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탐구 수업 -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라본 세계 명작 12편
서순범 지음 / 샘솟는기쁨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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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설을 읽고 문학 작품을 널리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거장들의 작품에 캐릭터로서 등장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무척 다채롭고 깊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형상화하며, 그 이면에 숨은 동기를 파헤칩니다. 이런 시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타인들, 이웃들, 나아가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알 수 있기에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을 알아 보고, 지인의 행동을 살피며, 인간 일반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합니다.

<달과 6펜스>는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어떤 성공적인 직장인이 등장합니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다녔으나, 홀연히 이를 그만두고 먼 곳으로 그림을 그리러 떠납니다. 작가 몸이 이 인물을 소설 속에 담았을 때 그는 실제 화가 오귀스트 고갱을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여튼 인간에게 그저 돈과 욕망 등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동기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뜬금없고 추상적이지만 나의 자아, 꿈, 이상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분명 존재한다는 걸 이 소설은 재미있게 보여 줍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작가, 화가,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하여 그 사람에게 그저 순수한 잠재력이 내포되었다고는 말 못 할 것입니다. 어떤 허위의식, 착각, 속물 근성 등이 거꾸로 그의 내면에서 왜곡된 자아상을 빚었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역시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무식하고 거칠며, 남의 기분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무례한 언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유쾌하고, 그의 명언들은 우리의 감정선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대체 왜일까요? 그의 어느 정도 위악적인 태도와 성품은 사실 우리 모두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어 표현만 못할 뿐 가장 깊은 공감의 선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약점을 제 한 몸에 고스란히 지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태여 숨기거나 부인하지 않으려는 그의 솔직함에 우리 모두를 격동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로 잘 아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클라인바움의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이 키팅 선생 역시 이단아입니다. 그는 명문 사립학교에 부임하여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나 모두 아주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 엘리트로 군림하려는 거죠. 그런 학교에 부임한 선생이라면 그 목적에 순응하며 입시에 걸맞은 교육만 시키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팅 선생은 파격을 일삼고 나아가서는 제도 교육 자체를 부인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합니다. 학생들은 열광합니다. 그 모든 속박과 위선을 한번에 떨치고 가장 정직한 내면과 대화하게 도움을 줬기 때문입니다.

베르테르는 생을 포기하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죽었습니다. 법학은 사실 가장 건조하고 합리적이며 냉정한 규칙의 세계인데, 베르테르는 이 틀 안에서 나와 그의 베아트리체였던 샤를롯과 맺어지려 들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사실 현학적이고 이데아적인 것이어서, 진실로 샬럿이 그의 이상대로 기대대로 현숙하고 우아하며 정숙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샬럿의 본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에 모든 걸 걸고 지고선을 추구했던 베르테르의 용기가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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