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자면 나는 일본책을 읽지않았다.  일본영화도 안 봤고, 일본 음악도 듣지않았었다.  아마도 우리의 역사적 단편이 주는 영향 아래에서 생겨난 선입관과 맹목적인 냉소를 던지는 내 사고의 탓이지만 여하튼 나는 일본문화에 대한 거부반응이 강했던 사람이다.  그러던 내가, 일본문화를 간간히 접하기 시작한 건, 몇 년 안 되는 것 같다.

일본 음악을 들은 것은 옛적 회사동료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라며 선물해준 테잎이 있는데 받은 즉시 3초정도 듣다가 치워버려 지금은 어디에 두었는지도 기억이 나지않는다.

일본 영화는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던 [레브레터]란 영화를 보면서부터 간간이 공포물 위주로 본 것 같다.

일본 책은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한 강박증 속에서도 불구하고, 내 첫 만남은 하루노부의 삶이 그려진 [야망패자]란 역사 소설에서 시작되었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본격적으로 일본 책을 손에 쥐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인 것 같다.  시류에 편승을 한 것은 아니고, 다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을 다짐으로 새기면서 맘을 열어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한 모든 책을 다 읽고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린아이의 음식 편식처럼, 책을 편식한다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란 사실을 갑자기 깨달은 까닭에 일본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녹여버린 것이다..올바르지 못한 책읽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일본 책과의 만남이랄까..

 

[새빨간 사랑]이란 책 제목은 매력적이었으나, 표지는 너무나 섬뜩한 분위기였다.

다분히 일본적인 책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공포물이다..

전혀 이해가 되지않는 도시 그늘의 어둠 속 삶들의 몽환적인 사랑이야기가 다섯편 실려있다.  가장 섬뜩한 내용은 첫 번째 이야기인 '영혼을 찍는 사진사'였다.

옛날 사람들은 알지 못하던 선진 기술에 대한 두려움에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갇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않던가..이 내용은 바로 그것을 모티프로 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유령소녀 주리'같은 경우는 납득이 가는 내용이어서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내 이름은 프랜시스'같은 경우는, 너무도 일본적인 생각이 들었다.  적나라한 도시 그늘이 만들어낸 어둠 속의 일본인의 삶이 잘 드러났다는 생각이다..어쩜 이 또한 나의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워낙에 현대 일본책의 주류가 그런 내용이어서 문화조차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사랑들이 사랑같아 보이지 않았다..앞서도 이해가 되지않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듯이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이야기이다.  공포물이라면 귀신만 나오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내 단순함이 가져온 결과물이지 않겠는가...

일본적인 공포물을 원한다면, 일본색이 짙은 그런 책이기에 맘에 들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아직은 일본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새빨간 사랑이 나타내는 그 빨강은 정열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너무 빨개서 검붉어 보이는 조금은 몽환적인 기분의 사랑이었다.  현실적이지도, 이상적이지도 않은 헛된 망상, 그래서 붉게도 보이면서 검게도 보인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소설의 제목으로 새빨간 사랑이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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