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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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기존의 "합리적인 경제 주체의 이성적인 결정"에 주목하는 학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혁신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탈러 박사, 또 대니얼 카너먼 등은 왜 우리들이 어리석고 비효율적인 행동을 하며 사고의 오류에 빠지는지를 면밀히 분석하여 노벨상까지 받았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의 이성적인 결정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고 어리석은 오류로부터도 반면교사의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일상의 우리들이 저지르는 실수 등이, 행동경제학의 주제와 훨씬 더 밀접히 닿아 있기에, 행동경제학의 여러 논의들은 마치 우리의 일기장을 엿보듯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삶의 실천적 과제를 (정반대 방향에서) 실용적 해결책을 일러 주는 고마운 코치이기까지 한 셈입니다.

과도한 재고는 비단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 혹은 공장 등에서 사장님들한테 언제나 골칫거리인 문제입니다. p204에는 크라이슬러에서 내놓은 "리베이트 프로그램"이라는 예가 나오는데, 쉽게 말해 차를 사면 현금으로 일정액을 돌려 주는 제도이며 우리도 드물지 않게 만나곤 합니다.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가격을 깎아 주는 가격할인 프로그램보다, 금액이 같으면서도 이렇게 현금 다발을 돌려 주는 방식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내 돈 중 일부를 돌려받았을 뿐인데도 왠지 횡재나 한 것 같고 말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도 이 정책을 같이 채택한 후에는,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 행사는 "애초부터" 새로울 게 전혀 없었으나, 까다로운 자동차 판매점으로부터 현금을 일부나마 도로 돌려받는 "체험"의 효과가 컸던 셈입니다. 나의 "지갑"에는 큰 영향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만약 이 행사를 한국에서 지금 실시한다면? 냉정하게 살펴서 일찍이 있었던 "할인"과 별 차이 없다며 큰 관심을 안 보이는 이들도 많을테고(이성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며 현금 환급은 뭔가 다르다는 축도 있을 겁니다. 사실 재난지원금 이나 유류환급금 지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케인즈는 현대 거시 경제학의 큰 흐름을 이루는 두 가지 트렌드 중 하나를 창시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건 주류경제학자들 중 상당수가 케인즈의 이론을 "이론적으로" 비판하는 여지가 훨씬 넓어진 게 작금의 현실이며, 행동경제학이 한참 후인 지금 이처럼 인기 있어진 시점에서 케인즈의 여러 진단은 뭔가 "비합리적이지만 효과 있고 널리 행해지는 선택"의 예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허나 케인즈의 천재적 통찰력은 여전히 위력 있으며, 이 책에도 나오듯 "소수의 오너가 오히려 대중 다수보다 더 정확히 기업 가치를 파악한다"는 말은 두고두고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이 과연 맞기에, 주식시장에서 온갖 주식들이 미친 듯 가격의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합리적인 결정과 판단을 하려 애 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과 거리가 멉니다. 이 이유는, 우리의 생각을 메타적으로 객관화하는 노력을 못 하기 때문이죠. 어처구니없는 건, "생각을 객관화"하라는 비판조차도 남을 향해 즐겨 쓸 뿐, 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 중인 자신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럴 엄두 자체를 안 낸다는 겁니다. "내 생각이 이처럼이나 옳은데 왜 저들은 내 말을 안 듣지? 바보 아냐?" 이런 말이야말로 특급 바보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전가의 보도입니다.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통찰하고 반성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현자의 전매 특허이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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