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뎃코라는 별명을 가진 데즈카 코사쿠는 40대 중반의 나이를 가진 윤리 선생님이자 미미와 리리가 속해 있는 테니스부 고문이다.  테니스의 '테'자도 모르지만 원래 고문이셨던 선생님이 출산 휴가를 가는 바람에 맡겨진 임무이다.  또한 뎃코는 자살하는 리리의 오빠 담임 선생님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데즈카 코사쿠와 인연이 닿아 있는 미미와 리리, 그들이 우리들에게 선사해주는 철학 소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게 만든다.  조용히 소리없이 다가와서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다..

 

리리 오빠의 자살을 이야기하면서 뎃코는 아무리 세상 살기가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어서 죽음을 택하는 요절의 미학이 멋져 보인다고 할지라도 젊은 시절 감상적 언어로 세상을 한탄하고 슬퍼하는 인생의 첫 단계 이후, 스스로 체험해서 옳고 그름을 검증하고 도전하는 인생의 두 번째 단계인 장년기까지는 살아봐야 한다고 말이다.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하여 낳아진 것이 바로 철학자들의 사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들 역시 되묻고 되물으면서 필사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그때까지는 섣불리 죽음을 택하지 말라고 말이다..아직 영글지 못한 설익은 사고 안에서의 선택적 죽음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뎃코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유주의 사고 방식 안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그들에게 가타부타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인생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을 때, 끝장을 보는 것은 아까운 일이 아니냐는 글귀는 깊게 박히는 것 같다.  영글지 못한 사고 안에서 아직 인생이 무언지도 모르는 때 자살이라는 것으로 인생의 마침표를 꾹 찍어버린 다는 것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든다.  뎃코가 언급하고 있는 의심할 여지 없을 정도로 명석한 인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이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결정을 내리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세상을 관찰하라는 에포케[판단 중지]의 단어는 뇌리를 파고든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모모의 원조교제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차별에 대한 철학적 논의 역시 인상적인 흥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따분하고 어려운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소설의 이야기 형식 속에서 만나니 절로 철학의 물결 속으로 파도 타기하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을 갖게 된다.  아하, 그렇구나..그럴 수 있겠어..아, 그래, 생각해 볼 문제인 걸..이라는 말들을 속으로 하면서 이 책 속에서 언급되어지고 있는 뎃코가 수시로 추천해주는 책들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뎃코의 입을 빌어 "너는 어떻게 생각 해?"라며 세상 일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주는 시간을 이 책이 선사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의 그 바람이 나에게는 통하는 책이었다.  세상 일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그 훈련 그리고 되묻고 되물으면서 필사적으로 고민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한 인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세상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살아가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재밌는 책이다..생각의 바퀴를 요란스럽게 돌려되는 시간을 주는 책이지만 그 소란스러움이 싫지않고 고달프지도 않다.  데카르트니 마틴 부버니 하는 철학자들의 이름이 이젠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게 들린다.  아니, 이젠 그들을 만나고 싶다.

 

인상적인 구절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란 대부분 자기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의에 지나지 않아."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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