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여행이 향함이라고 말한다.  먼 곳을 바라보는 일, 그가 우리들에게 아주 먼 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소금 사막이 있는 남미의 볼리비아, 나에게는 생소한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나라이다.

 

잉카라는 단어만으로 열광하는 나는 잉카인들의 예언술을 이어받았다는 볼리비아 사람들의 예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은근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작은 덩어리의 은을 그릇에 올려두고 녹여 그것을 땅바닥에 쏟아부었을 때 그 모양새로 미래를 예언한다는 그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예언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은 채, 되레 저자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일어날 것이란 예언을 들었냐고 되묻는다.  잉카의 예언자는 사람들을 미래의 문턱으로 데려다만 주는 것이지 그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저자의 깨달음에 나도 덩달아 깨치며 역시 잉카인들이네..라는 경의의 소리가 내뱉어진다.

 

볼리비아의 코파까바나라는 마을에는 티티카카라는 호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엔 그 호수를 지키는 티카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있다고 한다.  책에 담긴 사진을 통해 보니, 무척 잘생긴 놈이다..새벽의 길을 어슬렁 거닐며 호수의 작은 다리에 걸터 앉아 있는 늠름해보이는 개 한 마리, 저자는 그가 호수를 지킨다는 티카일 거라고 추측하고 나는 그가 그 새벽에 마주친 그 개가 티카이길 조용히 소원해본다. 

 

이 책을 통해 신기하고 재미나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픈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칠레가 1897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볼리비아를 침공하면서 850킬로미터의 해안과 안또빠가스따 지역을 차지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다른 나라들 역시 볼리비아의 땅을 욕심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영토는 줄어 들었다고 한다.  바다를 빼앗겨서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에는 그러나 해군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통해서도 짐작되고도 남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인 티티카카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해군들을 모았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해군은 그렇게 바다가 아닌 호수를 지키고 있는데, 군함이 아닌 보트에 몸을 싣고 있는 것이다.  바다를 잃었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여전히 바다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더이상 빼앗아 갈 수 없도록 바다를 그들은 마음 속에 담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이 브라질에 있는 것이 아닌 볼리비아에 있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의 그리스도상은 해발 710미터 위치에 높이 30미터에 구조물까지 포함해 총 38미터의 크기일 따름이지만, 볼리비아의 것은 해발 2840미터에 위치하며 높이 34미터에 구조물 포함해서 총 40미터의 크기라고 한다.  그러나 브라질이 아닌 볼리비아에 세워짐으로해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의 그리스도상은 기적의 건축물이 되고, 쎄사르와 왈떼르 형제가 만든 볼리비아의 것은 평범한 동상에 불과해져 버렸다고 언급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려진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해졌다...그래서 절대 못 찾겠다 꾀꼬리가 되지 않도록 저자처럼 나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은 브라질이 아닌 볼리비아 코챠밤바에 있다고 크게, 크게 소리 쳐 본다.

 

차빠레는 볼리비아 최대의 코카 마을이다.  코카 잎을 스무 배쯤 농축해서 화학 약품과 섞으면 마약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은 볼리비아에 코카 밭을 없애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볼리비아인들에게서의 코카 잎은 고산병을 치료하거나 피로 회복을 위한 차로 즐겨 이용되기에 코카를 없앨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간사함 속에 자연의 코카가 삼켜진 것 같아 역시 씁쓸하다.  왜 코카는 코카일 수 없는 것일까..

 

소금 사막이 있는 볼리비아, 생소함으로 시작된 먼 곳의 여행이었으나 그 길은 소박하면서도 청량했다는 느낌이 든다.  소금으로 된 사막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 소금으로 만들어진 호텔과 레스토랑에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이 평화로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 속에 실려있는 볼리비아의 하늘은 마치 우리의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렀기에 볼리비아라는 낯설음이 친숙한 시골 여행처럼 평화스러워졌다.  참 평안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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