가능할까? 2011년 IBM의 왓슨은 이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p203)했습니다. 같은 회사의 딥블루는 그 몇 년 전 러시아의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넉다운 시키기도 했습니다. IBM은 현재 이 왓슨을 의료 기기 쪽으로 확장 개발(p217 참조)하여 판매 중이며 현재 한국의 길병원 등에서 활용 중입니다, 이런 인공지능에서 혁신의 핵심은, 다양한 맥락 속에서 발화되는 일상 언어를 컴퓨터가 어떻게 잘 알아듣게 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p170에도 나오듯 위챗 같은 킬러 앱은 그 핵심 기능을 당해 회사 직원이 "개발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갔다고 합니다. 그럼 누가 하느냐? 바로 유저들, 우리 같은 일반 사용자들입니다. 사용자들이 모이고 모여 이룬 피드백의 홍수를 보고 자동화한 알고리즘이 이 중 핵심적인 사항을 추출하여 자동 개량에까지 유도합니다. 그러니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앱은, 혹은 혁신 기업은 자동으로 혁신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나간다는 뜻입니다. p171에 나오는 무형의 지식생산필터라는 다이어그램을 참조하십시오. 


p243에는 뉴턴의 유명한 언급이 또 에피그램으로 인용됩니다. "용감한 추측 없이는 어떤 위대한 발견도 불가능하다." 사실 정말로 용감하면서도 위대한 추측은 천재한테서만 가능하기에 약간은 씁쓸한 말이기도 합니다만(우리들처럼 용감하기만 한 추측은 별 쓸모가 없다는...) 여튼 어느 단계에서는 기존의 모든 걸 포기하는 대담한 도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 어떤 것이 대담한, 그러면서도 위대한 도약인가? 앞에서 우리가 열거한 많은 사례들에 대해 대중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혁신은 그저 자연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의 전유물이라고. 그러나 p262 같은 곳에서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 같은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상황이 비선형적(즉 비 일차원적)으로 변합니다. 그러기에 물리학이 쉽고 사회학이 어렵죠." 기계의 분석 결과를 따라가기만 하면 딱 일차원적인 변화만 가능할 뿐입니다. 과학은 컴퓨터가 아니라, 바로 천재적인 인간이 활동하는 바를 모방해야만 혁신이 가능하며, 이럴 때에만 "위대한 도약"이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구글은 원래 직원 몇 사람으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 되었으나 불과 십 년도 안 되어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전했죠. 이러던 게 최근에는 거대 기업의 행태를 따라하여 내린 몇 가지 큰 결정이 대실패에 직면하여 쓰디쓴 사업철수에 몰린 게 한두 건이 아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구글은 다시 린(lean) 스타트업이 하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삼성이 몇 단계의 도약을 거칠 때에도 "현장의 수요에 부응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할 때뿐이었습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이라야 이 변화무쌍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고 놀라운 혁신, 위대한 도약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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