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회사에 거침없이 어퍼컷
조기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사실은 사회 생활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을 현혹하기에나 딱 알맞을 뿐입니다. 위에서 원칙도 없이 일을 시키거나, 무리한 지시도 그저 분위기의 화합을 위해 뭉개고 넘어가기 일쑤지요. 젊은이들은 잠시 듣기 좋은 말에 일시 현혹될 뿐입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젊은이 입장에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자신은 직분을 다하지 않은 채, 마치 부모님이 날 돌봐 주듯 배려를 부탁한다면 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이겠습니까. 이 책은 그래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직장에서 유념해야 할 바를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초두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 준 인상이 거의 내내 가다시피한다는 건데, 책에서는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말을 인용합니다. 초기의 부정적인 정보를 뒤집고 긍정적인 인상을 다시 주기 위해서는 200배의 물량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기의 긍정적 인상이 부정적으로 이후 바뀌기는 쉬우나, 그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이 (설령 이게 진실이라 해도) 긍정으로 바뀌기는 훨씬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정중한 매너와 공손한 인사는 물론 필요합니다. "활짝 웃지는 않더라도 정말 반가운 마음가짐을 담는다면....(p44)"이란 지적처럼, 진심과 성실함, 최선을 다하려는 성실한 태도가 정말 그 사람의 마음에 담겼다면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효과가 다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른바 "팬암의 미소"처럼, 가식은 그저 가식으로서 역효과가 날 뿐입니다. 윗사람들이나 동료 눈에는, 저 사람이 성실하다 진심이다 정도는 분명히 다 보입니다.

회사에서 형이나 오빠라는 호칭을 함부로 쓰는 건, 공과 사를 구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걸 넘어, 저 사람 좀 어디가 부족한 것 아닌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겁니다. 우리는 분별을 못하고 "마구 앵기는" 걸 사회성 좋은 걸로 착각하는 수가 있습니다. 절도가 바로 선 조직일수록 이런 무분별한 태도를 더 엄격히 대할 것입니다.

별 필요도 없이 점심 식사를 알뜰히 챙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일 하기가 싫어 그저 도피처를 찾는 데 그치는 겁니다. 일에 애착이 있다면 점심은 책상 위에서 간단히 빵 정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신, 요즘 괜찮은 직장이 대부분 그러하듯, 저녁은 나만의 시간으로 확실히 누릴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 책에도 나오듯 만약 그 직장에서 점심 시간이라는 게, 구성원들과의 특별한 소통 시간이 되거나(종전의 "회식"처럼), 혹 타 조직의 직원들을 배려할 시간으로 쓰인다면, 그에 걸맞게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정보를 준비하는 게, 앞서와는 반대로 성실한 사원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상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일상의 소통 경로라고 해도, 말은 정확하고 분명한 언사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사물 높임과 사람높임"의 준별은 그저 메시지가 통하는 선에서 이해를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자네는 나를 높여야지 왜 넥타이를 높이나?" 이런 건 그 직원을 바르게 훈육한다기보다, 그저 시비를 걸려고 괴롭히는 것 이상이 아닙니다.

예전에 저는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온 텔레마케터에게 객체 높임의 오류를 지적했다며 떠들고 자랑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게, 만약 그 사람이 내 시간을 빼앗는다 싶으면 양해를 구하고 끊어 버리면 됩니다. 도대체 자신이 국어 실력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서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모멸감을 준답니까? 이런 사람은 진짜 고수를 만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나 봐야 제 주제가 바로 파악될 겁니다. 전형적인,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사람이랄지. 밖에서 텔레마케팅 일을 하며 돈이라도 버는 분이, 집에서 노는 백수한테 훈계를 들을 이유가 대체 뭐겠습니까. 이렇게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기 본위로 생각하니까 직장도 없이 집에서 노는 거죠. 아, 물론, 삼전 쯤이나 되는 일류 직장에서야 저런 객체 높임 용법 등 문법의 구사가 중요할 것입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남들한테 최소 수준은 맞춰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나라에서도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 있고 이 책에서도 중요 내용이 인용됩니다. 첫인상의 중요함이 다시 부각되며, 특히 책에서는 "당신은 지금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통할 기본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며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결론은, 타 부서 직원이라 해도 절대 인사하는 것에 소홀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사 잘하는 능력 하나로 예전 김운용 IOC 위원은 사마란치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고속 출세가 가능했습니다. "예절은 그 자체로 습관이 되어야 한다(p77)"는 말도 나옵니다.

집에 간다고 다가 아니라 직장에서는 퇴근 예절 또한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칼퇴가 권리 아닌 의무(p91)"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우리 속담에 "시집살이 모질게 한 X이 며느리 더 못되게 대한다"고 한 것처럼, 본인이 신입 시절 상사 눈치 보느라 칼퇴를 못 한 걸 이제 상사가 되어서 분풀이를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는 팀장이, 후배 직원들이 퇴근할 때 퇴근 예절을 지킬 수 있게(!), 자신이 혹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미리 부하들에게 나 어디 있을 거라고 알려 준다거나(왜냐면 문자로 띡 통고하는 식이 되어선 후배가 예의가 아니니 말입니다), 알아서 몇시에 퇴근하라고 아예 말을 하라고 하네요. 이게 맞는 거죠 사실.

책에는 좋은 말이 너무 자주 나옵니다. 한 예로, 부하직원이 상사 지시를 메모하는 건 그만큼 당신의 지시를 중히 여긴다는 충성 제스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중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기 위해서라도 이 메모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세상이 이렇게나 바뀌고 있는 겁니다. 책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상사 역시 자기 지시를 메모하는 게 부하들에 대한 공감 능력 표시이자 매너라고 하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상사들도 있을 건데, 사실 미국 등의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기본입니다. 이제 한국 직장도 비로소 조직 같은 조직이 되어 가는 거죠. 꼰대가 설 자리가 없는.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개념이 한국직장에 들어온 지도 십 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저 혼자서 떠드는 상사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브레인스토밍은, 된 이야기건 되다 만 헛소리건 다 떠들어 보는 겁니다. 상사가 유능하면 이런 데에서도 영감을 얻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절실한 팀장은 평소에 항상 그 프로젝트 생각만 하고 있기에 엉뚱한 데서도 "맞아!"라며 출구를 찾는 거죠. 직장은 사실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 많이 하는 사람, 절실한 사람이 잘나가는 곳입니다. 재능만 갖고도 안 되는 게 일입니다. 이 책을 잘 읽고 진심, 절실한 마음, 조직원 모두를 위하는 공감 능력이 어느 정도 계발된다면 정말 평균 이상은 하는 훌륭한 직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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