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 다가올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법
미야자키 마사히로.다무라 히데오 지음, 박재영 옮김, 안유화 감수 / 센시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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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일입니다. 바이러스 만연만 큰일이 아니라 경제가 큰일입니다. 정치가 불안한 것도 큰일이지만 애초에 정치가 불안해지는 건 국민들이,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밑바탕의 문제가 불안해져서 터지는 문제들입니다.

세계는 벌써 오래전부터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왔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엔진을 찾고,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는 게 (성장 그 자체 못지 않은) 또하나의 과제였습니다. 그 역할을 중국이 훌륭히 수행해 왔고, 이 덕분에 적어도 지난 십 수 년 간은 세계 경제가 딱히 큰 공황을 겪거나 하지 않고 무사히 (대체로는요) 넘겨온 게 사실입니다. 2008년, 2012년에 큰 위기가 있었으나 이 역시 생각보다는 큰, 재앙적인 상황을 맞거나 하지는 않고 넘어간 편입니다.

이 모든 게 중국의 덕분인가? 그렇기야 하겠습니까만 밉건 곱건 간에 팩트로서 인정할 건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튼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해 온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물 분야에서도 큰 위기가 벌써 여럿 조짐이 보이는 데다, 벌써 몇 년 전 그토록 큰 희망을 품고 시작한 "후강퉁" 등 야심찬 실험이 그리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세계 경제에도 위기가 닥치는 겁니다.

애써 번 돈이 국외로 빠져 나가는 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정치가 불안하다거나, 조세 정책이 불합리하다거나, 성장 전망이 안 보인다거나... 다무라와 미야자키 두 대담자는 이런 주제에 대해 책 내내 치열한 논쟁을 펼칩니다. 경제 문제는 이처럼, 한 저자의 도도한 담론과 해설을 듣는 것도 유익하지만, 그보다는 어느 정도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각론에 있어 대립각을 세우는 두 사람 혹은 세 사람 사이의 치열한 논쟁을 관전하는 게 공부도 더 되고 재미가 있습니다. 어느 한 편에 서서 "나라면 이런 논리로 받아 쳐 보겠다"는 가상의 싸움도 벌여 보고 말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 탓으로 대미 무역 적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p92)." 즉 이미 그전부터 중국의 흑자와 성장폭은 큰 감소 추세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다른 이유를 찾을 게 아니라 중국 경제의 저력, 포텐셜 자체가 줄어 든 팩터를 반영해서입니다. 트럼프라는 사람이 워낙 요란하게 제스처를 취하고, 때로는 터무니없는 것까지 자기 업적이라며 허위 과장 선전을 일삼지만 이는 정치인으로서 노련히 구사하는 책략에 불과합니다. 그는 대단히 영악하고 노련한 사업가이기 때문에, 자기가 뒷감당도 못 할 무리수를 두다가 대세를 망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냉정히 따져 보면 "결과"에 지나지 않고, 진짜 원인은 급격히 약화된 중국 경제의 체질입니다.

판빙빙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슨 중국 고위층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같은 근거 없는 성추문 따위가 아니라,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지친과 벌인 탈세 스캔들의 실체 등 구체적인 분석이 이어집니다. 이게 그저 호사가들의 화제가 아니라, 이런 사례를 보며 왜 중국 기업들이 한때 잘나가던 그 기세를 못 이어가고 하나둘 주저앉는가에 대한 신랄한 케이스 스터디를 제공해 주는 면이 분명 있습니다.

"내분이 발전해 표면화하면 확실히 공산당 소속인 리커창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p175)." 화웨이 같은 경우 중국 군부와 밀착했다는 의혹을 전세계적으로 받는 중입니다만 왜 군대가 기업에 손을 대는 걸까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 때문에 필요한 곳에 자원이, 예산이 분배되지 못해서입니다. 군대의 처우가 열악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군인들의 불만은 (중국 당국 입장에서 볼 때) 불온한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당연히 감시의 눈길이 더 쏠리며, 이는 비효율의 또다른 섹터를 발생시킵니다.

일대일로는 과연 모두에게 이익일까요? 원래는 일본에까지 범위가 미치지 않던 것을, 최근에는 양국 최고 책임자가 만나 그 진도가 많이 진척되었습니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체결하려는 통화 스와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토의합니다. 최근 들어 일본도 부쩍 미국과 사이가 나빠졌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아베 총리는 결국 중국 측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으며, 안에서 밖에서 위기를 맞는 시진핑 역시 이런 손길이 달갑게 느껴졌을 겁니다. 최근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 중-일 밀월 관계는 이런 바탕에서 시작했습니다. 헌데 기본 바탕이 부실한 이런 움직임이 과연 얼마나지속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지금 대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애초에 자본주의와 중앙 통제는 서로 상성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등소평 때부터 아슬아슬 이어오던 실험이 이제서야 중대 고비를 직면한 셈인데, 문제는 중국의 좌절이 각국에 엄청난 파고로 연쇄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러스도 개개인이 지혜로운 대처로 큰 재앙을 막아내듯, 경제 위기 역시 모든 나라의 현명한 시민이 합리적인 소비 행태로 자각, 재무장하면 결국 극복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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