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무엇인가? -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블록체인 입문서!
다니엘 드레셔 지음, 이병욱 옮김 / 이지스퍼블리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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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레이 커즈와일이 혁신의 "특이점"을 예견한 이래 우리는 놀라운 기술 진보와 급변하는 환경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커즈와일이 예견한 각론은 상당 부분이 틀렸거나 전망의 투명도가 개선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변화의 양과 질 면에서 이전 인류가 겪은 체험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격변의 세월을 우리가 살아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상상의 타겟은 현실에서 목표를 비껴갈 수 있을망정, 상상의 볼륨만큼은 어느 저자나 예언가, 혹은 소설가의 거창한 담론이라도 현실의 그것이 이에 버금가지 않을 만큼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아무 소리나 떠드는 듯해도, 지나 놓고 보면 경로에서 차이가 날망정 어느새 (살짝 바뀐 모습으로라도) 현실화하여 있습니다. 

본디 자본주의는 신용을 바탕으로 성립합니다. 중화 제국 오천년사(史)에서 그토록 통일 지배체제의 수요가 강했던 게, 마음 놓고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상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떤 권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누가 돈을 떼어먹으면 끝까지 추적해서 채무를 상환받을 수 있는 공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시중에 돈이 돌 수가 없습니다. 서유럽이 독자적인 논리와 구조로 세련된 경제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예:환어음), 열악한 여건(예:통일된 중앙 정부나 권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신뢰, 신용"이라는 그들 고유의 거래 문화가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진화를 거듭하며 장점을 잘 보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회 제도의 핵심은 종교나 문화, 정치 이전에(아니, 기저에) "경제"가 차지하며, 부(富)와 계약의 연속성은 곧 문명 지속의 담보를 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란 거래 수단을 언제, 누가, 어디서 최초로 발명, 고안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몇 년 전 큰 부도(不渡) 사태가 도쿄에서 벌어지기도 했고, 근원적으로 그 실체를 담보해 줄 어떤 권위 있는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지금껏 존재해 왔던 모든 교환 시스템을 능가하고도 남을 효율성을 갖춘 이 비트코인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투기성 심한 자산(자산성이 있기나 한지도 의문이었고)을 부둥켜안고 있어 봐야 사기꾼들의 선동에 속아 돈만 날리기 쉽다는 경각 풍조가 정설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이 제아무리 태생적으로 장점을 갖췄다 해도, 경제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인 이상 경제 주체들의 믿음을 얻지못하면 기껏해야 장난감(더 나쁘게는 범죄에의 악용)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경제 "외적(外的)" 섹터에서 느닷 이 비트코인(뿐 아니라 여하의 전자 결제 수단)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나선 흑기사입니다. 이 자체는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의 독자적 진화 결과 등장한 기술이지만, 진척이 이뤄지다 보니 비트코인과 결합하여 익명성, 보안성 면에서의 약점을 메워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속도, 단순 편의"라면 순정 비트코인 시스템만으로도 이미 확보된 장점이었습니다만, 이제 그간 이용자들 사이에 못내 미심쩍었던 취약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의 돌파구를 찾은 셈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의 연구가 동력을 얻어 빠른 진전을 보이다가도, 어떤... 근본적이다 싶은 장애 요소가 등장이라도 하면 전망이 어두워지거나 아예 폐기되기도 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문명의 전 분야가 워낙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원군을 얻어 제2의 도약기를 맞기도 합니다. 이 블록체인의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비트코인의 암울한 장래"를 논한 십 몇 년 전 글을 읽어 보면 무슨 석기시대의 넋두리 같습니다. 물론 물리학이나 인문, 어학 등 본성상 단계 도약이 힘든 학문에서는 사정이 다르고, 오히려 거장의 고전을 읽고 나서야 영감이 얻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전산학이나 로봇학습("인공지능"은 마케팅 용어고 요즘 공과대학에서 확립된 term은 "로봇학습이론"이죠), 또는 금융공학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릅니다. 물론 기초가 탄탄히 학습되지 않은 엉터리에게는 최신 사항의 학습 자체가 (뜻도 모르는) 구호 복창에 불과할 뿐이겠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니, 구체적으로 그래서 우리 거래 현실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데?"라며 의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헌데, 책 한 권이 독자의 모든 의문을 풀어 준다면 그건 이미 책이 아니라 독자의 운명을 바꿔 줄 위대한 스승입니다. 이렇게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 어떻게 정답이 (특정 국면에서의 임시 정리 형태일망정) 나올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뭔가 "내 미래는 이런 방향으로 개척해야 하겠구나." 같은 작은 영감이라도 떠오르고, 그를 바탕으로 개인에 알맞은 미래 설계를 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책 한 권 읽고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서 평생 그걸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기술 발전 분야에 대해 스스로가 맞춤형 연구를 하고 대책을 준비해야 살아남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을 화두로 삼은(아직 아주 구체적인 그림이 안 잡혔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화두 수준입니다) 책은 여러 권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한국"의 현황과 전망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창업이나 연관 섹터의 트렌드를 파악하려는 독자에게 최적화한 내용입니다. 

"충격"은 미래를 대비하고 변화의 파고에 올라타려는 준비된 이에게는 충격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금융 섹터와는 무관한 인생이다 싶어 쉽사리 넘길 주제가 절대 아니고, 먼저 가능성을 캐치하고 과감한 첫발을 디디는 이에게 블록체인 기술은 금맥 발견의 설렘과도 같은 흥분을 안깁니다. 제가 다 읽고 나서 느낀 포인트는 1) 현대 사회에서 어떤 혁신이건 타 분야와 무관한 건 없고, 먼저 연결지점을 찾는 사람이 대박친다는 것, 2) 4차 산업혁명이 너무 광범위해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라면 이 블록체인 기술을 먼저 공부하고 다시 큰 그림을 볼 것, 이 정도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상당 부분이 특정 기업(들) 소속 성원에게만 의미를 갖는 주제라면, 세상에 돈 안 쓰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이 블록체인 화두는 열외, 무관한 개인이 있을 수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그렇다고 섣부른 투자 권유에는 혹하지 말기.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맞춤형으로 미래에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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