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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오디세이 4 - 역사와 희망과 희망의 역사 : 근현대사 편, 김정환의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 ㅣ 한국사 오디세이 4
김정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역사와 관련된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역사의 한 자락이 있다면, 바로 우리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가장 굴곡진 시련의 세월로 모진 비바람을 맨 몸으로 맞서 온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 아픈 세월, 너무나 울분진 시간이 많은 세월이 내뱉고 있는 그 답답함에 질식할 것 같아서 일부러라도 고개 돌리고 있었던 우리의 역사 자락이었다. 그렇게 쉬이 외면해왔으면서도 일본과의 독도문제가 거론되면 입에 게거품을 물어대던 모습을 숨길 수 또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지식은 없으면서 감정적 흥분만 하고 있는 속 빈 강정의 모습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되었었다. 정말 역사를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답답하고 아픈 역사일지라도 그조차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옹졸한 사고 속에 살아왔던 작은 모습을 민망해 하면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같은 시기의 세계 정세와 함께 돌아보면서 서술해놓고 있는데,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역사관련 도서임에도 그다지 따분함의 대명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문학책을 읽듯이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시인인 저자이기 때문인지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인이 역사 관련 서적을 정리해 펼쳐놓았다는 사실이 실은 놀라운 일이었는데, 그의 감성적 부드러움이[그렇다고 감성적으로 글을 적었다는 표현은 아니다] 딱딱한 역사를 잘 버무려 교과서적인 책읽기가 아닐 수 있게 해준 것이 접근하기 싫기만 했던 근.현대사를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시인인 저자가 문화 예술적 상상력으로 다시 쓴 한국사라는 표지 문구가 처음에는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었는데, 그는 세계는 동.서양의 대치 대결단계에서 문화.예술적 상상력의 물화가 인간 존재 행복의 궁극적인 실현에 결정적 기여를 해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 취지에서 비롯된 서술의 다시 쓴 한국사임을 알게 된다. 신화화된 역사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왔고, 여전히 우리들은 스포츠에서도, 대중문화 속에서도 근대화 속에서도 신화를 찾고 있다. 저자는 예술이 신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매개가 되어왔다면 이제부터는 그 뼈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서 희망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의도대로 문화 예술적 상상력으로 근.현대의 한국사를 되돌아 보고 있다. 예술 현실이 가상현실[이상]을 극복하고, 편협한 물리적 현실조차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한국 근.현대사 읽기를 통해 우리의 다양한 역사적 시선을 가져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의 근.현대사, 일제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고 친일문제들이 제대로 정리되지도 못한 상태로 이어짐의 정치사고, 여전히 복잡다단한 현대사의 역사를 새겨가고 있지만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가 그 역사의 일원이라면 분명히 알고 가야 하는 역사임이 당연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기만 한, 근.현대라고 고개를 돌려놓고 있다면 문화. 예술적 상상력으로 다시 쓴 이 책으로 두통을 가시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점차로 근.현대사와 친해지게 된다면 나름의 정리된 근.현대사와 관련된 역사관과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