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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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들었던 '달'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토끼가 절구 방아를 찧고 있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크면 달에 토끼를 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달에는 토끼는커녕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된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단어나 낱말 혹은 문장이 주는 전해주는 강력한 힘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달 위의 낱말들>을 펴낸 황경신 작가는 이런 낱말들에 담긴 감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자극하는 에세이를 선보였다. 어쩌면 작가가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단어가 가진 속뜻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p.4

낱말의 숲속에서 자라는 낱말의 나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낱말의 열매를 땄다. 던져보고 굴려보고 핥아보고 깨물어보았다.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당신이 건네받은 낱말은 맛과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당신은 어리둥절했고 나는 속이 상한 채로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쌓여갔다. 낱말의 열매들은 망각의 정원에 버려져 뭉그러지고 썩어갔다.


p.5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올랐다. 달은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달의 표면에 달을 닮은 하얀 꽃들이 뾰족 솟아 있었다. 썩을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p.12

스무 살에 사랑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빛이 명명하고 꽃이 피었다 시들었다. 네 곁에 있는 사람은 뜨겁다가 차가워지고 다정하다가 냉정해졌다. 너의 평화는 깨어졌다. 안달하는 마음과 분별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춤을 추고, 어리석은 행동과 무의미한 말이 마구 뿌려졌다.



<달 위의 낱말들>은 멋진 일러스트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는 책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단어의 중력', '사물의 노력'이라는 두 개의 테마로 풀어냈다.


우선 '단어의 중력'에서는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대목이다. '내리다, 찾다, 터지다, 버티다, 닿다, 쓰다, 인연, 기적, 안녕, 연민, 고독, 재회' 등 28개 단어를 촘촘하게 얽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달하고 있다. 이 단어에 얽힌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도 함께 들어 있다.


'사물의 노력'에서는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피아노, 카메라, 책, 청소기' 등 이름이 붙여진 10개의 사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사물들에 자신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사물들이 자신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22

네가 여섯 해 동안 살았던 원룸은 작고 어두웠다. 창문도 없어서 좁은 발코니에서만 밖을 내다볼 수 있었는데, 그래봤자 보이는 건 아스팔트와 못생긴 건물들이었다. 그래도 여섯 번의 봄은 찬란했다. 건물 외벽에 기대듯 자란 벚나무 두 그루 때문이었다.


p.69

생애 처음 만나는 지중해였다. 너는 늘 지중해를 그리워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의문을 삼키면서. 지중해, 라고 되뇔 때마다 너의 심장은 북을 울렸다. 먼 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처럼, 볼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는 진동이 너를 휘감았다.


p.135

다음 날 아침, 별들이 사라진 자리에 금빛 햇살이 가득 들어찼다. 수천 수억 개의 햇살방울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오래된 골목 안에서 찰랑찰랑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눈을 감았을까. 그들의 삶과 죽음이 언덕을 휘감는 바람으로 맴도는 듯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황경신 작가처럼 내가 나의 이야기에 쓸 낱말을 고른다면? 뭘 고를까 잠시 생각에 잠긴다. '비, 김현식, 인연, 친구, 혜화동, 거리에서, 광화문 연가, 추억, 안녕...' 살다 보면 이미 익숙한 낱말도 있지만 메타버스, NFT처럼 기존에 없던 낱말과도 어울려 살게 되겠지. 다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시의 <꽃>처럼 내가 선택한 단어들만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에세이를 참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어보면 삶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 포스팅은 태일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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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세무사의 부동산 절세 오늘부터 1일 - 2022년 최신 개정
이은하 지음, 신동민 그림 / 스마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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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 못지않게 자주 바뀌는 것이 있다면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툭하면 퍼즐 조각 끼워 맞추듯 이런저런 시행령을 발표했다가 잘 안되면 취소하고 다시 새로운 정책 발표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은 계속되었고, 이런저런 투기를 제대로 막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부동산은 손대지 않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볼멘소리만 높아져 왔다. 요즘처럼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이 오르고 내야 할 이자도 많아지니 집을 갖고 있어도 없어도 고민이다. 특히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얻고 있다면 개정되는 세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p.24

부동산의 세금은 취득할 때, 보유할 때, 양도할 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취득세를 내야 한다. 취득세는 주택, 토지, 상가 등 취득 물건과 매수·증여·상속 등 취득 원인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나온다.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p.25

재산세제 중에서도 양도세는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최소 한 번 이상은 내게 되는 세금이자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세금이다. 게다가 수천만원, 수억원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특히 양도세의 절세방안을 꼼꼼하게 다룬다.


p.71

국토교통부는 업/다운 계약서를 근절하기 위해 리니언시 제도도 도입했다. 매도자든 매수자든 허위 계약서에 자진신고하면 그 사람은 과태료를 감면해 준다. 집을 사면서 매도인이 다운계약서를 써달라고 한다고 써 줬다가, 나중에 그가 먼저 자진신고를 해버리면 나만 억울하게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이모저모를 실제 사례들을 통해 소개해 온 <이은하 세무사의 부동산 절세 오늘부터 1일>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2022년 5월에 발표된 최신 개정세법을 반영한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20대 정부 출범 이후 5월에 발효한 시행령을 충실하게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부동산 세금정책까지 꼼꼼하게 짚었다. 저자는 3,000명이 넘는 투자자들과 상담하면서 접했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절세 노하우와 팁을 최대한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p.96

부모는 같이 살지 않더라도 무조건 같은 세대로 본다. 이혼하지 않은 이상 각자 보유한 주택을 모두 합산한다. 반면 자녀의 경우에는 떨어져 살면서 세대분리 요건을 만족하면 별도 세대로 보며, 세대분리 요건을 못 맞추면 떨어져 살아도 같은 세대로 본다.


p.129

양도가액 12억원 초가 주택을 '고가주택'이라고 한다. 고가주택은 1세대 1주택이라도 양도세과 비과세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체 양도차익에 과세되는 것은 아니고, 12억원 초과분의 비율만큼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p.159

상속주택 특례는 자녀(상속인)가 받은 상속주택에만 해당된다. 조부모가 유언으로 손자에게 집을 상속한 경우에는 상속주택 특례를 받을 수 없다. 단, 대습상속일 경우에는 상속주택 특례를 받을 수 있다. 대습상속이란 쉽게 말해 '대물림 상속'이다.





이 책에는 새롭게 개정된 세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 1주택자, 다주택자, 주택임대사업자가 알아야 할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뿐만 아니라 최근 다주택자들의 최대 고민이 된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 그리고 비사업용토지 및 농지, 수용토지, 입주권 및 분양권, 재개발 및 재건축, 그리고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세금까지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은 옆에 두고 필요한 부동산 절세 부분이 필요할 때 찾아서 보면 좋다. 법이나 세무 관련 분야를 공부해 두지 않았다면 한번 쭈욱 읽고 이해하긴 어렵다. 하지만 꾸준하게 읽고 관련 사항들을 확인한다면 각종 부동산 지식과 절세에 필요한 각종 세무 지식들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이 포스팅은 스마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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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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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련의 정신적 결함이 누군가에게는 충동과 광기로 분출되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나는 현실 속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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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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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한 것이라고 보는 '성선설'을 주장했던 맹자와 달리,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말처럼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한 것일까?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TV나 유튜브 영상으로 범죄와 관련된 드라마, 영화, 심리 분석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범죄 증거가 불충분해서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에 투입되는 프로파일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프로파일러가 없던 시절에는 끊임없는 탐문과 비과학적인 추정으로 장기간의 걸친 수사에도 미제로 남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곳곳에 CCTV가 즐비하고 지갑이나 휴대폰을 두고 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치안이 잘 되어 한밤중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비해 범죄율은 떨어졌지만 강력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은 정말 악한 것일까?




지난 2020년 채팅방 운영으로 아동 및 일반 여성의 성착취물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받은 죄를 지은 사람들 중에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어 큰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살 수 있었을까? 그들은 누구이길에 범죄자가 되는 것일지 궁금했었다.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는 법의학 신경심리학자이자 심리분석가인 리처드 레티에리는 30년 동안 1,000건 이상의 끔찍한 범죄를 조사해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책이다.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어두운 감정, 즉 충동과 광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편집증, 우울증, 종교적 망상, 스트레스, 애정결핍, 상실감, 정신 장애, 성격 장애 등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일련의 정신적 결함이 누군가에게는 충동과 광기로 분출되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나는 현실 속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 '충동과 광기',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인간의 본성'에서는 주로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숭고함과 잔혹함을 모두 가진 인간의 본성을 '다이모닉(daimonic)'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삶이 어떻게 현재를 규정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부 '충동과 광기'에서는 눈을 멀게 하는 유대 관계는 어떤 것인지, 종교적 망상이 불러온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는 어떻게 폭발되는지, 성도착과 성폭력 등 특정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례 소개와 함께 법의학적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3부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에서는 범죄자는 태어나는지, 만들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간 본성의 합리성에 기초한 법률 체계가 때로는 부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형사사법제도의 인간 친화적 방향성은 어떻게 가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법원이나 변호사의 요청으로 끔찍한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충동과 광기라는 암호를 풀어 악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밝히고자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그는 또 다른 면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함께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법체계에서 벌어지는 법 집행자들의 범죄를 비롯해 침묵의 벽이라는 왜곡된 하위문화, 여성에게 더 가혹한 사법 체계의 어두운 그늘 등이다.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노력에 공감하면서도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포스팅은 애플씨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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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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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면서 디지털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그리고 메타버스 등 차세대 미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들은 이미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욕구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의식 수준은 어떤가? 시대가 변한만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하고 확장하고 융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가? 물론 과거에 비해서는 남녀를 바라보는 의식 수준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이라는 표제어가 눈에 띄는 <불편한 시선>은 명작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훔쳐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감동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작품에서 여성들이 강제로 납치되는 장면을 아름답고 박진감 있게 그리고 있거나, 보란 듯이 누워 있는 어린 소녀들의 에로틱한 누드들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p.16

나혜석이나 프리다 칼로는 그들이 남긴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처절했던 삶의 면면으로 위인의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들은 대단히 극적인 인생 역정으로 세간에 잘 알려진 여성 화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의지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낸 여성 예술가들이니, 그들을 위인이라 불러도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p.21

왕립 아카데미의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두 여성 화가가 왜 조파니의 그림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초상화를 그리던 날 두 사람이 소풍이라도 갔던 것일까? 아니면 이 그림을 그린 요한 조파니가 영광스러운 왕립 아카데미에 여성 화가도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일까?




이 책은 여성인 작가가 과거의 거장들이 그린 그림들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 기획을 하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의 원인을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영, 모성, 소녀, 노화, 위반'이라는 10가지 키워드로 뽑아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이나 미술책에 보면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고전 명화를 그린 작품이나 그리스 로마신화, 성경 속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들 속에서도 벌거벗은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무심코 혹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문제에 제기된 의문들을 조금은 더 진진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데생 공부를 하던 시절에 크로키(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빠르게 그린 그림)를 몇 차례 그린 적이 있다. 당시 수업 시간에는 누드모델이 참석했는데, 남성 모델은 본 적이 없다. 별다른 의심도 고민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불편한 시선들이 담겨 있었다.


p.25

대중적인 성공을 이루었고 아카데미를 통해 더 높은 최고의 경지에 오르려 했던 18세기 여성 화가조차도 반드시 거쳐야 할 누드 교실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 이전 시대는 들여다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p.68

고대 비너스상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포르노이다. 이 말을 들으면 '아름다움의 신 비너스가 포르노라니 이런 불경한 말이 있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비너스 신상이 누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탓하기에는 다른 누드 작품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 누드가 훨씬 더 많았다.




저자는 미술 영역에서 여성이 어떻게 표현되어 왔는지, 여성 미술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역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미술관에는 왜 그리도 여성 누드화가 많을까?'를 이야기하며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여성의 시선으로 미술의 역사를 되짚고 있다.


<불편한 시선>은 역사적으로 미술 작품 속에서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부터 중세의 교회 건축 조각,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뿐만 아니라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 퍼포먼스 작품까지 고루 담아 소개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편견 등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날선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하지만 미술사에서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는 작품들 속에는 담긴 여성의 모습과 역사적으로 미술계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 그리고 현대의 여성 미술가들은 이를 어떻게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p.82

바버라 크루거는 그림 속 여성이 일방적으로 구경거리가 되어 왔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크루거의 1981년 작 <너의 시선이 내 빰을 때린다>는 사진과 텍스트로 이루어진, 계몽 포스터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바버라 크루거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와 잡지의 그래픽 디자인을 제작했던 경험이 있었다.


p.98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누드로 그려지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이다. 신이 두 남녀를 창조하는 모습이나, 선악과에 유혹당하는 장면 그리고 금기를 어긴 아담과 이브가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고 나뭇잎과 손으로 몸을 가리는 장면 등은 신체의 아름다움 여부와 관계없이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종종 그려 왔다.




이처럼 수많은 명작들에서 여성 누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미술의 역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주 관객층과 이를 제작하는 미술가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미술품 시장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품이 남성 관객의 취향과 선호를 따라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왜 여성 누드에 대한 수요가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고대의 누드 조각상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누드 작품을 비교하고 있다. 저자는 남성 누드 작품은 당당하게 묘사되는 반면, 여성 누드 작품은 옷을 살짝 걸치고 부끄러워하는 시선 처리로 되어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편 역사적으로 늘 대상화되었던 여성의 모습을 현대 여성 미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불편한 시선들에 관심을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아날로그(글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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