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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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로 애틋하게라니, 무척이나 인상적인 글귀이다.     그래서일까, 화제가 되었던 티비 드라마는 같은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티비 소설일까 첫 장을 펼쳤는데, 아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감수성 짙은 글을 독자적으로 적어왔다는 정유희 씨와 각종 매체와 출판물, 광고와 앨범 등등에서 그림 작업을 했다는 권신아 씨는 서로의 글과 그림에서 자극과 영감을 받아 그 메세지를 적어 담아 이 책을 냈다.    그 글이, 그 그림이 참으로 제목처럼 함부로 애틋하다.

 

  서로가 닮은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가 닮은 구석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 것일까, 너무나 다른 둘이 만났다고 말하고 있다.    생김이야 다른 것이 당연하지만 생각조차 다른 둘이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까.    그러나 둘은 이렇게 타협한다.    서로의 본성도 취향도, 욕망도 괘념치않고, 각자 내키는 대로 쓰고 그렸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함부로 애틋한 글과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서로의 일방통행 그러나 시선은 서로를 향한...   일방통행하기로 해놓고 함부로 애틋해져린 그런 것...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영감과 자극이라는 것이 이 책을 펼치면서 그 감수성에 녹아 내리게 되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도 네가 없으면

인적 끊긴 거나 다름없다는 거

그러니 너 언제든 나 외롭게 홀로 두지 마

자꾸 널 그립게 만들지 마]      /72쪽

 

어쩜 그이 눈에는 그만 보일까, 사람이 그토록이나 많은데, 웅성웅성 그래서 그 시끄러움도 귀를 아프게 하고 있을텐데도 그가 없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라니, 자꾸만 그립게 만들지말라니 그는 그이와 밀당중인가.     사랑은 참으로 아프다.    정유희 씨의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랑의 아픔을, 그리움이 쌓이게 되는 과정을 어쩜 가슴 저리게 잘 표현했을까 싶었다.    그리움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리움은 그리웁게 만드는 그가 만드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

너를 두고 이 곳이 아닌

저곳으로 망명하는 일

 

운명이란 스스로 꾸는 꿈의 다른 이름]       /112쪽

 

사랑을 하지 말지 그랬어.    도망쳐도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곳에 빠져버린 사랑, 사랑의 보이지 않는 끈은 절대 끊어지지 않을거야.    사랑을 시작하지 말지 그랬어.   함부로 애틋해져버리지 말지.....운명이란 정말 스스로 꾸는 꿈의 다른 이름이라면 사랑은 운명, 꿈은 이루어진다잖아.   

 

  사랑이 참 아프다.    삶이 씁쓸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이기에, 그것이 삶이기에 우리는 또 오늘을 사랑과 삶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그만큼 더 진한 향을 지닌 것이지 않던가.   하룻만큼의 더한 숙성시간.     정유희 씨의 글과 권신아 씨의 그림을 보면서 글과 그림의 합이 잘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마른 현실에 감수성 한 방울 떨어트려준 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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