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마음처방전 : 행동 - 천방지축 아이를 위한 행동처방전 오은영의 마음처방전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들러가 시대만 좀 잘 만났으면 아주 돈방석에 앉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하긴 이처럼 각양각색의 컨텐츠에 자기 이름이 인용되는 것도 엄청난 영예이며, 그게 다 자기 인생을 치열히 산 공정한 대가를 사후에나마 받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평가도 이미 무덤 속에 누워 백골이 진토된 고인의 넋이 어찌 알겠으며, 다 세상 이치가 바르고 고르게 마련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싶은 우리 후세 사람들 마음 편하라고 지어내는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워낙 코칭을 자처하는 분들, 카운슬링의 대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많아서 경력을 꼼꼼히 따져 보고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시절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일반인 불특정 다수를 많이 상대해 온 인물보다, 유명 인사, 사회에 구석구석 영향력을 미치는 거물급을 고객으로 모시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온 이들을 더 신뢰하곤 합니다. 이 책 저자 오히라 노부타카 같은 분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들러의 노작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결론이 언제나 "행동이 답!"으로 정리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자계서의 연구 노력(...)들이, 유독 그런 명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 시대의 대중이 유독 이 지침에 호응을 보낼 만한 환경이 조성된 까닭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큰 결심을 하고 냅다 행동에 옮기라는 주문이 아닙니다. 우리 독자들이 더 잘 알죠. 이런 식의 무리한 결심은 결심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이를 행동에 옮기다가 좌절하기가 쉽고, 그런 좌절이 모이고 모여 정신적 에너지를 갉아먹는 나쁜 습성만 키우기가 쉽다는 점을 말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점은 그래서 살라미스 전술의 핵심처럼,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되, 그 실천을 "습관"으로 만들라는 겁니다.

살라미스 스트래티지의 핵심은, 목표를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라 놓을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우리는 흔히, "1시간이 무리이니 10분, 15분 단위로 쪼개라"는 식의 코칭을 접합니다. 이것도 학습자, 행위자를 배려한 원칙이나, 역시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저자는 아예, 10초를 기본 단위로 설정합니다. 10초. 도대체 무엇인가를 10초 단위로 잘라서 뭘 현실에서 얻어낼 수 있을지 일단은 의심쩍은 눈길을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10초의 시작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고 합니다. 책에 나와 있는 예시들은, 예외 없이 실천에 옮기기 편한 것들입니다. 독자로서 제가 맞닥뜨린 난관은, 그 예시 중에 제가 지금 직면한 과제, 혹은 그 비슷한 범주로 넣을 만한 항목이 없었다는 겁니다.

저자 역시 이런 반응을, 그의 오랜 경험을 통해 예상했을 겁니다. 이 책 2장(2레슨)에서 그는, 당신이 "사실은 무엇을 정말로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고 정확한 답을 내어 보라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독자를 이끄는 그 과정이 참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책을 봐도 요즘 트렌드처럼 강조되는 게, "바른 질문이 먼저 던져져야 바른 대답, 나아가 바른 실천과 성과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사람이 어떤 습관을 들이는 데에는 "그걸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정직하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자기 사고로 소화도 못한 내용을 길게 떠들기만 하고 스스로도 무슨 내용인지 갈피를 못 잡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자도, 저렇게 하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니 저런 습관, 아니 강박에 빠져 들었을 겁니다. 이런 중독적 거동이 그 장본인의 가뜩이나 비틀리고 병든 정신을 더욱 해롭게 한다는 점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동을 거는 게 자동차든 그 외의 기계든 어떤 대상을 다룸에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흔한 명제를 확인해서도 있습니다만,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 일단 F가 발생하면 그에 필수적으로 a, 즉 가속도가 붙기 때문입니다. 10초가 10초로 그치면 그건 아이들 장난 깨작거리다 마는 겁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거대한 성과로 이어지는 두번째 발걸음은, 일단 시동이 걸린 10초 액션에 가속이 붙게 하라는 주문이네요. 여기서, 밀도 향상이니(처음과는 달리, 같은 10초도 내실을 더 채워서 이어가라는 것), 환경 가속화(나의 힘뿐 아니라 과업의 최적화가 이뤄질 환경을 꾸미라는 것) 등등 다른 데서 못 들어본, 정말로 저자 자신이 고생고생해서 원칙화시킨 소중한 매뉴얼이 잔뜩 이어집니다. 추상적인 훈령으로는 가까운 사람들마저 교화시키지 못합니다. 잘하는 사람도 자신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하게 되었는지 일일이 알고리즘화할 수 있는 이들은 드뭅니다. 저자의 노고에 대해 다시금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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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19-01-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에 리뷰가 쓰여져 있는 것 같아요.
이 리뷰는 오은영씨 책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연습>으로 옮기셔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