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이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 세상 모든 연인들과 나누고 싶은 연애의 모든 것 '연애담'
감정수학자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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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서 관계의 깔끔한 유지, 발전, 가꿔나감, 뭐 이런 게 가장 어려운 과제 같습니다. 무조건 나만 최선을 다해 잘한다고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돌발 변수도 많이 생깁니다. 얼마 전 어느 유명인의 소셜 미디어에 "좋은 사람들한테만 잘하자"라는 문구가 게시되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막상 마음을 먹어도 실천에 옮긴다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책 저자분은 그 명의(?)가 "감정수학자"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로 감정을 다루는 수학자가 있다면 위상수학 미분기하 복소해석 이런 분야보다 더 뛰어난 자질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주식 시장도 만약 사람의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파악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돈을 원하는 만큼 다 쓸어담을 수 있을 겁니다. 증시에서도 알고보면 가장 중요한 게 소위 "센티"이니 말입니다.

p20에는 "친절 금지"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은 애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이다." 어떤 법률가는 TV에 출연하여 말하기를 "여성분들이 보통 친절하니까, 남자들이 이를 착각하여..."라면서 성범죄의 한 주요 원인으로 꼽던데 물론 발언자의 취지는 "남자 측의 (흔한) 착각"에 포인트를 둔 것이지 "여성의 친절"이 문제라는 식은 아니었습니다. 공적 기관이나 민간 회사에서리셉션 같은 업무를 보는 여성(혹은 누구라도)이 그럼 불친절해서야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에는 "친절함에 다른 의도가 없더라도,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어서이다."라는 구절이 바로 뒤에 이어집니다. 이게 참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여성뿐 아니라, 요즘은 남자들도 어떤 "보편적 친절" 같은 걸 매너로 장착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가식일 수도 있고 천성이 그래서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 이런 남성이, 평소에 그가 원하던 타입의 여성의 시야에 들어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뭐 여튼 연애가 일단 시작되면, 두루 불친절한 타입이 자신에게만 친절할 때, 당사자는 "자신만 사랑 받는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그렇게 해 주라는 거죠). 이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혹은 부사어)에 성별 표시는 따로 없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그리 느낀다는 겁니다(맞죠). 그래서 이 꼭지는 "다른 이성에게 친절 금지"라는 말로 끝납니다.

p74에는 "사이즈가 딱 맞는 사람 되어주기"라는 글이 있습니다. "넘치게 해 주는 사랑이 최고라 여겼다...." 즉 지난 연애의 실수를 이번의 그녀에게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게 의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말하길 '나에게도 표현할 기회를 줘'...." 과한 건 모자람만 못하다는 상식의 확인일 수 있고, 배려이든 사랑이든 일방적인 건 결국 이기적인 것이라는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인 p75에는 "독점 관계"를 주의하라는 말도 나옵니다.

"너무 많이 양보했던 관계를 후회한다(p91)." 물론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저 위의 "나 혼자 너무 많이 표현하는 관계, 애정"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패한 관계라면 "아 내가 너무 많이 양보했구나" 하고 거의 반드시 후회하겠지만, 이는 실패를 했기 때문에 도달하는 일종의 결과론 아닐까요? 저자의 맥락은 독자인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상대는 이제 나의 양보를 일상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뭐 흔히 하는 말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그 뜻이겠습니다. 이 다음이 중요한데, 지치게 된 내 입에서 이제 나오는 말이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입니다. 그 다음에는 상대에게 양보를 강요하게 되더라는군요. 이게 문제라는 거죠.

"누가 양보해 달래?(p91)" 역시, 저 위에 나온 말처럼 "사이즈가 맞는 양보(나 배려)"가 중요합니다. 같은 페이지 밑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 서로 교감하고 조율하는 사랑보다 훨씬 쉽다." 특히 남성들이 이런 부분을 정말 잘 알고 이해하고 염두에 두고 실천에 옮겨야 할 듯합니다. 무조건 퍼 주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이런 유형이 잘 통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일방적으로 퍼 준다고 퍼 줬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그런 게 꼭 필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런 걸 억지로 안기고서 나한테 나중에 뭘 요구할까?" 같은 부담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몹시 사랑하면 다 극복될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불타는(불탔던) 사랑도 이런저런 서로의 사소한 실수가 되풀이되면 어느새 "상하게" 마련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은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에요"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원하지 않는 건 애초에 줄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일찍 지치지 않겠습니까.

"답정너"라는 유행어도 있지만 질문은 사실 질문에 대한 (명)답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너에게 던진 질문에는 어쩌면 나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했으면 하는 기대(p118)" "그래서 요즘은 '이거 좋아해?'가 아니라 '뭘 좋아해?'라고 묻는다." 상대가 나한테 잘 맞는 사람인지, "마음을 열어도 되는 사람인지" 기색을 살피며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도 되게끔 안심을 시키고 진짜 배려를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좋은 마음에서 호의를 베풀면, 마치 자신이 왕인 듯 호의를 당연히 여기는 꼰대들도 참 (사회에는) 많더라(p138)."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유형(즉 저런 꼰대)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주 예전 분들은 그래도 체면이라는 걸 알아서 아랫사람한테 뭘 받으면 더 줄 줄도 알았는데 어정쩡하게 나이 먹은 세대가 문제입니다. 남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당장 나부터도 혹시 저런 추태를 보이지 않는지 반성할 일입니다. 여튼, 그래서 이 파트의 결론은 "(사회에서 거의 모든 관계가) 포장을 해야 하는 형식적인 관계 속에 지쳤지만, 너에게만큼은 그 포장 모두 벗겨 내고 진심으로만 예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인데, 글쎄요. 상대가 어느 정도는 나의 포장을 원한다면? "너의 그런 모습까지는 보고 싶지 않어" 같은 생각이라면? 이 역시 자신이 센스 있게 요량하고 배려할 부분입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복선이라는 게 있다.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그것을 직면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p178)."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복선"이라는 건 일종의 조짐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복선은 극을 구경하는 재미를 더하지만, 애정 관계에서의 복선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일종의 경고입니다. 저자는 "그 복선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하며,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낌새나 확증(이 말이 무섭네요)을 무시하면 나중이 더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참 공감되지 않습니까? 귀찮기도 하고, 혹은 주식 사고 나서 안 좋은 정보나 조짐을 모두 무시하고 잘되려니 자기 합리화하는 심리나 비슷합니다. "사랑은 모든 걸 참고 극복하고 덮어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무섭고 무책임한 게 없을 듯합니다. 사랑이건 뭐건 모두 현실의 문제이니, 현실 감각을 냉철히 유지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건 당연한 상식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 큰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커서 뭐든 좋게 봤던 거지. 그 사람이 날 많이 좋아한다고 믿고 싶었던 걸까(p179)." 참 마음 아픈 말입니다. 나는 이처럼 널 좋아하는데, 왜 너는 그렇지 않을까? 예전에는 제3자가 애정 당사자 한 사람에게 충고할 때, "저 사람이 널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저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이것도 많이 돌려서 하는 말이고, 사실 저쪽은 너를 좋아하지 않거나 이용하는 것 같다는 소리죠. 후.... 그래도 내가 저 사람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 후회없이 잘해기라도 해 봐야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는 걸까요? 예전에 저는 <사랑과 전쟁>에서 이런 대사를 들은 적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누굴 좋아했다는 게 무슨 장점이 있는지 알아? 나중에 미련이 안 남는다는 거야." 이것은남편의 외도로 일단 헤어졌다가 나중에 다시 합치자고 찾아온 남편에게 (다 타 버린) 아내가 던지는 대사입니다. 관계란 이처럼이나 어렵고 복잡해서, 아무리 현인이라 해도 능숙히 핸들링할 수 없을 듯합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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