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후기 정치사 경인한국학연구총서 152
김창현 지음 / 경인문화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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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김창현 교수입니다. 제가 2018년 책프 17기에 참여할 때 9주차에 이분의 저서 <고려의 불교와 상도 개경>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 고려 후기를 무인정권 시대 상, 중, 말, 그리고 최씨 정권 시기, 강도(江都) 시대, 충선왕 재위기 전후, 신돈 정권, 그 이후 등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인 무인정권 시대에서 최씨 가문 집정기를 완전히 분리한 것도 그렇고, 원 간섭기 중 특히 충선왕 시기를 대표로 꼽은 것도, 공민왕 재위 초기를 아예 "신돈 정권"이라 규정한 것도 모두 특이합니다. 매 장마다 머리말을 따로 붙여 놓은 편제도 눈길이 갑니다.

중고교 교과서에서 보통 이의방은 언급하지 않습니다만 무신집권 초기 매우 중요한 지도자였으니 어떤 학자의 저자에서도 이 사람이 토픽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앞 시기 실력자 중 한 명였던 이고를 독립적인 정권 담당자로 꼽는지는 학자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중부 정권은 5년 정도 지속되었는데 특히 후기에 들어서는 그 아들 정균이 사실상 2인자였다고 해도 괴언이 아닙니다. 경대승은 이 정균을 척살한 후에야 자기 시대를 열 수 있었습니다.

이의민은 아주 독특한 케이스인데, 일단 고려 시대 천시 받던 신분 출신에서 일약 고려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지도자의 위치로 올라섰다는 게 주목할 만합니다. 정선 이씨의 시조이나 본인은 경주 출신이며 정권이 몰락한 후 그 후손들이 강원도 정선에 피신하여 터전을 새로 일궈서 그리된 것입니다.

이 책 저자는 특히 최씨 가문 4대 60년 통치기를 "私第 정치"로 규정합니다. 第(제)라는 글자는 스승과 제자, 혹은 순서(차례라는 단어가 여기서 왔습니다) 등의 뜻을 가지지만 본디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私第는 私邸(사저)와 통합니다.

원 간섭기 고려의 왕들은 시호에 "충(忠)"이 반드시 붙고 대도(大都. 북경)의 호출을 수시로 받는 등 제약이 심한 채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부마국이긴 하나 이곳에 시집오는 공주가 반드시 황제의 딸은 아니었고 널리 황실 출신인 정도도 많았습니다. 다만 공민왕 같은 이는 직계 1대 기준 반드시 혼혈은 아니었으니, 저자가 특히 충선왕을 "혼혈 군주"로서 이 시기 대표로 올린 배경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제6장 한 챕터를 할애하여 "금강산 신앙"에 대한 분석을 행하는 게 독특합니다. 원 불교는 미신적인 라마교라고 해서 고려 고유의 불교 종단에서는 그리 반가이 여기지 않았는데 이 책 6장에서 특히 많은 시사점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신돈 이후 고려 정치는 도평의사사를 중심으로, 마치 조선 후기가 비변사 중심으로 운용된 것과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8장, 9장에서 시스템을 축으로 한 정치사 분석이 이뤄지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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