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강성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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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입니다.

예전, 1980년대에도 예컨대 삼성은 "최고의 인재를 모아 우대하는 기업"으로 회사 방침을 정했더랬습니다. LG(당시에는 럭키금성)은 "국토는 세계 79위, 부존 자원은 거의 없는 나라이기에 우리는 사람을 중시합니다. 인재가 귀한 줄 알겠습니다." 같은 슬로건을 잡지 광고 지면에다 실었습니다. 이 두 기업이 지금까지도 그런 원칙을 지켜 나가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만 HR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조되는 요즘입니다. 직원 기를 못 살리는 회사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요즘 경영서는 많은 기업을 탐방하고 설문 조사를 돌린 끝에 실증 결과를 내놓는 형식이 많습니다. 이 책도 그런 형식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여느 책들이 그저 설문, 실험 결과의 나열만 늘어놓고 그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책은 뚜렷한 결론이 있습니다. 또, 어떤 책은 실험과 설문, 그리고 결론 사이에 논리적 비약이 있는 반면 이 책은 그런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징검다리가 촘촘합니다. 아무리 결론이 좋아도 그 결론이 나오는 과정이 다소 비약이다 싶으면 그 책은 큰 신뢰도를 갖지 못합니다. 이 책은 저자 강 교수님의 촘촘한 논증과, 그 사이에 독자가 생각할 여백까지 있어서 마치 우리 독자가 읽으면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업사이드 다운, 인사이드 아웃" 이 구절은 미국 유행가 가사 구절로도 쓰이며 문맥에 따라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속속들이 파헤친다"거나,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역발상" 등을 뜻합니다. 그런데 저자 강 교수님의 함의는 다릅니다. "인사이드"는 기업 내부의 인적 자원 역량을 가리키며, "아웃"은 그런 HR 자원을 철저히 분석하고 계발한 결과, 아웃풋을 말합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는지 먼저 그 포텐을 100%, 아니 1000% 발휘하게 하라, 그러고 나서 눈부신 성과를 노려라, 뭐 이 정도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정치인이 "사람이 먼저다"라고 한 적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사람, 우리 회사 사람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을 최대화할 것을 주문합니다. 직원이 중요하다, 기 살려라 같은 주문은 여태 있었지만 아예 HR의 토대 위에서 모든 걸 결정하라는 식의 충고는 처음 보는 듯합니다.

사장님 입장에서 쓴 책은 직원들이 꼭 읽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은 "역지사지"입니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실 분쟁이 일어날 여지도 없습니다. 물론 "역지사지"란 좋은 말이 가장 타락항 의미로 쓰일 때는 "너, 나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봐!(본인은 전혀 그럴 생각 없음)"라며 당치도 않은 어떤 강요를 하고 들 때입니다. 애초에 저런 모자란 인간과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현명하겠습니다만 세상사가 그리 뜻대로 되지는 않죠.

여튼, 반대로, 경영자들 역시 "직원을 소중히 다루길 주장하는 책"을 좀 꼭 읽어봐야 합니다. 과거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은 해군을 이끄는 제독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등 사지로 몰아넣어 창의적 전술을 강제로 이끌어냈다고 하지만 지금은 16세기가 아닙니다. 부하 직원에게 CEO의 범죄 사실을 대신 뒤집어쓰게 하거나, 억지로 기획안을 짜내게 하는 식으로는 기업이 바르게 운영될 턱이 없습니다.

혁신이란 무엇입니까? 과거의 방법이 더 이상 변화한 환경에서 통하지 않기에, 특히 크리스텐슨 교수(명복을 빕니다)의 제언처럼 "기존의 모든 것을 들어엎고 새로이 창조하는" 파괴적 혁신을 도모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도"입니다. 직원들이 최대한의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당한 성과가 나오며, 그 성과는 다시 제도의 혁신을 부르는 선순환. 이것이야말로 인사이드아웃의 정신을 구현하는 21세기형 기업의 정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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