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 상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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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딸 키우기가 그렇게 겁이 나나 봅니다. 보통 아들 키우기를 엄마들이 더 버거워하고, 딸 걱정은 아빠들이 더 자주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기본적인 치안은 안정된 나라에서도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저 잠시 밖에만 나가도 부모들이 걱정스러워하는데, 그것도 미국에서 무작정 가출이라면 얼마나 걱정들이 되시겠습니까.


이런 도입부는 예전 영화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The Cure)>가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몸이 아픈 아이 하나, 그 아이보다는 키가 크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 하나(둘은 혈연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위험천만한 환경으로 "치료약을 찾아" 가출하는 이야기인데 물론 곳곳에 위험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사람"이었죠. "악의를 품은 사람".


사촌 사이라는 게 묘합니다. 아주 형제처럼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른바 sibling rivalry라고 해서 뿌리 깊은 적대감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물론 의 좋은 형제들도 많죠)... 어찌 보면 간만에 보는 사이라서 더 반갑고 살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남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레이나와 이츠카는 독자인 제 생각에 너무 서먹하지도 않고 너무 친하지도 않고 딱 동양에서 보기 쉬운 적절한 친족 관계입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p91)"


그렇죠. 좋은 사람 옆에 항상 좋은 사람이 끼기 마련입니다. 널 처음 만났을 때 이러이러했다면서 좋은 느낌과 설레는 기억을 항상 떠올려 줄 수 있는(지겹지 않은 범위 안에서) 사람이 곁에 있는 건, 또 원할 때 옆에서 떠올려 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합니다. "뱅!"하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느낌. 우리는 삶이 힘들어도 이런 추억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고 또 평생을 버텨 나갈 활기를 얻습니다. 


"재미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보통이었어(p167)."


그렇죠. 이츠카가 이렇게 대답하자 크리스는 씩 웃습니다. 그 느낌 안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마음이 통하는 친구끼리는 말없이 짓는 미소만으로 모든 소통이 됩니다. 


"Shameful(p219)."


왜 할머니들은,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체면을 먼저 떠올리거나, 아예 자신의 탓을 하는 걸까요. 속상합니다. 이츠카는 다만 지금 레이나를 먼저 찾아보는 게 급해서 더 이상 못 머뭅니다. 다리도 짧고 우스운 닥스훈트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이후 미즈 패터슨과는 병구완을 하면서 더 친해집니다. 그리고 구르망... 언제나 이츠카가 신경 써 주어야 하는 아이... 곧 이 곳에는 패터슨 부인의 친손녀인 어느 뮤지션이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도착한다고 합니다.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실로 파란만장한 두 사촌의 모험 아닌 모험은 과연 어떤 방향을 틀지. 환경보다는 마주치는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 지울 수 없습니다. (하권 서평에 이어짐)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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