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과 갈등없이 잘 지내는 대화법
강지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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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사람들과 잘 소통하면서 지내야 "꼰대"라는 소리를 안 듣습니다. 꼭 "꼰대" 소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거나 시니어로서 속한 조직, 집단이 잘 운영되려면 원활한 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1990년생들에 대해 일단 저자가 서문에서부터 지칭하는 단어는 "요즘 애들"입니다. 사실 1990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31,, 32 정도이기 때문에 어느 관점에서도 "애들"은 아닙니다만 저자분부터가 1970년대 후반생이라고 밝히시고 그 정도 연세라면 1990년생이 "애"로 보이는 건 당연하죠. 또, 조직, 단체라면 1990년생들이 이제 갓 대리 꼬리표를 떼어갈 무렵이므로 젊은 세대에 속합니다. 여튼 97학번(저자분)이 본 90년생의 특징은 "당차고 직설적이다"인데, 사실 저자분이 속한 X세대도 당시에는 어른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고대 문명 어느 흔적에도 "요즘 애들은 말을 안 듣는다"란 말이 적혔다고 하니 세대 간의 갭과 갈등은 인간 사회의 영원한 숙제 중 하나겠습니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냐?"는 말은 핀잔이지만 사실 자신이 이해 못 할 대상을 책으로라도 배우는 건 최소한 차선책 정도는 됩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백승수 단장 입으로 "모르면 책으로라도 배워야지 모른 채 계속 버틸 겁니까?"라고 하는 말이 있죠. p37에서는 90년생을 책으로라도 이해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책으로 이해할까? 저자는 2030이 고른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았는데, 대부분이 수험서였고 소설가 김영하의 책이 한 권 끼어 있는 정도였다고 하네요.

90년대 학번이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뭐다 해서 겉멋만 잔뜩 부리고 공부는 등한히한 세대일까요? 저자는 여튼 스펙쌓기에 찌든 게 불쌍하지만 여튼 공부는 열심히하는 애들 정도로 규정합니다. 미래 세대가 그 앞세대보다 공부를 파고들며 직장 업무건 무엇이건 대비를 하는 습관이 들었다면 그 사회는 확실히 희망이 있는 사회입니다. 저 역시 확실히 요즘 20대가 더 분석적이고 더 냉철하며 정치 이야기를 할 때에도 진영 논리에 덜 매몰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저자분이 전공이나 직분이 직분이라서 그런지 책 중에는 권위 있는 심리학자의 이론이 분석틀로서 자주 등장합니다. p50 이하에는 에이미 에드먼드슨이라든가 바에, 프레제 등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혁신적 생각을 낼 수 있게 장려되어야 한다"거나 "리더들이 유연하고 지원적이라야 하며, 구성원들은 자기 일에 통제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는 특히 70년대생(대부분 관리직일)에게, 절대 권위적, 강압적으로 굴지 말고 부하 직원들을 도닥이며 그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요즘 직장은 정해진 매뉴얼대로 쳇바퀴를 돌리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직원이 신이 나야 양질의 성과가 나며, 사장이 어쭙잖게 자신의 복제품, 수족, 충견을 굴리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그저 자율성 강조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안정"까지를 강조하는데 마치 누나나 엄마가 애들을 돌보는 듯한 마음씀이 느껴지더군요.

최신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물론이고 책에는 공자의 가르침도 논거로 인용됩니다. <논어>의 위정편에도 나오듯, 이순이 예순을 가리키는 나이라는 건 남의 말을 듣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64). 저자는 다시 학자 최현섭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순으로 소통 수단의 비중이 형성되는데, 듣기는 가장 취하기 어려운 태도이면서도 비중만큼은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남의 말을 듣는 건 참 어렵지만, 젊은 세대 역시 나이 든 사람이 자기 말을 경청하면 고마워할 줄도 압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의 말을 듣기만 하면 체면이 상한다든가, 권위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p74에는 "마틴 등의 학자"를 인용하며 그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유머의 분류를 시도합니다. 이에 따르면 관계지향(상대와 내가 모두 좋은), 자기고양(일단 자기 만족), 공격(타인 비하), 자멸 등 네 가지 패턴이 있다고 합니다. 후배들이 상사의 마음을 사기 위해 구사하는 "자기 비하 유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피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하는군요. 아무튼 저자의 결론은 "자기 스타일과 위치에 맞는 유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인용한 "마틴"은 아마 캐나다 심리학자인 Rod A. Martin 교수인 듯합니다. 뒤의 참고 문헌 목록에 안 나와서 제가 찾아봤습니다. p297에 나오는 장원순, 이만제 박사 등의 연구도 한번 참고할 만하겠습니다.

"질문의 기법이 중요하며, 잘 제기된 질문은 성과도 높이고 관계를 향상시킨다"는 결론은 여러 책에서 일찍이 강조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p133 이하에서 "질문 잘하는 방법"을 여럿 제시합니다. 저자가 주로 인용하는 책은 테리 파뎀의 <애스킹>인데 이미 읽어 보신 분들은 서로 비교하면서 이 책 저자분이 특히 90년생과의 소통에 어떻게 변형, 응용하는지 살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폐쇄형 질문은 여러 사람에게 던져서 한 가지 대답(혹은 정해진 대답 중 하나)이 나오는 것입니다. 개방형 질문은 답이 간단하지도 않고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책에서 강조하는 건 "단답형으로 나올 뿐 아니라 관계에 아무 진전이 없는 기계적 질문은 지양해야 한다"에 가깝습니다.

요즘은 드라마 같은 걸 봐도 "리액션 전문 캐릭터"가 조직(극중 가상의)에 따로 배치가 될 정도입니다. 사회에서 적절한 리액션이 매너임은 물론 자신의 의사를 다음 번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수라는 점을 다들 자각한 결과라고 봐도 되죠. 그 리액션에 이를테면 "영혼이 담겨야 한다(p138)"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때 적극적으로 선호를 표시하되, "이랬어야 한다"는 식의 평가, 판단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도 하네요. 앞에서도 "성원들의 자신감, 심리적 안정감을 북돋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대목에서도 저자는 "그래? 잘했어!"라며 여튼 후배들 기를 살려 주는 쪽으로 가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정도면 거의 애들 키우는 식입니다. 헌데 그게 상급자, 선배, 시니어의 의무 중 하나죠.

무조건 칭찬이면 장땡이냐? 책의 취지는 일단 칭찬해서 나쁠 게 없고, 칭찬 안에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쪽입니다. 칭찬을 듣는 상대방은 기분이 우쭐해지거나 방심, 나태해지는 게 아니라, 이후의 성과에 대해 압박감(p141)도 느낀다는 거죠. 이런 결론은 아마 나이 든 세대가 크게 동의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떨까요, 그들이 사람 상대하던 세상, 세태가 지금은 많이 바뀐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이렇게 대해 줘야 오히려 내가 기대하던 쪽으로 간다는 거죠.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어서 말이 안 통하는 젊은 X도 있긴 하더라구요.

"인간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싶어하며, 기본적으로 자기 주도적이다(p193)." 책에는 90년생을 상대할 때 유념해야 할 어떤 일관된 원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율성과 주도권을 주고 시작하라는 조언이라고 독자인 저는 이해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 건 가족을 부양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주변 동료들에게 기 안 죽고 떳떳한 사회 성원으로서 제 몫을 한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이 그저 마지못해 고삐에 이끌여 밭을 가는 가축의 노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화로 상담을 할 때에도 "중소기업..."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데 이건 그만큼 자기 존중감이 낮다는 뜻입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지난 상담 이력을 살펴 보며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데 이건 그만큼 우리 회사(중소기업이든 뭐든)가 구멍가게와 달리 쳬계 잡힌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걸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겁니다. 당연히 상대방도 "이 회사 제대로 된 회사군."같은 인식을 하며 더 많은 존중을 보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부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창의성을 보다 발휘하는 건 다 위에서 어떻게 도닥거리냐에 달려 있죠. 전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전폭 공감했습니다.

90년생들과 잘 소통하는 건 그들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내 일을 잘하고 내 의도가 보다 잘 먹혀 들고 성과를 더 내기 위한 수단도 됩니다. 사람과 소통을 수단으로 보라는 게 아니라, 이게 나와 아무 관계 없는 무슨 남의 집 아들딸 좋은 일 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나 좋은 일이라는 뜻입니다. 90년생들은 분명 그 이전 세대와 다르며, 다른 만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이게 꼭 90년대생에 한정된 게 아니라 사람 일반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게 애초부터 정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가 고도 성장만을 추구하며 뭔가 왜곡된 부분이 있었는데, 합리적인 세대가 등장하며 그런 병폐가 하나 둘 고쳐지지 시작하는 거죠. 여튼 소통은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게 나를 결국 위한 거고 조직이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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