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처음 만나는 초등 고전 시리즈
조이스 박 지음, 권영묵 그림 / 미래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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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므로 어렸을 때부터 신들이나 영웅의 이름에 익숙해야 청소년기 이후의 독서에 무리가 없습니다. 거의 필수라고 해야겠죠. 사자성어라든가 동양 고사를 잘 알아야 한국에서 교양인으로 대접 받는 것이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동양 고전은 비록 한자라는 장벽이 있긴 해도 같은 동양권 문화라서 큰 거부감이 없는데, 그리스 신화는 이름도 어렵고 등장하는 신들이 너무 많아서 접근이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내용은 대단히 성적(性的)이기도 해서 더욱 난감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아이들 용으로 너무 복잡하지 않게 정리하거나, 이런저런 민감한 내용을 좀 쳐내고 순화한 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책은 확실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 pp.6~7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계보도가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아이들 용으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표처럼 보였습니다. 일단 올림포스 12신의 이름은 따로 두드러지게 표시를 하고, 그 외에 누가 누구와의 사이에서 누구를 낳았는지 보기 좋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이런 내용을 머리 속에 정리할 건지, 아니면 먼저 표로 개념을 잡고 이야기를 읽을 건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튼 중요한 건 이런 표가 좀 따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어른인 저도 신들의 "계보"가 머리 속에 잘 정리된 건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누가 누구였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이들이 책을 앞으로 넘겨 참조할 수가 있어야 할 겁니다.

서양 동화, 민담, 심지어 동양이나 한국의 그것에도 "의붓부모, 의붓 자녀" 이야기가 상당히 자주 등장하며 특히 계모한테 학대 받는 아이들 이야기는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사실 아이를 학대하는 건 계부가 현실에서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말입니다. 예전에는 일부일처제 의식이 희박해서 그랬다고 쳐도,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데 구태여 아이들에게 결합 패턴 가정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 줘야 할지 의문도 들지만, 예컨대 p104 이하에 나오듯 헤라가 시앗에 대한 질투 때문에 의붓아들이라 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를 개고생시키는 건 원래 신화의 줄거리가 이러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그나마 책에서는 최대한 거부감 없게, 마치 심술꾸러기인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고생시키는 것처럼, 원 내용의 왜곡까지 안 가는 범위에서 최대한 무난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노역"이라는 단어가 어린이들에게 좀 어렵게 다가오겠지만 여튼 12난사를 최대한 재미있고 간단하게 추렸다는 느낌입니다.

표준 표기는 (이 책에 나온 대로) "미다스"입니다만 여튼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표현은 이제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며 이의 패러디인 "마이너스의 손"도 재미삼아 널리 회자됩니다. 책 p146에는 "미다스의 손"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무작정 물욕에 빠져들다 인생 전체를 망친 인물의 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 어린 독자들이 생각할 바가 많을 듯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동양의 여러 고사가 품은 익숙한 교훈과 가장 접점이 많은 예이기도 하겠습니다.

p60 이하에는 사랑의 신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에 빠진 아폴론의 치정 이야기가 다뤄지는데 요즘 스토킹이라든가 여러 사회 문제가 많이 벌어지기도 하기에 시의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아폴론은 만약 에로스의 장난이 아니었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도 모르고 이런 감정의 폭주에 빠지는 일이 잦습니다. 일시적 격정에 몰려 인생 전체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로부터 교훈을 잘 추출하여 정신을 가다듬는 건 의미있는 체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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