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은 남달리 민감합니다. 이렇게 민감한 게 사회성이 떨어져서인지, 수양이 부족해서(p14)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나마 "내가 남보다 불편한 게 많구나"라며 자각이라도 가능한 사람은 나은 편입니다. 진짜 심각한 사람은, 자신이 뭘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아주 확신을 갖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비정상인 줄 모르고, 대로에 누워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남들의 관심을 구합니다.

한편으로, 이것저것이 유난히 불편한 사람은 "아 난 원래 좀 그렇구나"라며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바탕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억지로 자신을 억누르면 그건 그것대로 부작용이 커지는 게 당연하죠. 저자는 재미있게도 자신 역시 그런 사람임을 쿨하게 인정하고, 그에 알맞은 여러 방법을 찾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유행하는 말로 "프로 불편러"라 부를 수 있는 HSP라는 특수한 유형은 이미 일레인 아론이라는 어느 박사님이 찾아냈다고 하며, 저자는 그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 책에서 풀어냅니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팔랑귀"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 대부분은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어 하며 남들에게 고백합니다. 사실 남들에게 영향을 잘 받는 건 사회성과 공감 능력이 있으며 어떤 고집 같은 게 없다는 소리이므로 오히려 자랑할 만합니다. 이것도 1996년 자코모 리촐라티가 발견한 거울 뉴런에 의해 설명 가능하며 자계서 좀 읽어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죠. 이런이들은 공감을 잘하고 좋은 걸 복제하는 데 능하므로 결국 조직과 사회 안에서 유익한 역할을 잘한다는 뜻이니 오히려 안도를 해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알고 싶지도 않은 비밀을 구태여 알게 되는" 경향도 강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구태여 나한테 찾아와서 그 사실을 잘 말하곤 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런 일이 난감할 수 있어도, 결국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며 나 자신의 내면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이니 다행이지만, 이럴수록 말 자체보다는 그것이 전달되는 느낌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라인이라는 메신저도 잠시 언급하는데 우리 나라 메신저(p106)가 이처럼 일본인 저자한테까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존재가 되었구나 싶어서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부터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이게 일본인들 특유의, 남 눈에 띄는 걸 불편해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p117).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남이 날 한번 봐 줬으면 하고 좀 튀게 하고 다니는 편이죠. 이런 게 민족성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여튼 우리나라에서도 남 눈에 가급적이면 안 띄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단지 주의해야 할 것은, 이른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에너지 뱀파이어(p121)"의 표적이 안 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 저자를 비롯하여 HSP라는 이 특수한 유형은, 유독 정이 많아서, 들어줄 필요가 없고 심지어 들어 줘서는 안 되는 남의 고민 같은 걸, 매정하게 끊지 못하고 계속 들어준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아주 이기적인 "에너지 뱀파이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행위라고 합니다.

저자는 길지 않으나 직장 생활을 했는데, 혹시 오해할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꽤 유능하신 편이었고 주위의 기대도 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신입은 그야말로 사회성이 떨어져서 매번 지적만 당하고 조직 분위기도 잘 적응 못 했다고 하네요. 그럼 저자가 왜 HSP인가? 이런 동료를 보면 너무 불쌍해져서, 내가 일을 잘하면 혹시 (안그래도 힘든) 저 동료에게 더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뭐 이런 걱정이 들어서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HSP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바로 내가 그래 라며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에너지 뱀파이어의 피해를 막자는 조언은 p170에 다시 반복해서 나옵니다. 아마 저자분이 이런 유형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보신 것 같습니다. 여튼 HSP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장점을 분명히 알자(p185), 지나치게 남에게 공감해 주지 말자, 주위에 나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 보자, 내가 본래 그런 사람이란 걸 쿨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감한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법이므로 자부심(?)을 갖자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코믹하게 들려도 아니 세상에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면 남들의 그 쓰잘데기 없는 일에까지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 남들에게는 없는 감수성과 에너지가 엄청나니, 그걸 잘 활용해서 성공하는 쪽으로 잘 돌리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자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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