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비행기가 납치되었다. 아이를 인질로 잡은 세 명의 어른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게 될까. 그들이 납치한 비행기는 이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24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납치하고, 그 중에서 어린 아이들을 인질로 잡으면서 요구한 것은 다만 무고하게 구속되어 있는 스승과의 대면이다. 석방이 아닌 단지 경찰이 붙잡아간 스승을 자신들이 있는 이곳 오키나와 나하공항으로 데려오면 된다는 것이다. 스승과 그들이 만날 수 있게 말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22시 30분까지라는 시간을 엄수해야한다. 도대체 왜 22시 30분이라는 시간이 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이 비행기를 납치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스승인 이시미네를 따르는 캠프장의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캠프에 참여했던 아이의 어느 엄마가 이시미네를 유괴범으로 신고하면서 체포된 스승 이시미네, 그는 7월 16일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그 시각 넓은 장소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붙잡혀 있는 스승을 넓은 장소로 불러내기 위해서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는 비행기를 납치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그 시각,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카리스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의 스승 이시미네를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감화되어버리는데, 그렇다고 그가 신흥종교의 교주인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은 이시미네에게 감화되어 그를 믿을 뿐인 것이다. 이시미네, 그가 7월 16일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시각에 행하게 되는 어떤 일을 함께 하고 싶은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 그리고 그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믿음이 결국 비행기 납치라는 큰 범죄까지 일으키게 만들었다.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 이렇게 고작 세 명이 비행기를 납치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어린 아이를 인질로 잡음으로 240여명의 승객들을 제압할 수 있었는데, 납치 과정 중에 뜻하지 않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전혀 그들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살인사건이 말이다. 화장실에서 인질로 잡은 한 아이의 엄마가 시체로 발견된다.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는 당황스렀지만 자신들이 개입되지 않은 이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알고 싶다. 하여 승객 중, 한 남자인 이름조차 없이 단지 티셔츠의 그림을 보고 부르게 된 자마미에게 이 의문의 살인사건을 풀어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책의 제목이 달의 문이다. 이시미네는 캠프장에 오는 아이들과 언제나 달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달의 저편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윤회를 거듭하게 되는 이생의 삶, 하지만 달의 문을 통과한 저편 세상은 더이상의 윤회없이 재생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이시미네를 믿는 그들은 달의 문을 열 수 있는 7월 16일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그 시각을 그와 함께 하고싶었다. 그렇게 그와 함께 달의 저편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비행기를 납치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어했던 그 일은 진정 이루어졌을까. 그렇게 달의 문은 진정 열렸을까.
일본은 이상한 신흥종교들이 많은 곳이다. 물론 이 책의 이시미네는 신흥종교의 교주인 것은 아니지만, 그를 믿는 사람들의 믿음은 참으로 강하다. 달의 문이 열리고 달의 저편 세상이 있다니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같다. 여하튼 이시미네의 캠프장을 다녀온 학생들은 다시 새사람으로 변화되어 사회에 우수한 인재로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이시미네가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감화시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나는 그가 말하는 달의 문을 지나 있는 저편의 세상을 믿을 수 없고, 가키자키와 마카베, 사토미는 믿었다는 것이다. 재밌게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밀실 살인, 비행기 납치라는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었다. 그들의 결말, 입이 근질거리게 말하고 싶지만 참아야 함을 안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이 책을 주저없이 잡아보아라. 그들이 달의 문을 통과하여 저편으로 스승과 함께 떠났는지 궁금해졌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