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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 구글러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박진서 지음 / 혜다 / 2022년 11월
평점 :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만 해도 졸업하면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나 사이버 카페(지금으로 보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IT 분야에 들어와 취재기자를 거쳐 지금은 기획과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나마 경제학적인 지식이 조금이나마 있다 보니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업체들의 매출 동향 자료조사를 조사하거나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통계를 내는 일을 크게 어렵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IT 분야는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트렌드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조금만 한눈을 팔면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보게 된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IT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저자가 어렵게 여기지는 경제학 관련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교양서로 읽어두면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경제와 관련된 주요 이슈들과 사람들을 소개해 주어 관련 지식을 쌓는데 좋다.
p.29
경제 발전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경제학은 최신 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생산성을 올리고 이윤을 더 많이 확보하는 길만을 찾는 학문이 아닙니다. 기업의 생산성을 올린 대가로 얻은 성과와 이윤을 어떻게 다룰 것이나, 이를 연구하는 것 또한 경제학 본연의 임무인 것입니다.
p.41
지금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일으키는 난리 속에 살고 있다. 현실이 헨리 조지의 혜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주류 경제학자, 언론, 정치인들은 헨리 조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톨스토이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찾는 것이 나만의 헛된 바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애초에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경제학과에서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경제학자 두 세명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10개 이상의 경제학 이론을 주장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제학자들도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는 말을 빗대어 하는 이야기다.
1930년 대공황, 1940년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에는 고전주의와 케인스 이론이 지배했다. 하지만 1970년대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부터 케인스 이론을 도입한 수정자본주의의 실패를 지적하고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지금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다루는 신자유주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그 많은 경제이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내가 번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경제학자들은 왜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는지,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이론에 속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아니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미래 예측을 위한 경제학 지식 쌓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85
1996년 OECD 가입과 국경 없는 세계 경제로의 자발적 편입은 한국 엘리트 집단의 오판이었습니다. 1인 1표제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1원 1표제에 충성할 때 그 결과가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자본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 즉, 시장을 자본 스스로가 정한 논리에 맡긴다는 것은 1인 1표제의 공평함에서 자본을 예외로 둔다는 의미입니다.
p.128
때로는 경제학에 빈곤과 불평등, 삶의 질과 행복, 자유와 민주주의, 인간의 주체적 행위까지 반영한 센의 논리가 너무 이상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년 동안 경제학은 문제가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성찰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예측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현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고, 기존에 만들어진 이론을 현실에 그냥 끼워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경제학자 출신의 관료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아오면서 실제로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외국의 사례와 정책들을 적용함으로써 엇박자라 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의 기본은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법학이나 경제학은 어려운 용어와 법칙, 사례들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실제로 법이나 경제에 대해서 쉽게 알고 활용해야 일반인들에겐 넘기 어려운 벽처럼 여겨지고 있다.
p.159
케인스도 시장이 자기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 현 상태를 오도하는 말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폭풍우 치는 날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말이 결국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바다는 다시 잠잠해질 것이라는 얘기뿐이라면, 경제학자는 너무나 쉽고 쓸모없는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중략) 미래의 확실하지 않은 이익을 위해 현재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바로 케인스의 생각인 것입니다.
p.184
신자유주의의 대부라 불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철학은 1947년 스위스의 아름다운 도시 몽펠르랭에서 잉태되었습니다. 이후 그의 사상은 1960년대 밀터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이론화되었고, 프리드먼의 제자인 시카고의 아이들은 영국의 대처(그녀는 하이에크의 책 <노예의 길>을 손에 쥐고 총리직에 취임했습니다)와 미국의 레이건(그는 애덤 스미스의 얼굴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취임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행정부를 통해 이를 현실에 적용했습니다.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경제학의 이론과 현상들을 짚어 보면서 경제학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진짜 경제학자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등이 경제 도서에 언급했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다양한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와 사례들을 쉽게 풀이해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저자는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문제에 등을 돌리고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학은 법학, 철학, 정치학 등과 같은 다른 사회과학 학문들과 연결고리를 함께 하고 있어 현재 처해 있는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더 많은 경제 지식들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경제를 바라보는 실질적인 눈을 뜨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이 포스팅은 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