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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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한 것이라고 보는 '성선설'을 주장했던 맹자와 달리,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말처럼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한 것일까?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TV나 유튜브 영상으로 범죄와 관련된 드라마, 영화, 심리 분석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범죄 증거가 불충분해서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에 투입되는 프로파일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프로파일러가 없던 시절에는 끊임없는 탐문과 비과학적인 추정으로 장기간의 걸친 수사에도 미제로 남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곳곳에 CCTV가 즐비하고 지갑이나 휴대폰을 두고 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치안이 잘 되어 한밤중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비해 범죄율은 떨어졌지만 강력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은 정말 악한 것일까?




지난 2020년 채팅방 운영으로 아동 및 일반 여성의 성착취물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받은 죄를 지은 사람들 중에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어 큰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살 수 있었을까? 그들은 누구이길에 범죄자가 되는 것일지 궁금했었다.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는 법의학 신경심리학자이자 심리분석가인 리처드 레티에리는 30년 동안 1,000건 이상의 끔찍한 범죄를 조사해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책이다.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어두운 감정, 즉 충동과 광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편집증, 우울증, 종교적 망상, 스트레스, 애정결핍, 상실감, 정신 장애, 성격 장애 등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일련의 정신적 결함이 누군가에게는 충동과 광기로 분출되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나는 현실 속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 '충동과 광기',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인간의 본성'에서는 주로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숭고함과 잔혹함을 모두 가진 인간의 본성을 '다이모닉(daimonic)'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삶이 어떻게 현재를 규정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부 '충동과 광기'에서는 눈을 멀게 하는 유대 관계는 어떤 것인지, 종교적 망상이 불러온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는 어떻게 폭발되는지, 성도착과 성폭력 등 특정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례 소개와 함께 법의학적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3부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에서는 범죄자는 태어나는지, 만들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간 본성의 합리성에 기초한 법률 체계가 때로는 부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형사사법제도의 인간 친화적 방향성은 어떻게 가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법원이나 변호사의 요청으로 끔찍한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충동과 광기라는 암호를 풀어 악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밝히고자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그는 또 다른 면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함께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법체계에서 벌어지는 법 집행자들의 범죄를 비롯해 침묵의 벽이라는 왜곡된 하위문화, 여성에게 더 가혹한 사법 체계의 어두운 그늘 등이다.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노력에 공감하면서도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포스팅은 애플씨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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