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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아이들과 캠핑을 떠났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맞이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곳에서 한 아이를 잃고마는 비극적인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린 꼬마 여자아이 미시는 그렇게 그에게 거대한 슬픔을 안겨준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이름은 맥이다. 맥은 어린 딸아이인 매시가 실종되던 날 입었던 빨간 드레스가 산 속 오두막에서 찢어지고 피에 젖은 채 발견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매시는 연쇄살인범에게 끌려가 죽었고, 시체는 찾지 못 한 채,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맥에게 쪽지가 날아온다. 매시의 옷이 발견되었던 그 장소인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하나님이 보내신 메모가 말이다.
나도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다. 뼛속까지 그리고 심장의 그 밑바닥 가장 깊숙한 곳까지 절망의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대는 하나님을 향하여 외쳐댈 수 있는 증오의 언어들을 토해내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눈물이 메말라져 더이상 흘러내리지 않을 때까지 거친 숨을 몰아대면서 하나님을 향해 흘겨대던 원망의 눈빛을 그분은 고스란히 받아내시며 내 곁을 붙박이처럼 지켜내 계셔 주셨다.
맥도 처음에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신에게 이겨낼 수 없는 그 거대한 슬픔을 안겨주시는 것인지, 왜 죄없는 어린 미시가 죽어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런 맥과의 만남을 가지는 시간을 마련한다. 맥의 그 거대한 슬픔을 치유해주시고, 매시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시며, 그에게 용서라는 것을 끌어안게 만들어주시기 위해서 아니, 하나님은 당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시기 위해서 그에게 나타나신다. 흑인 여성과 중동 남성 그리고 아시아 여성의 모습으로 그렇게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의 이름으로 말이다.
[나만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자유는 결코 강요될 수 없는 거예요/145쪽]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지만 그 자유를 인식하지 못 한 채, 살아온 것은 바로 우둔한 우리들이었다.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옥죄이면서 갑갑해했던 것은 하나님의 손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손길이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 하는 아둔한 우리들말이다.
[당신은 사랑받도록 창조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당신 삶을 제한하는 거예요/149쪽]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가사도 있듯이, 하나님은 우리들을 사랑받도록 창조하셨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우리들은 언제나 사랑받지 못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고, '왜 하나님은 저를 사랑해주시나 않나요.' 라며 울부짖는 눈 멀어진 사람처럼 행동하고만다. 하나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면서 도리어 하나님이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그러하기에 이렇게 깊은 슬픔과 절망들을 안겨주신다고 원망하는 것이다.
[신뢰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나를 신뢰하지 못 하는 거예요/198쪽]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깊은 절망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면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절망의 두려움으로 무장한 채, 하나님의 사랑을 믿지 못 하고 그늘진 한기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떨면서 하나님에 대한 증오를 곱씹고 있는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나님은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지 못 하던 때가 있다. 나에게 몰아닥친 거대한 슬픔 앞에서 나 역시도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맥과 하나님과의 오두막에서의 만남을 보면서 맥에게만의 치유가 아닌 나를 향한 하나님의 치유도 만나게 된다.
너무나 사랑하던 어린 딸아이를 연쇄 살인범의 손아귀에서 잃고만 맥의 깊은 상처를, 세월로도 아물려주지 못 했던 그 저린 통증을, 딸아이의 피에 젖은 드레스가 발견되었던 장소인 그 오두막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치유되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과 용서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