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9 과학이슈 11 9
이상규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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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국 의료진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9세기, 20세기에 강대국으로 세계를 군림했던 나라들 대부분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독보적 업적을 이룬 곳들이었습니다. 우리도 1970년대부터 과학 입국을 내세우며 뛰어난 인재들을 양성한 덕분에 오늘날 이 정도로 선전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과학은 그런 의미에서 일반 시민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어야 할 부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과학동아라는 잡지를 정기 구독했는데요. 성인이 되고 나서 다소 관심이 뜸했다가 마침 좋은 읽을거리가 눈에 띄어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최신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알찬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코로나의 확산 때문에 도쿄 올림픽 연기가 논의되지만 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환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니까요. 그런데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 문제는 일본 때문에 주변국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어서 우려를 낳습니다. 하라다 요시아키 전(前) 일본 환경상은 "눈 딱 감고 바다에 버리는 수밖에 없다(p51)"고 해서 국내외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이런 오염수도 "다핵종 제거 설비"를 거치면 오염 인자 상당 부분은 없어진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그러나 방사성 삼중수소의 경우 이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남는다고 하네요. 이 방사성 삼중수소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방사성 삼중수소의 0.0014%라는 건데, 저자도 말씀하시지만 이 역시 결코 작은 양이 아닙니다. 한 지역에서 집중 방류되는 물이 지구 표면의 몇 %나 되겠습니까? 그 안에 저만큼의 물질이 담겼으니.... 다만 이런 수치를 보면,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갖는 공포감과 우려는 다소 과장된 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중국에서 변종 폐렴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 자축하는 분위기라고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합니다. 중국 당국에서 발표하는 수치를 곧이곧대로 못 믿기 때문이죠. 저자는 같은 논리를 여기에도 적용하네요. 과연 일본은 각종 발표를 할 때 정확하고 솔직한 태도로 임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의심의 눈길이 갑니다.

국내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믿고 먹어도 될까요? 일본은 크게 동해 쪽에 면한 부분이 있고, 멀리 태평양에 면한 부분이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저쪽 태평양으로 배출됩니다. 이게 돌고 돌아 한국의 동해, 남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다소 낮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경각심을 갖되, 지나친 패닉에 빠지진 말자."는 겁니다(독자인 제가 이해한 바이므로 저자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말도 합니다. "갑상샘 암 환자가 치료 도중 피폭된 방사선 양이, 후쿠시마 사고 후 한국에 증가한 방사선 양의 1000배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사정에 대해 눈 감자는 건 아니죠. 다만 우리가 각종 이슈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란, 과학적 사고에 기초하여 내려진 위험도, 딱 그만큼만, 그에 비례하여 호들갑스러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코로나 사태 이전 작년 늦여름, 가을에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세계가 시끄러웠습니다. 대부분 기억 못 하시겠지만 라디오나 TV 방송에도 자막으로 이 병 관련 대처 오령을 계몽하는 안내가 여러 번 나왔고 특히 스포츠 중계 자주 듣는 분들은 귀에 익을 겁니다. 이 사태 때문에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여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빨리 잊혀진 감이 있습니다.

우리도 구제역 따위가 번지면 불쌍한 동물들이 도살되는데 작년 돼지열병 사태 때문에 혈액 응고, 혈전을 막는 특효 물질인 헤파린 생산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합니다.(p33) 저도 돼지고기를 각별히 좋아합니다만 기호식품으로 먹는 건 값이 비싸다거나 사정이 불리하게 된다, 뭐 그럼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아픈 분들, 특히 유전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기존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처방받던 것을) 갑자기 고가로 지불하게 되면 얼마나 타격이 크겠습니까. 이처럼 유행병(인수 불문하고)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비극을 낳게 됩니다.

코로나도 백신만 개발되면 아마 사람들은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지?"라며 까맣게 잊어갈 겁니다. 그런데 왜 백신 개발이 그렇게 늦어질까요? 임상 실험 과정이 까다로워서 그렇다고들 아는데 물론 맞지만 돼지열병의 경우는 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돼지열병 병원체(얘도 박테리아가 아니라 바이러스입니다)는 타 전염병에 비해 크기가 크고, 염색체 쌍도 많다고 합니다. 크면 오히려 타깃으로 삼기 좋을 것 같은데 학자들은 아니라는군요. 큰 만큼 단백질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모두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처리를 두고 "불활성화"라고 하는데, 이 불활성화도 어렵지만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를 직접 공격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하네요.

한때 최악의 불치병으로 불렸던 AIDS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직접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마치 당뇨병처럼 완치는 안 되더라도 곁에 두고 잘 관리하는 식으로 그냥 버틴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 돼지열병도 "약독화 백신"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낫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약독화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배양하되 독성을 제거(p41)하여, 이것을 채내에 넣어 면역력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항암보다 해암"이란 말이 널리 유행하는데, 돼지열병 백신도 결국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하나 잡아내어 사지를 절단(?)하기보다, 같이 놀면서 부작용이나 독소를 제거하고 같이 노는(!) 식이라고나 할지.

작년 말, 올해 초에 코오롱 직원 여러 명이 소환, 기소되는 일이 벌어져 일반인들은 물론 주식 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죠. 인보사 인보사 말은 많은데, 인보사가 대체 뭘까요? 어떤 분들은 이걸 한자로 알고도 있던데(ㅎㅎ) Invossa입니다. 병을 약으로 치료하기보다, 유전자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고, 저 코오롱의 제품은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본래 신약은 무슨 신약이라고 해도 개발에 성공하면 팔자를 고치는 큰 업적인데, 유전자 레벨에서, 더군다나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니 주목을 당연히 받았지요.

노인들이 가장 고생하는 게 관절염입니다. 연골이란 게 무한정이 아니어서 많이 쓰면 닳아 없어지는 게 당연한데, 재생도 안되고 이미 없어진 연골 때문에 뼈가 직접 맞닿으니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프롤로 치료가 특효라고도 하나 저희 어머니한테 물어 보니 별로라고도 하고 사람마다 다 다른가 봅니다. 그러나 유전자 레벨에서 건드리는 치료라면 이건 얘기가 다르죠.

인보사의 주 성분은 1액과 2액이 있다고 하는데(p93), "액"은 주사액이라고 할 때의 그 액입니다. 특히 2액이 중요한데, 형질전환 세포와 연골세포를 1:3으로 혼합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걸로 이미 닳아 없어관절을 살려 낸다는 건데.... 문제는 이게 종양을 유발한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세포가 뒤바뀌었다는 거죠.

본래 코오롱그룹은 선경그룹(현 SK)와 어깨를 나란히하던 큰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사세가 줄어들었죠. 이런 코오롱이 이미 20년 전부터 눈여겨 보던 분야가 바이오였고, 코오롱의 인보사는 그만큼이나 혁신적인 제품이었는데 이처럼 개발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파국을 낳고 말았습니다. GP2-293은 신장세포인데, 이것이 종양 유발 위험이 있다는 게 이미 일찍부터 알려졌는데도 2액에 이게 들어가고 만 거죠. 이게 어떻게 들어갔는가, 이걸 배양한 바이러스만 2액에 들어가고 GP2-293는 걸려졌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된 것입니다. 여기서도 바이러스가 또 문제이군요. 책에서는 "결국 개인 맞춤형 치료"로 가야 하며, 만인에게 두루 통하는 약의 개발은 그만큼이나 어렵다"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어느 시사프로에서 의사분들이 나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고생이고 보도 채널에 여러 의사들이 출연하여 여러 유용한 발언과 정보를 전달하지만 대개는 일반론이고 상식 수준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비교적 나이가 젊거나, 현역이고 관리직인데도 최신 지식을 꾸준히 습득한 분들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짚어 주는 정보의 깊이가 다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지식 중 상당수는 이미 out-of-date되어 현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게 많습니다. 이 책은 우수한 연구자들이 최신의 시사와 첨단 연구 성과를 결합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내용이므로, 과학에 관심 있는 아마츄어들, 혹은 전공자이면서도 그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어떤발전을 보았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가장 쉽고 캐주얼하게 펼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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