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하이메 바일리 지음, 고인경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엔 천사가 있을까..

솔직히 천사의 존재에 대한 큰 믿음이 가진 않는다..하지만 우리가 티비에서 보고, 의례히 알고있는 천사의 모습 즉 하얀 날개에 둥그런 링을 머리에 쓰고 있는 그런 모습의 존재는 믿지않지만, 천사처럼 착한 마음이라던가 혹은 천사처럼 뒤에서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그런 의미의 천사는 믿고 있다.

 

이 책엔, 천사가 나온다.  서로가 서로의 천사가 되어주는 은근히 감동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인 훌리안 벨트란은 게으른 작가이다.  솔직히 나는 게으르다는 말에 동조하지는 않지만[즉, 작가이기 때문에 단지 청소같은 일상적인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일 뿐이다.  작가는 그런 일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필의 시간에 삶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청소를 싫어해서 돼지우리같은 집 안을 깔끔하게 치워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유난히 힘이 없이 지쳐 보이는 인디오의 뚱뚱한 50대 여성인 메르세데스를 만난다.

 

메르세데스는 글도 읽을 줄 모르고, 10살쯤에 엄마가 군인 가족에게 자신을 팔아, 30년을 넘게 하녀생활을 해온 여성이다.   훌리안 벨트란은 부잣집의 백인 남성으로 40대이고, 부유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돈 걱정을 하면서 살지는 않는 독신남이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과 싸움을 한 채, 10년 동안이나 등을 돌린 채 살아왔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남녀 주인공의 연애따위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나다.  잔잔한 호숫가 바위에 걸터 앉아, 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있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그런 온화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는 그런 소설이다.

 

훌리안 벨트란은 메르세데스의 천사가 되어준다.

그녀에게 40년 전, 자신을 팔아넘긴 엄마를 되찾아 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단지 이름만이 있는, 모습조차 잘 기억이 나지않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그녀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함께, 시골 마을인 카라스로 페트로닐라  부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는 훌리안의 천사가 되어준다.

그가 10년 넘게 단절한 채, 살아오고 있는 부모님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 역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듯이,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과 용서해달라는 말을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용서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훌리안이 무지랭이 메르세데스에게서 배우게 되듯이  사랑이란 본능적인 것이기에, 용서라는 것 이전에 이미 포용되어져 있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정말 가슴 따뜻한 소설이다.  지금, 가족과 소원해져 있는 사이의 독자라면, 혹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고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게 된다.

메르세데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훌리안의 천사가 되어주었듯이 여러분도 천사가 잠들어 있는 귓가로 와서 속삭이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그리고 아름다운 미소로 아침의 햇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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