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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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다미디어의 책을 예전부터 즐겨 읽었습니다. 중국에서 펴낸 대중서, 자계서도 여럿 있었고, 일본인 저자들이 그야말로 독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펴낸 깔끔한 책, "이다미디어"하면 저는 대강 이런 이미지가 생각납니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 씨의 책들도 이 출판사에서 번역된 게 많습니다. 그 중에 상당수는 "도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깔끔한 편집 위에 온갖 유익한 정보를 다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슬람 세계는 국제 분쟁의 한복판에 위치했으며, 동시에 산업 사회가 돌아가는 핵심 자원인 석유의 매장지이기도 해서 더욱 중요합니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중이지만, 이란 같은 곳은 이슬람 혁명 이전부터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테헤란로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테헤란에도 한국인 사업가를 맞이하는 호텔을 운영하는 여성 사장님이 계십니다. 한국인들도 채 상상 못 할 만큼, 이슬람과 한국의 관계는 돈독합니다. 이런 이슬람에 대해, 그저 막연히 "두건을 쓴 광신도들의 집단 거주지" 정도로 편견을 가지면, 우리만 손해일 뿐입니다. 그들에 대해 잘 알고, 마음을 열고 다가서야 사업상의 이익을 얻고, 우리의 일상 편의도 더 단단히 다질 수 있습니다. 당장 일본만 해도 (트럼프가 그렇게 압력을 넣어도) 이란과 대번에 관계를 끊지 않기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현재의 이슬람 세계는 세계 문명의 발상지를 둘이나 품습니다. 하나는 이집트고, 하나는 메소포타미아, 지금의 이라크 일대입니다. 물론 문명이 사막 한복판에서 자랄 수는 없습니다. 이집트나 이라크 역시 사막이 국토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문명이 태동한 곳은 강 유역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구 곳곳에 큰 강이 많이 소재하는데도 유독 사막을 같이 낀 지역에서 이처럼 문명이 발생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중동이 곧 이슬람은 아닙니다. 아득한 옛날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나 다신교를 믿었습니다. 우리가 책에서 보듯 라니, 이시스니 하는 다채로운 이름을 지닌 신들이 나오는 게 이집트 신화 체계입니다. 또 바빌론 제국, 페르시아 제국 역시 현재의 이슬람과는 너무도 다른 종교를 숭상했습니다. 이러던 게 (문명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비교적 최근인) 7세기에서야 비로소 유일신을 믿는 이슬람으로 신앙이 통일된 것입니다. 기독교 문화권은 현재 형식화, 공허화한 지 오래입니다만 이슬람 신자들은 꼬박꼬박 의식과 의무를 지켜가며 자신들의 신앙을 유지합니다. 이 역시 놀랍고, 이런 그들을 이해 못 하면 애초에 소통이 될 리 없습니다.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은 언제나 대립해 왔습니다만 7세기 전만 해도 로마 제국이 지중해 전반에 두루 패권을 행사했습니다. 그 제국의 서반부는 결국 게르만의 침공 등쌀을 못 이겨 동부로 이동했지만, 오히려 이 덕에 지중해를 더 효율적으로 다스릴 수 있었고, 동로마가 결국 사산 조 페르시아를 멸했기에 로마 제국의 권위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러던 게, 사막 한복판에서 느닷 예언자라는 마호멧이 출현하여 그야말로 세계 역사의 판도가 바뀐 것입니다.

이 책에는 매 챕터의 끝마다 저자의 "칼럼"이 있습니다. 저자는 제가 이전부터 그의 책들을 여럿 읽었기에 성향? 스타일 등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선생님답게 관점이 표준적이고, 온건하며 무난하고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편이죠. 여튼 이슬람 상인들을 분석한 그의 시각은 공정하고 바람직하기에 대부분의 독자가 그의 상식을 표준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합니다.

이처럼 7~8세기에는 이슬람 유일신 신앙으로 무장한 아랍인들이 놀라운 열정과 역량으로 지중해는 물론 아시아에까지 널리 침투했습니다. 오늘날 인도가 종교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지만 원래는 그들 토속 신앙으로 잘 살고 있던 것을 들쑤셔 놓은 게 바로 11세기 무렵의 이슬람 세력 침투였습니다. 이 세력은 널리 중국에까지 뻗었고, 우리 역시 고려와 그 이전 신라가 이 영향을 미미하나마 받은 바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토착 아랍인들이 주춤해지고 초원, 사막의 유목 민족이 득세하는데 주루 튀르크 인들이 활약했습니다, 우리도 잘 알듯 돌궐린인들은 이곳 동아시아에서 활약한 종족인데 당나라의 공격, 부(富)의 흐름이 중앙아로 이동하는 추세 등에 힘입어 널리 서쪽으로 옮겼고 이것이 셀주크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을 낳았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무서울 게 없었던 튀르크의 위세도 잦아들어, 세상은 유럽 백인들이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가장 효율적인 연료가 석유임이 판명되었는데, 얄궂게도 석유는 석탄과 달리 한 지역, 중동 인근에 편중되어 매장된 자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더 많은 부존지가 확인되고 경제성도 함께 담보합니다만).

중동도 민주화할까요? 대략 십 년 전에 자스민 혁명이다 뭐다 해서 많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아직 모릅니다. 러시아는 옐친이 공산주의를 엎을 때만 해도 민주화될 줄 알았지만 현재 푸틴이란 독재자가 종신 집권을 꿈꿉니다. 아랍도 한 독재자가 물러나니 다른 독재 세력이 발호하며, 국부 케말 파샤가 기반을 잘 닦아 놓은 터키에서는 현재 시대착오적인 독재자 에르도안이란 자가 나타나 세계 정세를 암울하게 물들입니다. 이럴수록 아는 게 힘이며, 우리는 중동에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개인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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