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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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은 집을 떠나 봐야, 낯선 이방에서 나 자신을 좌표매김해 봐야 참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원숙자 작가님의 여행 산문집이지만 멋진 여행 가이드서로 활용해도 되고, 공력 높으신 진짜 작가님의 조용한 잠언서로 읽어도 되겠습니다.


역시 한국인이면 백두산 천지에 한 번은 올라 봐야 그 진짜 정기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죠? 문재인 대통령도 저 북쪽의 최고 책임자와 함께, 이 작가님과는 달리 중국 측 방향이 아니라 북한 쪽에서 등정하여 감개무량한 순간을 만들었지만, 이 책에 실린 등정기 역시 작가님의 벅찬 감정이 지면 바깥까지 느껴집니다. "꿈은 더뎌도 이처럼 이뤄지는 것이니.... (p54)." 과연 그렇습니다. 


남편분과 함께 홍도(p106)를 다녀오신 기록도 있습니다. 과거 국어 교과서에는 백 철 선생의 <다도해 기행>이라는 글이 있었는데 대체 어느 정도 절경이기에 사람의 붓 끝에 이처럼 절절한 느낌이 묻어날까 놀라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방파제를 걸은 느낌, 육지로서의 홍도를 접한 감정이 더 진하게, 구체적으로 쓰여서 좋았습니다. 초반의 여수 돌산도 뿐 아니라 책 중반부에는 홍도에 이어 (같은) 신안의 흑산도 기행문도 나옵니다. 


얼마 전 전통문 교류가 새로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안타깝게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왜 같은 민족인데도 이처럼 인위적인 선을 그어 놓고 군사적인 대치를 벌이며 교류를 막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는 금강산 관광을 다녀오신 기행문도 있는데 처음에는 어 금강산이 과연 맞나? 하면서 앞 페이지를 다시 넘기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금강산이 맞았으며, 당연히 다녀올 수도 있는 것을, 구태여 의심하며 다른 산인가 착각하진 않았는지 의심하는 그 자체가 비정상인 상황임을 개탄하게도 되었습니다. 금강산 기행문은 그야말로 우리 나라 명문장가들이 한 편 정도는 다 남긴 이름난 주제이겠는데 이 책의 문장도 작가분의 솔직한 느낌과 함께 참 멋진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이 책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다녀온 기행문도 있습니다. 여정이 그리 길지는 않은 코스였던 듯한데 이처럼 촘촘히 다니시면서 많은 지점을 커버하신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특히 저는 p239 이하에 자세히 기술된 이스탄불 대목이 좋았습니다. 이슬람의 800년 숙원을 이룬 콘스탄티노플 함락... 그전까지 이슬람 문명은 로마로 대변되는 기독교 문명에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이 쾌거를 기준으로 기개를 마음껏 떨칠 수 있었죠. 허나... 


저자는 책 전반부에 실린 백두산 기행문에서 중국측 인사들과의 살뜰한 공감 순간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래도 연배가 "중국" 못지 않게 "중공"이라는 국호에 익숙할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그리 길지는 않아도) 대만을 다녀온 느낌, 이제는 슬슬 대만 공화국을 준비하는 현지인들의 분위기도 전합니다. 대만의 노무현이라 한때 불렸던 천수이볜도 대만 독립을 주장한 정치인이었고 현재의 총통도 그 노선을 걷는 분이죠. 한때 무척 양안관계가 밀접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 중국의 노선이 참 융통성 없고 어리석다는 느낌도 듭니다. 대체 뭐가 그리 조급한 걸까요. 자신 있는 사람은 걸음을 그리 걷지 않는데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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