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를 반영한 관리회계
구순서.양승권 지음 / 형설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재료가 항상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일정 시점부터는 더 이상 재료가 아닌 가공품의 일부로 편입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원료로부터 가공품의 일부로 성질, 본성이 변하는 기준 시기를 "분리점"이라고 부릅니다.

연산품이란 용어를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는데, 한자로 "連産品"이라고 쓰면 더 뜻이 명확해질 겁니다.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생산품들이 동일한 공정(제조 과정)에서 제조되는 걸 뜻합니다. 단 이 두 제조물 사이에, 어떤 주종(主從) 관계 같은 게 없어야 합니다. 만약 한 연산품이 다른 연산품의 부속 등으로 쓰인다면, 이미 그 시점부터는 더 이상 연산품으로 부를 수 없습니다. 연탄 같이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 날이면 날마다 넋두리를 읊는 늙은 인생이라 해도, 이 연산품 재공품의 자그마한 부속으로나마 쓰여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었을 텐데, 그마저도 없는 업 덩어리 인생이라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아예 없다고 해야겠습니다.

여튼 연산품이다 재공품이다를 따지는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과연 어디에 얼마만큼 배분하느냐의 매우 까다로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 시기에 통째로 발생한 원가는 그걸 "몇 원어치는 이 제품, 몇 원어치는 저 제품" 하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배분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까다롭다기보다는 자의적이기 쉽습니다. 자의적이든 뭐든 자신만의 장부(늙은 광인의 넋두리 일기가 아닌)에 적는 이상 자신만의 기준대로 적으면 될 터이나, 자기 기업에 어떤 원가가 얼마만큼 발생하며 기업의 이윤에 어느 정도 기여(또는 손해)를 끼치는지는 정확히, 또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산품의 경우, 대체로는 상대적 판매가치법, 생산 기준법 등을 적용하곤 합니다. 이론으로는 후자가 우수하지만, 실무에서는 대개 전자가 쓰이죠.

결론적으로, 실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판매가치법에 의하면, 예를 들어 A와 B라는 상품에 각각 1만원, 2만원의 원가가 배분된다 쳐도, A라는 상품이 팔리지를 않았다면 1만원의 원가는 "인식"이 안 된 채로 내내 남아 있는 겁니다. 반면, 생산 기준법에서는 판매 여부에 무관하게 발생이 된 이상 인식을 하는 거고, 단 (당연히) 주산물이 아니라 부산품의 원가로 배분합니다. 판매가치법은 (판매 시점에서 비로소) 주산품의 원가로 인식되는 거고 말이죠.

이런 골치 아픈 과정을 왜 거치느냐? 어떤 상품의 "원가"가 높이 책정되면, 그 상품은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적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어느 기업의 어떤 상품이 기업 이윤 창출에 진정으로 기여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원가의 측정, 또 이익률의 측정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죠. 결국 모든 논의는, 최고 경영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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