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기분 따라 행동하다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 갤리온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초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어느 젊은 직장 후배가, 이제는 퇴직한 선배더러 "기분이 태도가 되시면 안 되죠!"라며 따끔하게 쏘아붙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주체를 못할 때도 있겠으나, 그것이 자신의 인격을 (남들이) 평가하는 잣대인 "태도(애티튜드)"가 되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자신의 실언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p20)" 이는 맹자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아마 직장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뿐이지 않을까 라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사람은 본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경향"이 있어서라는군요. 아무리 맘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다면 말과 행동을 삼가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즉, 어떤 사람도, 직장에서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 역시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결국은) 진다는 겁니다.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이미 바닥 이하를 치고 있으며, 다만 그저 그 사람 앞에서나 적당히 비위를 머맞추고 지나갈 뿐이라는 거죠. 반대로(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기분이 태도가 안 될 만큼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조직 내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존경을 바친다는 겁니다. 독자인 제 생각에 저자가 강조하는 건, 그저 퇴출, 배척만 면하는 조직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누구로부터건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냐는 취지인 듯합니다.

"부정적인 사람, 나의 에너지 도둑(p57)" 어느 조직에나 보면 자신만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남의 기분까지 망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1)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 2) 불평이 끊이지 않는 사람 3) 안 좋은 소문을 흘리는 사람 등으로 특징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 중 몇 가지를 겸한 사람도 있겠고, 한 가지뿐이지만 정도가 아주 심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누구가 이렇다면서 뒤에서 맹렬히 성토하지만 정작 자기자신이 가장 심하게 저러는 사람도 있지 싶습니다. 참 웃기는 게, 남이 이렇다면서 비판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가장 심한 결점엔 완전히 눈을 감는다는 겁니다.

"실망을 잘 다루자. 그래야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다(p68)" 우리는 흔히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나는 혹시 남을 실망시키는 사람이 아닌가요? 우리는 대개 너무도 이기적이거나 피해의식에 가득해서, 내가 남의 어떤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않고 나의 기대만 어루만지기 일쑤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남한테 잘해줬다고 여기면, 남도 그만큼을 해 줘야 한다고 여기는 어떤 기대감을 뜻하는 듯합니다. 이런 기대감은, 대부분의 경우충족이 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이런 기대를 접어야, 실망에서 오는 그 깊은 피로감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애초에 남들이 내 맘같을 수가 없고, 기대나 애정이 정비례하여 돌아오게 일일이 균형을 맞춘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 씁쓸한 진리를 일찍 깨닫는 게 결국은 핵심인 듯합니다.

요즘 펭수가 나오는 어떤 광고를 보면 "힘이 안 나는데 어떻게힘을 내요?"라며 되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웃기지만 맞는 말입니다. 저자는 p120에서 "우울증 환자한테 운동하라"는 조언이 무력할 뿐이라고 합니다. "의지로 극복하라" 같은 건 애초에 아무 의미가 없는 소리입니다. 우울증 환자의 세계는 "정상인"과는 처음부터 다르며, 자신의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깨끗하게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생은 짧고도 길어서 끝까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p96)." 과연 맞는 말입니다. 자신이 어떤 욕구가 있다, 이러면 그걸 억누를 게 아니라, 자신과 타인 앞에 당당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이게 단기적인 스트레스(p111)를 억제할 뿐 아니라, 길게는 자기 존중감까지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인생도, 자기 존중감 없이는 행복해질 수 없으니 이 말은 정말 중요한 충고입니다.

보통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은, "아 내가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쓸데없는 후회를 일삼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실제로는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도 올바른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실제로는 지금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었다며 남을 설득하거나 속이기 위해 이런 소리를 하는 거죠. 저자는 이를 두고 "반사실적 사고(p171)"라며 현실과 괴리된 나쁜 습관이나 정신의 발현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뿐 아니라 남까지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안 되려면, 무엇보다 현실과 자신의 기대치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알고 보면, 그냥 자신의 미숙한 감정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 앞에 노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현실감의 부족이겠으니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