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가 한눈에 보이는 2009 업계지도 - Business Graphic book
이데일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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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계서 중에는 지나치게 한우물만 파고 드는 일중독형 성공 유형만 치켜세우는 게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의 권유를 담은 책도 꽤 많이 나옵니다. 그거 "안티 자계서"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영어의 anti- 라는 접두사는 무엇에 반대한다거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만 하는 게 아니고, "역발상을 통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도 지닐 때가 많습니다(예: 안티히어로는 히어로에게 딴지를 거는 인물이 아니라, 종래 히어로의 미덕과 반대의 성향을 노출하며 결국 같은 고지에 오르는 유형을 일컫죠).

자기계발이라는 게 결국 본인이 스스로 자긍을 느끼고 행복감에 충만해지자는 게 목적이므로, 이런 책들도 충분히 독자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두루 객관적으로 인정 받는 성공이라야지 너무 주관적인 가치에 치우친다면 그것도 곤란하겠죠. 최소한 공인된 직업을 갖고 경제 활동에는 참여하는 단계라야 "주관적" 성공이라는 작은 의의라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는 남한테 인정 받고 돈도 많이 벌면서 든든한 인맥도 챙기고 싶어하는 게 솔직한 욕구이겠으므로, 그런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이 담길 필요도 있겠고요.

이 책은 여튼 그런 점에서 볼 때, 조금은 독특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너무 일에만 중독될 필요가 뭐 있을까? 가끔은 실속과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한, 나만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끼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게 건강을 위해서나 일 쪽의 재충전을 위해서나 더 바람직하고 절실하지 않을까? 일에 지치고 물린 상당수의 독자들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주장과 권유이긴 하죠. 물론 아직은 이런 태도에 대해 경계하는 쪽이 더 우세합니다. 그렇게 스스로에 관대해지기만 해서 실직자 신세나 되지 않을까? 남들 눈빠지게 열심히 일 할 때 자신만 논다면 이 치열한 경쟁에서 결국 낙오되지 않을까? 사람에 따라 마인드셋의 스펙트럼 스팟은 진정 판이한 배열이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충고가 적실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그저 낙천적이고 풍류를 즐기는 삶만 즐겨 온 우리 겨레가, 바짝 정신을 곤두세우고 이처럼 민활해진 패턴으로 바뀐 건 실로 극적인 변화입니다. 아마 세계 어디서도 유례가 없을 테며, 다만 마음 한구석엔 뭔가 잃어버린 듯 아쉬움이 남기도 하기에, 이처럼 그 반대지향의 트렌드가 마이너한 지류를 이루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세기 후반에는 일본이나 우리나 "그저 한우물만 파"는 게 직장인의 미덕이었습니다. 곁눈질이나 좌고우면은 무능하면서도 교활한 인물의 한계와 특성으로만 여겨졌죠. 이런 확고한 합의가 경제 섹터 각 영역의 주류를 이루게 된 배경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신화가 CEO들의 철학이나 피용인들의 기대 속에 불변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그런 암묵적 도그마가 깨진 후로는, 어떤 조직인이건 자신의 능력을 본인이 알아서 계발하여, 험난하고도 변화무쌍한 격류 속에서 스스로의 재치와 감각으로 살아남는 게 당연한 룰처럼 여겨지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현실의 대세가 꼭 개인의 선택 지침을 마련하는 유일한 팩터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녀의 견해는, 사람은 본디 한눈팔게끔 성격이나 본성이 정해져 있고, 하나에만 몰입하게 (후천적으로) 세팅된 뇌는 결국 당사자를 불행한 운명으로 몰아가게 마련이라며 자신만의 지론을 들려 주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앞서 지적했듯 지금은 시대가 개인더러 "한우물만 파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인으로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할 뿐 아니라, 아예 적극적으로 '한눈좀 팔고 살아!"를 권하는 양상이라고까지 하는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의 적성이나 센스를 다면으로 계발하고 소중히 가꾸라는 뜻이지, 이것도 대충, 저것도 대충 건드리다 말라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대로 한눈팔아온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수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하는데, 이 책에서는 어느 피규어 수집가의 예를 들며, 선명한 취미와 관심사를 잘 가꾸되, 인접 분야에까지 전문 지식을 넓혀, 그저 방만한 딴청이나 비생산적인 시간 낭비, 혹은 자기만족적인 현실 도피에 그치지 않고, "돈 되는 경제 활동"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노는 게 일도 되는" 경지야말로 모든 이가 열망하는 바일 텐데, 그게 "제대로 한눈팔기"에서 일견 미미해 보이는 출발점을 마련한다는 게 흥미롭죠. 요즘 하는 말로 "덕업일치"의 단계입니다(덕은 한자로 德이 아니라[뭘 그렇게까지 고차원의 함의가], "덕후(=오타쿠)"의 앞글자입니다).

한눈을 팔면서 다른 두 가지 부대적인 효용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사람의 개성이 유연해지는 겁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배우자 선택의 기준으로까지 확장하는데요. 사람이 언제나 제2의 가능성, 옳다고 여긴 원칙에 대한 정면 배반의 예외도 마음 한 구석에 두는 타입이라야 백년 해로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우물만 파는 유형은 이제 직장에서 짤릴 위험도 크고, 짤리고 난 뒤 딴 일도 못하고, 심지어 늙어가면서(황혼에 파탄을 맞는 경우가 얼마나 잦은가요) 배우자와 말도 안 통하는 최악의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또하나 한눈팔기의 장점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의 자연스런 움직임이기에 크리에이티브의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시켜서 하는 일과 좋아서 하는 일 사이에, 성과의 질은 자연히 차이가 큽니다. CEO들이 애사심 함양에 공을 들이는 것도 다 이런 (계산적)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한눈팔기의 또다른, 가외의 기쁨이라면, 한우물파기가 본질적으로 고독한 몰입인 반면, 이런 활동은 뜻을 같이하는 이들끼리 모여 즐거움과 성취감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덕후질은 동아리를 만들어 이어가는 모습이 잦은데요. 자칫 고립된 개인의 취미에 그칠 수 있는 게 오히려 사회성도 키우고 연대의식이나 관계 발전 스킬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혹 경제 활동에까지 이런 활력과 아이디어를 이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동아리에서의 다양한 정보 취득이라든가, 혹은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얻는 색다른 영감 같은 건 결코 혼자서는 얻어내지 못할, 소중한 자원의 소스이기도 합니다. 한눈팔기란, 결국 연대와 소통의 새로운 차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니, 직장에서 일차원 활동만 하는 이가 어떻게 이런 멋진 기회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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