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신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 정상적인 교회가 있기나 해?(p15)"

참 공교롭게도, 이 소설을 읽은 동안 유명 방송인에 관련된 뉴스가 나와 인터넷을 시끄럽게 했습니다. 그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었는데 또 비슷한 일이 터진 거죠. 대체로 방송인들은 반듯한 외모에 차분하고 지적인 말투를 지녔기에 물정 모르는 사람에게건 그렇지 않건 간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게 보통입니다. 여성들의 경우  괜히 재벌가의 일등 신붓감으로 꼽히는 게 아니죠. 상당수는 성공한 삶을 꾸려나가기도 하고 말입니다.

반면, 행여 이런 실수라도 하면 온갖 비난과 조롱이 다 퍼부어집니다. 그 중에는 당사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도 있겠으나, 그 수위를 한참 벗어난 야만적인 마녀사냥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건 대부분, 어리석은 대중들이 평소에 그들에 대해 품고 있던 열등감에 기인합니다. 열등감의 도를 넘어선 표출은, 사실 그 발화자의 생과 자존감이 적정 수준 이하였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나친 건 모자람만 같지 못하다"는 옛 말도 있죠.

그건 그렇고,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도 종교란 건 있기 마련이고, 이 종교는 우리들 비루한 존재의 필멸의 삶을 근원에서부터 위로해 줍니다. 그러라고 고안된 게 종교입니다. 아무리 축복 받은 삶도 원 없이 모든 걸 누릴 수는 없고, 아니 원 없이 모든 걸 누린 삶이라면 그런 이유 때문에 80, 90에서 중단되는 게 더 아깝습니다 결핍으로 이어진 삶이라면 뭣도 뭣도 끝내 못 해 보고 죽어서 더 안타깝습니다. 이러니 내세에서의 무엇을 갈구하는 종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애초에 없었다면 뭐 만들어라도 내어야 합니다. 그러니 누구는 자신의 신을 위해 살고, 또 다른 누구도 그의 신을 위해 사는 겁니다. 사실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이뤄지지 못한 애틋한 욕구)"이죠. 에휴.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상황은 그저 픽션의 산물이겠습니다만 어째 배경과 전개, 심지어 이름마저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누구누구와 무엇무엇"을 연상시킵니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어쩌면 지면이 아닌 현실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상상이 더 지독하고 더 창의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소설로 읽어도 재미있고, 혹시 뭔가 밝혀지지 않았거나 차마 밝힐 수 없었던 실제 사정의 소설화라고 가정해도 흥미진진합니다만, 다 읽은 후에는 카타르시스라기보다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대체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엄연한 현실"은 얼마나 더 무서운 진실을 감추고 있었던 건지...하는 그런 두려움 때문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