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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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을 위한 파티가 열리는 카페가 있다.    어리둥절하게 만든 뜻하지 않은 초대장을 그는 오래 전에 받은 적이 있다.    모두들의 반응처럼 '이게 뭐야!'하면서 그도 처음엔 신경쓰지 않고 내팽겨쳐 버렸었던 초대장이었다.    그러다 세 번쯤이나 지나서였다고 했나.    초대장과 함께 곱디 고운 하얀빛깔의 아이리스 일곱 송이를 받은 그가 초대에 응하고 파티에 참석한 것은 이제 세 번이라고 했다.


  창가에 두었던 물에 담근 아이리스의 일곱 번째 꽃이 시든 다음 날이 그가 파티에 참석하면 되는 것이다.     도시의 가장 왼쪽에 위치한 카페가 파티가 열리는 곳이다.    그리고 오늘 그는 몇 가지의 퀴즈에 답을 맞추어 선물을 받게 되었다.    퀴즈란 눈을 가리고 중세의 남작이 주는 물건이 무엇인지 그 색과 모양이라고했던가 여튼 맞추면 된다.    아주 오래도록 다 맞춘 사람이 없었는데, 그가 답을 다 말한 것이다.     그리고 카페 주인은 카페를 그만 둔다고 했다.    그가 생각 끝에 카페를 인수하게 된다.     그는 이제 자신의 카페에서 왼손을 위한 파티를 열기 위한 초대장을 보낸다.   


  한 남자의 품에서 또르륵 동전이 떨어졌다.    그는 모르고 있나 보다.    동전이 필요했던 나는 냉큼 동전을 줍는다.     방금 지갑을 잃어버려 가진 것이 없는 나는 주운 동전을 가지고 전화부스를 향해 간다.    친구에게 부탁을 할 생각이다.    신호음이 가고, 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동전을 잃어버린 바로 그 남자다.    그가 이상한 말을 한다.    동전의 양면은 바로 행복을 주는 한 면과 불행을 주는 한 면이라고, 그렇게 번갈아 오지만 그 강도는 점점 세어진다고 말이다.    행복과 불행을 주는 동전이라니, 정말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또한 아찔한 유혹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여튼 나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도움을 요청하려던 친구가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길을 가다 내 가방을 보게 되었고, 그 가방을 주어 전화를 하려고 왔는데, 서로가 만나게 된 것이다.    이는 동전이 준 행복인 것일까.     그렇다면 다음은 불행 그 다음은 다시 더 강한 행복......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봄을 배웅하고 온 남자, 길에서 어린 고양이를 보았다.    여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남자, 자란 여름이 언젠가는 집을 나갈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여름은 집을 나갔다.    그리고 남자는 한 남자를 만났다.    가을이라고 했다.


  오래 전, 잡지 [페이퍼]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아 모아서 묶어 낸 책이라고 한다.     마치 환상특급을 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들이었는데, 환상과 현실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인상적인 이야기들도, 여운을 새겨내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환상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고, 앞장의 이야기와 뒷장의 이야기들을 뒤섞어 적어 내려왔듯이 서른 여덟편의 이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더욱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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